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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美 소프트파워로 中 ‘디지털 레닌주의’ 흔든다

중국의 만리방화벽 뛰어넘으려는 미국의 ‘글로벌 만다린’ 미디어전쟁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美 소프트파워로 中 ‘디지털 레닌주의’ 흔든다

1 ‘미국의 소리(VOA)’의 중국어 방송에서 중국계 여성 앵커가 뉴스를 전하고 있다. 2 VOA가 중국의 반체제 인권 활동가 천광청(가운데)과 인터뷰하고 있다. 3 미국 워싱턴에 있는 VOA 건물. [VOA]

1 ‘미국의 소리(VOA)’의 중국어 방송에서 중국계 여성 앵커가 뉴스를 전하고 있다. 2 VOA가 중국의 반체제 인권 활동가 천광청(가운데)과 인터뷰하고 있다. 3 미국 워싱턴에 있는 VOA 건물. [VOA]

‘미국의 소리’(Voice Of America·VOA)는 미국 정부가 재정을 부담하는 국제방송국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2년 2월 24일 미국의 정책과 입장을 선전하고자 설립된 이후 독일어로 첫 방송을 했다. 이후 지금까지 한국어를 비롯해 중국어, 프랑스어, 스와힐리어, 다리어 등 45개 언어로 뉴스와 각종 프로그램을 송출해왔다. VOA는 처음에는 단파 라디오 방송만 했지만 현재는 AM과 FM 라디오뿐 아니라 위성 TV와 인터넷을 통해서도 방송하고 있다.


단파 라디오 국제방송국 RFA

VOA는 미국 정부의 해외 공보 업무와 문화 교류 사업을 관장하는 해외공보처(USIA) 소속이었다, 지난해부터 미국 글로벌미디어국(USAGM) 산하 기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USAGM은 미국의 모든 민간 국제 미디어를 감독하는 독립된 연방기관이다. USAGM의 전신은 1994년 설립된 국무부 산하 방송위원회(Broadcasting Board of Governors·BBG)였다. USAGM은 VOA를 비롯해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을 산하에 두고 있다. RFA는 한국어, 중국어 등 아시아지역의 9개 언어로 뉴스 등을 송출하는 단파 라디오 국제방송국이다. VOA와 RFA 등은 1994년 미국 의회가 제정한 ‘미국국제방송법(U.S. International Broadcasting Act)’에 따라 독립적인 편집권을 보장받고 있다. 특히 VOA는 언론의 자유가 없거나 제한적인 지역의 시청자들을 위해 정확하고 객관적인 뉴스를 보도하고자 노력해왔다. 

VOA가 최근 가장 공들여 방송하는 지역은 중국과 북한이다. 특히 중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임에도 언론의 자유가 없는 국가라는 혹평을 국제사회로부터 들어왔다. 실제로 중국은 공산당 일당 독재국가로, 국민에게 자유와 각종 민주주의 제도를 보장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중국 국민은 관영 언론매체로부터 일방적인 보도와 정보만 제공받을 뿐 아니라, 각종 검열 탓에 인터넷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조차 없다. VOA가 중국계 여성 앵커들을 기용해 중국어 방송을 대폭 강화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VOA는 6월부터 시작된 홍콩의 반중 시위 사태는 물론, 11월 24일 홍콩 구의회 선거에서 친중파가 참패했다는 소식 등을 중국계 여성 앵커들의 입을 통해 대대적으로 방송해왔다. 

USAGM은 중국에 미국의 이념과 가치인 자유와 민주주의를 널리 전파하려면 무엇보다 중국어 방송을 진행하는 VOA와 RFA의 콘텐츠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USAGM은 VOA와 RFA를 중심으로 ‘글로벌 만다린(Global Mandarin)’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만들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만다린은 소셜미디어, 인터넷, 방송, 동영상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24시간 내내 중국어로 전 세계에 뉴스와 정보를 전달하게 된다. ‘만다린’은 중국 표준어를 뜻한다. 특히 이 매체는 전 세계의 중국 국적이나 화교 출신 젊은 층을 겨냥해 딱딱한 뉴스뿐 아니라 생활, 문화, 스포츠 등 부드럽고 재미있는 콘텐츠 제작에도 힘쓰기로 했다. 현재 중국어판 VOA와 RFA의 주간 시청·청취자는 6500만 명에 달한다. USAGM이 글로벌 만다린까지 출범시키는 것은 갈수록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에 맞서 미국의 ‘소프트 파워(soft power)’를 유지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글로벌 만다린의 연간 예산은 최대 1000만 달러(약 119억3000만 원)가 될 것으로 보인다.


24시간 중국어로 뉴스 서비스

4 중국 CGTN 
앵커들이 신년 축하 인사를 하고 있다. 5 중국 CGTN 본부가 있는 베이징 국영 CCTV 건물. 6 중국 CGTN이 백인 여성 앵커를 앞세워 영어 방송을 하고 있다. [CGTN]

4 중국 CGTN 앵커들이 신년 축하 인사를 하고 있다. 5 중국 CGTN 본부가 있는 베이징 국영 CCTV 건물. 6 중국 CGTN이 백인 여성 앵커를 앞세워 영어 방송을 하고 있다. [CGTN]

하지만 USAGM의 글로벌 만다린 설립 계획은 중국 정부의 글로벌 미디어 강화 전략에 비해 상당히 뒤처져 있다. 중국 정부는 이미 최근 몇 년간 다양한 영어 방송 채널을 만들어 전 세계에 자국 이념을 전파해왔다. 실제로 중국 국영 CCTV는 2016년 영어 뉴스 채널을 ‘중국 글로벌 TV 네트워크’(CGTN)로 이름을 바꿨다. 기존에 있던 미국과 아프리카 본부를 강화하고, 지난해 6월에는 영국 런던에 유럽 본부도 세웠다. 현지 인력을 대거 영입하며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CGTN의 시청자는 현재 100개국 8500만 명이나 된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3월 VOA와 이름이 유사한 ‘중국의 소리’(Voice Of China·VOC)를 출범시켰다. VOC는 CCTV, 중국 국제 라디오TV 방송국, 중국 국가 라디오TV 방송국이 통합한 국제 라디오 방송 채널로, 140개국에서 65개 언어로 외국어 뉴스 방송을 내보내고 있으며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계속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VOC와 CGTN은 홍콩 민주화 시위 사태와 관련해 중국 정부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해왔다. CGTN도 VOA의 중국계 여성 앵커에 맞서 금발의 백인 여성 등 인종별로 앵커들을 내세우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이처럼 무역전쟁, 기술전쟁에 이어 미디어전쟁까지 본격적으로 벌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과 미디어전쟁에서 상당히 불리한 입장이다. 중국은 TV와 라디오뿐 아니라 인터넷과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각종 콘텐츠를 전 세계에 확산시키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이들 플랫폼을 중국에서 활용하기가 매우 어렵다. 중국 정부의 통제와 검열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으로 불리는 인터넷 통제를 통해 자국에 비판적인 뉴스가 전달되는 것을 철저히 막고 있다. 만리장성에서 이름을 따온 만리방화벽은 그동안 외국의 인터넷이나 SNS 접속을 차단하고, ‘톈안먼’ ‘달라이라마’ 같은 민감한 정치적 단어나 내용을 검열을 통해 삭제해왔다. 만리방화벽은 국가인터넷정보 판공실이 관할했는데, 지금은 공산당 중앙 직속 기관인 사이버보안정보화위원회가 총괄한다. 중국 정부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만리방화벽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USAGM은 핵심 타깃인 중국 젊은 층에 미국의 방송 내용을 전파하지 못하고 있다.


中 ‘1만 개 이상 도메인 막았다’

USAGM은 서버 우회 또는 P2P(peer to peer) 기술 같은 대안을 모색 중이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는 ‘VOA와 RFA의 새로운 네트워크가 중국 정부의 만리방화벽을 뚫을 방법이 있을지 확실치 않다’고 지적했다. 만리방화벽을 뛰어넘으려면 가상사설망(VPN)이라는 우회 접속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하지만 중국 정부는 AI를 동원해 VPN을 차단하고 있다. VPN은 인터넷망 같은 공중망이나 서비스업체의 전용망에 가상의 터널을 만들어 전용선처럼 사용하는 가상의 네트워크를 말한다. SCMP는 ‘중국 정부가 AI를 활용해 언론사이트뿐 아니라 기업의 정당한 경영활동과 관련된 1만 개 이상의 도메인도 막았다’고 보도했다.


디지털 레닌주의

중국 공안이 인터넷 카페에서 사용자들과 컴퓨터를 검열하고 있다(왼쪽). 중국의 강력한 사이버 통제 시스템인 ‘만리방화벽’을 풍자한 일러스트레이션. [imageChina, Daily d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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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안이 인터넷 카페에서 사용자들과 컴퓨터를 검열하고 있다(왼쪽). 중국의 강력한 사이버 통제 시스템인 ‘만리방화벽’을 풍자한 일러스트레이션. [imageChina, Daily dot ]

중국 정부는 최근 들어 홍콩 시위 사태, 미국과 무역전쟁 등과 관련해 외국 포털사이트와 뉴스 서비스를 완전 차단하는 등 인터넷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5월부터 연말까지 ‘인터넷 정화 작전’의 일환으로 불온한 내용이 올라온 국내외 뉴스사이트를 폐쇄하거나 차단하는 등 이른바 ‘교정 공작’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중국외신기자협회(FCCC)에 따르면 중국에서 취재를 승인받은 215개 외국 언론사 가운데 23%의 뉴스사이트가 차단됐으며, 영문 뉴스 31%가 접속이 금지됐다. BBC, 블룸버그, 가디언,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 요미우리 등 주요 외국 언론의 사이트는 모두 차단된 상태다. 유튜브, 넷플릭스, 구글 등 인터넷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텔레그램 같은 SNS는 접속이 제한돼 있다. 한국 언론들의 접속도 제한된 상태다. 중국 정부는 민감한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네이버, 다음 등 한국 포털사이트에 대한 접속도 차단해왔다. 

중국 정부는 특히 홍콩과 관련된 내용을 대부분 차단 또는 삭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화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들리는가, 민중의 노래(Do you hear the people sing)’의 경우 홍콩 시위대가 사용했다는 이유로 중국 인터넷과 SNS에서 모두 삭제됐다. 홍콩을 검색하면 중국 관영 언론매체가 미국과 외세의 홍콩 시위 개입을 비판한 칼럼들만 나오고 있다. 웨이보, 바이두, 위챗 등 중국의 대표 SNS에서 홍콩을 검색해도 시위 관련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미국 등 서방 언론은 중국 정부의 강력한 인터넷과 SNS 통제를 ‘디지털 레닌주의(Digital Leninism)’라고 부른다. 권력을 독점한 소수가 빅데이터와 AI를 이용해 인터넷을 통제하는 체제를 말한다. 이 용어는 독일 싱크탱크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의 제바스티안 하일만 연구원이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7년 10월 정보기술(IT)을 이용해 2기(2018~2023) 집권의 기반을 다지고 공산당의 생존을 연장하는 ‘디지털 레닌주의’를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널리 사용돼왔다. 국제사회가 다 아는 일을 중국 국민만 모르는 현상이 21세기 정보화 시대, 그것도 누리꾼만 7억 명이 넘는 인터넷 대국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중국이 후진국이라는 점을 증명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VOC와 CGTN은 갈수록 각국 국민의 TV는 물론, 인터넷과 휴대전화까지 점령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미디어전쟁에서 중국에 승리하려면 만리방화벽을 반드시 넘어야 한다.






주간동아 2019.12.06 1217호 (p46~49)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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