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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일본 앞서려니 북한이 토라지고, 북한 달래려니 일본에 져야 한다…”

‘불상 발사체’ 발표에 담긴 한일 정보 대결의 모순

“일본 앞서려니 북한이 토라지고, 북한 달래려니 일본에 져야 한다…”

북한이 쏜 미사일을 국방부가 불상 발사체라고 발표하자 이를 패러디한 그림. [인터넷 커뮤니티]

북한이 쏜 미사일을 국방부가 불상 발사체라고 발표하자 이를 패러디한 그림. [인터넷 커뮤니티]

올해 안보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불상 발사체’였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호되게 당한 북한은 5월 4일부터 단속적으로 북한판 이스칸데르나 ATACMS(에이타킴스)형 단거리미사일을 동해로 발사했는데, 그때마다 국방부는 북한이 불상 발사체를 쐈다고 발표했다. 한일 갈등이 불거진 이후 일본은 이 발사체가 올라간 고도를 정확히 밝히는데도 왜 우리는 탐지하지 못하느냐고 해 시비가 일었다. 

최대 코미디는 부처님오신날(5월 12일) 직전인 5월 9일 북한이 이것을 발사했을 때 일어났다. 국방부가 북한이 불상 발사체를 쐈다고 하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는 구름을 뚫고 하늘로 치솟는 불상(佛像) 그림이 나돌았다. 북한이 부처상을 발사했느냐는 조롱이 나온 것. 명품 상표인 베르사체(versace)에 빗대어 ‘발사체’와 발음이 비슷한 ‘바르사체(varsace)’ 미사일을 쐈다는 패러디도 돌았다. 

국방부는 뒤늦게 ‘미상(未詳)’ 발사체로 바꿨다. 상세히 알지 못한다고 하려면 미상이 옳다고 본 것이지만, 조롱을 피하려는 노력으로도 읽혔다. 왜 국방부는 일본처럼 고도를 밝히지 못하는 것일까. 

2010년까지 국방부는 항상 일본보다 늦게 북한이 미사일이나 발사체를 쏜 사실을 발표했다. 국방부에서는 이를 심각하게 여기는 이가 없었다. 국방부를 오래 출입한 기자들은 그 이유를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북한을 상대하는 것은 한국이니 우리가 먼저 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국방부는 받아주지 않았다.
 
2010년 말 ‘중앙일보’에서 오랫동안 국방전문기자를 해온 김민석 씨가 국방부 대변인이 됐다. 그리고 제일 먼저 한 일이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을 설득해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때와 장소를 적은 문자메시지를 출입기자들에게 곧바로 보내줘, 한국 언론이 일본 언론보다 먼저 보도할 수 있게 한 것이었다. 그리고 후속 정보를 보내줬으니 일본 기자들까지 일제히 한국 국방부로 몰려오게 됐다. 과장되게 표현하면 국방부 대변인의 말 한마디에 북한에 대한 세계 여론이 결정됐다.


2011년 부터 일본보다 먼저 알려

우리 군은 땅에 묻은 광케이블망을 중요 통신망으로 쓰기에 쉽게 감청당하지 않는다. 북한은 그렇지 못하다. 대부분 무선(無線)으로 하고 있다. 오랫동안 북한 통신을 감청해온 우리 군부대는 수시로 바뀌는 북한군의 암호체계까지 알아낼 수 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려 한다는 것을 미리 감지해내는 것이다. 



북한의 평북 동창리 발사장은 우리의 나로우주센터에 비유할 수 있다. 위성을 올리려고 쏘는 우주발사체는 매우 크기에 예고 없이 발사하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쏜 것으로 오인될 수 있다. 따라서 이것을 쏘려 할 때는 올라갈 각도와 분리된 단(段)이 떨어질 위치를 국제민간항공기구나 국제수로기구 등에 통보해 그 지역으로는 항공기와 배가 지나가지 않게 해야 한다. 이러한 통보 없이 발사하면 미국이 바로 공격할 수 있다. 

북한이 원산 갈마비행장이나 깃대령에서 쏘는 것은 미사일이다. 그러나 미국을 위협하지 못하는 단거리니 예고 없이 발사한다. 그런데 미사일을 쏘는 발사차량을 전개할 수 있는 곳은 포장도로나 활주로를 갖춘 공항 등으로 한정된다. 한국군은 금강 정찰기로, 미군은 첩보위성 등으로 그러한 곳을 상시 촬영하기에 북한군이 미사일 발사차량을 전개하는 것을 사전에 탐지한다. 그리고 대비하고 있다 북한이 뭔가를 쏘면 바로 궤적을 추적해 그것이 무엇인지 분석해낸다.


일본은 미군과 연합사를 만들 수 없다

북한이 미사일을 쏜 사실을 일본보다 먼저 발표하게 만들었던 기자 출신의 김민석 전 국방부 대변인. [뉴시스]

북한이 미사일을 쏜 사실을 일본보다 먼저 발표하게 만들었던 기자 출신의 김민석 전 국방부 대변인. [뉴시스]

한국군은 이지스함과 그린파인 레이더를 도입하면서 더 정교하게 북한의 미사일 궤적을 추적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궤적까지는 추적하지 못한다. 따라서 그곳까지 볼 수 있는 미군과 항상 정보를 교환해 비교해왔다. 1차 발표 때는 북한이 미사일을 쏜 사실만 알리지만, 후속 발표에서는 미군과 비교한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니 세계 언론은 한국 국방부를 주목하게 됐다. 

한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뿐 아니라 한미연합사를 통해 미군과 실질적인 연합군을 이루고 있기에 미군 정보를 바로 받을 수 있었다. 일본이 미국과 맺은 것은 안보조약이다. 일본은 헌법상 군대를 가질 수 없어 일본 방어는 미군이 해야 하는데, 이를 명시화한 것이 이 조약이다. 그러한 미군을 지원해주는 조수 역할을 하려고 만든 것이 일본 자위대다. 자위대는 정식 군대가 아닌 데다, 일본은 헌법상 군사동맹을 맺을 수 없으니 미군과 자위대는 연합군을 만들지 못한다. 

이 때문에 자위대는 일본 내에서 미군을 보좌하는 임무 이외의 것들에 대해서는 자유로울 수 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바로 이를 발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군은 미군과 연합군을 이루고 있고, 한국이 입수한 정보 중에는 미군이 제공해준 것도 있으니 북한이 미사일을 쏜 사실을 단독으로 발표하지 못했다. 이 무언의 족쇄를 김민석 전 대변인이 풀어냈던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다른 이유로 스스로 족쇄를 채워버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은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우주발사체 발사도 금하고 있다. 국방부가 김 전 대변인 시절처럼 북한이 미사일을 쐈다고 발표하면,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대북제재를 강화할 수도 있다. 현재 국방부는 미국이 미사일이라고 하면 그제야 북한이 미사일을 쐈다고 한다. 미국은 북한이 쏜 것이 단거리탄도미사일이라는 이유로 대북제재를 강화하지 않고 있으니 이를 따라가는 것이다. 

2013년 북한이 처음 보는 미사일을 발사했다. 위성사진으로 본 그 미사일은 신형이라 김 전 대변인은 북한이 불상 발사체를 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후속 발표에서 정체를 공개했다. 그리고 1보는 혹시 모르니 불상 발사체로 하고 2보부터 실체를 공개하게 됐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국방부는 정확한 2보를 내놓지 않는다. 1보도 늦게 보내주니 일본보다 늦게 북한이 미사일을 쐈다는 사실을 아는 나라가 돼버렸다. 

적잖은 사람이 한국이 일본보다 훨씬 적은 국방비를 쓰는 줄 아는데 그렇지 않다. 한국이 지출하는 연간 국방비는 50조 원으로 60조 원인 일본에 육박한다. 일본의 국방비 증가율은 연 0.7%대인 반면, 한국은 연 7%대인지라 3~4년 후면 역전될 수 있다. 곧 일본을 능가할 정도로 많은 국방비를 쓰는 한국이 일본보다 늦게 북한 미사일 정보를 알아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본을 능가하자니 북한이 토라지고, 북한을 껴안고 가자니 일본에 밀리는 굴욕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이리 가도 저리 가도 ‘꽉꽉’ 막히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안보관이다. 이러한 문재인 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주간동아 2019.09.20 1206호(창간기념호②) (p26~27)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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