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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종주국 된다고 국민 지갑을 털어서야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5G 종주국 된다고 국민 지갑을 털어서야

  • ●즐길 콘텐츠는 없는데 속도만 빨라
    ●이동통신 3사, 휴대전화 단말기 가격 볼모로 비싼 요금제 가입 유도


한국은 가장 빠른 속도로 5G(5세대 이동통신) 가입자가 늘어나는 나라다. 올해 4월 첫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3분기 기준 가입자가 300만 명을 넘어섰다. 업계는 연말이면 500만 가입자를 돌파할 것이라 보고 있다. 하지만 가입자가 늘어나는 만큼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LTE(4세대 이동통신)에 비해 데이터 전송 속도가 20배 빠르다는데, 이를 활용할 만한 서비스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지국도 부족해 5G 요금제로 LTE 서비스를 사용하는 소비자도 적잖다. 

소비자에게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 일단 5G 요금제에 가입해야 휴대전화 단말기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LTE에 머물려 해도, 이미 LTE 요금까지 야금야금 올라 퇴로가 막혔다. 신형 단말기를 저렴하게 구매하려는 소비자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이동통신 3사의 5G 요금제를 선택하는 실정이다. 무제한 요금제로 비교했을 때 5G는 4G보다 월 50%가량 비싸다. 

정부도 속수무책이다. 집권 전부터 가계 이동통신비 부담을 낮추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무리한 5G 도입으로 외려 부담이 커진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부랴부랴 알뜰폰(가상이동통신망서비스)을 대안으로 내놓았지만 시장에서도 현실을 모르는 대책이라며 한숨이 쏟아진다.

얼마나 올랐기에

5G 무제한 요금제는 이동통신 3사가 비슷하다. SK텔레콤의 경우 가장 저렴한 무제한 요금제인 5GX프라임이 월 9만5000원, 200GB 데이터를 주는 5GX스탠다드는 월 7만5000원이다(표 참조). 2019년 초까지 판매했던 LTE 무제한 요금제는 월 6만 원 선이었다. 그런데 완전 무제한 요금제는 아니었다. 매달 이동통신사는 가입자에게 20GB 데이터를 주고, 가입자가 이 데이터를 소진하면 매일 2GB 데이터를 제공한다. 사실상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나 다름없었다. 그 2GB 데이터마저 전부 쓰고 나면 그 후로는 3G 데이터로 통신이 가능했다. 5G에서 비슷한 가격대로는 월 2GB 데이터가 제공되는 슬림 요금제가 있다. 월 5만5000원이고 월 2GB 데이터를 다 쓰면 3G 정도의 통신이 가능하다.



돈은 돈대로 내고 쓸 곳은 마땅찮아

서울 용산구 휴대전화 판매대리점 밀집지역을 찾은 고객들이 구매 상담을 받고 있다. [뉴시스]

서울 용산구 휴대전화 판매대리점 밀집지역을 찾은 고객들이 구매 상담을 받고 있다. [뉴시스]

KT의 5G 무제한 요금제는 가장 저렴한 것이 월 8만 원, LG유플러스는 8만5000원이다. LTE 데이터 무제한 소비자가 보통 월 5만5000원 요금제를 썼다는 점을 감안하면 월 이동통신비가 2만~3만 원가량 오른 셈이다. 

물론 5G에도 장점은 있다. 우선 LTE에 비해 통신 속도가 빠르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과 KDB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5G의 최고 통신 속도는 20Gbps, 체감 속도는 100Mbps이다. 최고 속도는 LTE보다 20배 빠르고, 체감 속도는 10배 차이가 난다. 따라서 5G는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같은 대용량 데이터 기반의 콘텐츠 이용에 적합하다. 

LTE에 비해 지연 속도가 낮다는 점도 5G의 장점이다. 통신을 통해 데이터를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시간 차이가 적다는 의미다. 5G 환경에서는 이전 이동통신망에 비해 지연 속도가 60~100배 줄어든다. 이상적인 통신환경에서는 지연 시간이 100분의 1초 수준. 이 같은 특성 때문에 초를 다투는 원격의료나 자율주행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5G 통신망이 필수다. 이외에도 다른 통신기기와 연결하는 확장성도 LTE에 비해 훨씬 뛰어나 스마트 시티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일반 소비자가 사용할 만한 서비스로는 VR와 AR가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대표적인 콘텐츠가 떠오르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5G를 처음 시작했을 때 가입자를 모으기 힘들 것이라고 봤다. 

올해 초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도 “3G에서 LTE로 넘어갈 때는 페이스북과 유튜브의 동영상 공유가 시작되면서 시장이 바뀌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도 불편해지자 소비자들이 더 빠른 통신망을 자발적으로 찾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며 이 같은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LTE도 계속 품질 개선을 해와 지금은 동영상을 보는 데 큰 문제가 없다. VR나 AR에서는 5G가 유리하다지만, 지금까지 가장 성공한 AR가 나이언틱의 ‘포켓몬 GO’ 게임이다. 이 역시 LTE에서도 문제없다. VR도 콘텐츠가 부족해 일반 소비자가 5G에 매력을 느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이동통신사들은 가입자 유입을 위해 콘텐츠 다변화를 시도해왔다. VR와 AR에서는 콘텐츠를 확대했다. 예를 들어 유명 가수나 아이돌의 공연 실황을 VR로 내놓고, 5G 지연 시간이 거의 없다는 점을 이용해 프로 스포츠를 1초의 지연 없이 볼 수 있는 서비스도 선보였다. 

하지만 소비자 반응은 여전히 차갑다. 얼마 전 5G 스마트폰을 장만한 김현수(27) 씨는 “아이돌 및 프로야구 팬이긴 하지만, 굳이 월 5만 원씩 더 내가며 지연 없는 중계를 보거나 VR 콘텐츠까지 즐기고 싶지는 않다”고 밝혔다. 

7월 시장조사업체 트렌드모니터가 발표한 ‘5G 서비스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2.4%가 5G 서비스의 어떤 점이 LTE에 비해 더 나은지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기존 LTE 서비스와 5G가 다르다는 점을 체감한다는 응답자는 11.4%에 불과했다. 

소비자 불만이 터지는 지점은 5G의 품질이었다. 통신 속도 및 범위에서 불만이 특히 컸다. 시장조사업체 컨슈머인사이트가 5G 단말기 사용자 3만329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동통신 3사의 5G 서비스 만족도는 30%대 초반에 머물렀다. LG유플러스가 33%로 만족도가 가장 높았고, KT와 SK텔레콤이 각각 32%, 31%로 집계됐다. LTE 서비스 만족도가 이동통신 3사 평균 53%였음을 감안하면 격차가 크다. 컨슈머인사이트는 보고서에서 ‘이동통신 3사 5G의 전반적인 만족도 수준은 낮은 편이다. 특히 커버리지 만족도는 3사 모두 30% 이하로 낮았다’고 밝혔다. 

통신 범위가 좁게 느껴지는 이유는 기지국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9월 기준 이동통신 3사가 전국에 구축한 기지국은 총 7만9485개. 이 중 55.5%인 4만4325개가 수도권에 밀집해 있다. 그런데 수도권에서도 5G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최근까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서울·경기에 거주하는 5G 서비스 가입자 7명은 12월 12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자율분쟁조정위원회에 5G 통신장애에 대해 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이들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도중에 인터넷이 급격히 느려지거나 끊겨 불편을 겪고 있다. 정상적인 5G 서비스가 가능할 때까지 요금을 감면하고 위약금 없이 요금제를 전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신청 취지를 밝혔다. 

5G 단말기는 5G 서비스 권역 밖에서는 통신망이 LTE로 바뀐다. 제대로 통신망이 깔려 있지 않은 상태라면 돈은 돈대로 더 내고 LTE 통신망을 이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실제로 ‘주간동아’ 취재팀이 직접 서울 전역을 돌며 확인한 결과 7월까지만 해도 지하철이나 대형건물에 들어가면 5G 서비스 사용이 불가능했다.

사실상 품질은 LTE, 도망갈 방법도 없어

비싼 데다 성능조차 완전하지 않은 상품이라면 사지 않으면 될 일이다. 그러나 이동통신 소비자가 5G를 피할 길이 많지 않다. 일단 저렴한 가격에 단말기를 사려면 5G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동통신사들은 마케팅 명목으로 지원금을 대폭 풀었다. 올해 2, 3분기 각 제조사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S10, 갤럭시노트9, V50의 가격이 대폭 떨어졌다. 휴대전화 단말기를 거의 공짜로 판다는 ‘빵집’ 제보까지 쏟아졌다. 요즘엔 지원금을 줄이고 있다. 

지원금을 줄이자, 수요는 LTE로 다시 쏠렸다. 제조사들도 재고를 소진하겠다며 연말 LTE 스마트폰 가격을 대폭 낮췄다. 대형 휴대전화 판매업체 관계자는 “LTE가 이득이라는 소비자가 많은 것 같다. 실제 매장에서도 LTE 단말기를 문의하는 손님이 늘었다”고 밝혔다. 이후 이동통신사들은 다시 5G 마케팅 비용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핫딜폰’ 등 대형 휴대전화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5G 단말기를 3만 원에 판매하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연말에 운 좋게 LTE 신형 스마트폰을 구매한 소비자라 해도 저렴한 요금제를 유지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동통신사가 11월 LTE, 3G 요금제를 대폭 정리했기 때문. 특히 가장 많이 가입한 5만 원대 요금제가 사라졌다. 이 요금제는 매달 20~30GB 데이터를 주고, 이를 전부 소진하면 매일 2GB씩 데이터를 지급했다. 하지만 요금제 변경 이후 매달 제공되던 데이터가 없어지거나 크게 줄었다. 

LG유플러스는 매달 6만9000원을 내야 매일 5GB 데이터를 받을 수 있다. KT의 같은 LTE 요금제는 매달 100GB 데이터를 제공하고, 이를 소진하면 통신 속도를 5Mbps로 제한한다. LTE의 평균 체감 속도가 10Mbps인 것을 감안하면 통신 품질이 크게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SK텔레콤의 요금제는 KT와 거의 동일했다. LTE에 머물러도 매달 1만 원가량 추가 부담이 있는 데다, 더는 무제한 요금제라 보기도 어렵다. 물론 매달 10만 원 이상 요금제에 가입하면 무제한으로 사용 가능하다. 하지만 이보다 싼 9만9000원이면 5G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다. 

동영상 위주의 콘텐츠 소비 환경에서 데이터 무제한은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깝다. 무제한 요금제가 아니면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마음대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집계에 따르면 9월 기준 5G 가입자의 79%가 무제한 요금제를 쓰고 있었다. LTE 도입 초창기 가입자가 30% 수준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무제한 요금제 가입률이 크게 상승했다.

통신비 인하 전력 없지만, 정부 믿을 수밖에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왼쪽에서 두번째)이 11월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메리어트 파크센터에서 열린 ‘통신사 CEO 간담회’에 참석해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를 당부했다. [뉴스1]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왼쪽에서 두번째)이 11월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메리어트 파크센터에서 열린 ‘통신사 CEO 간담회’에 참석해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를 당부했다. [뉴스1]

정부는 이동통신 3사 측에 중저가 요금제 출시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동통신사가 설비 투자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자 알뜰폰시장 활성화로 정책 방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는 12월 13일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승인하며 ‘알뜰폰업체에 망 도매가 인하’ ‘유무선 결합상품 동등 제공’ 등의 조건을 걸었다. 이후 LG유플러스를 필두로 5G 알뜰폰이 대거 출시됐다. 하지만 알뜰폰에는 아직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없어 안심하고 동영상을 볼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알뜰폰시장에서는 이동통신사와 유사한 보조금도 기대하기 어렵다. 휴대전화 판매업계 관계자는 “일부에서 이동통신비만 생각해 단말기를 비싸게 사더라도 5G 알뜰폰을 추천하는데,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그렇지가 않다. 불법보조금까지 생각하면 알뜰폰 단말기 가격이 70만~80만 원가량 된다. 저렴한 LTE 구형 스마트폰을 사는 게 아니라면 알뜰폰을 추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주간동아 1220호 (p8~11)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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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46호

2020.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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