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04

2019.08.30

황승경의 ON THE STAGE

뜨거운 삶의 기운을 받아 폭발하는 청춘

청소년무용극 ‘죽고 싶지 않아’

  • 공연칼럼니스트·공연예술학 박사

    lunapiena7@naver.com

    입력2019-08-30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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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 · 국립극단]

    [사진 제공 · 국립극단]

    “우리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지식을 알려주려 하지 마세요. 가뜩이나 공부하느라 힘든 아이들입니다. 학교에서 맛볼 수 없는 것, 단 한 가지만 가르쳐주세요.” 

    얼마 전 중학교 자유학기제 예술 수업에 출강했을 때 학교장이 한 당부다. ‘제도권 교육에서 맛볼 수 없는 한 가지’는 무엇일까. 

    2016년 초연 이후 올해로 세 번째 공연을 맞는 ‘죽고 싶지 않아’가 그중 하나가 아닐까. ‘죽고 싶지 않아’는 다소 생소한 ‘댄스시어터’ 장르로, 무용을 중심으로 연극과 음악, 미술이 융합된 종합극예술이다. 유명 독일 안무가 피나 바우슈의 작품들이 댄스시어터(독일어로 탄츠테아터·Tanztheater)를 대표한다. 대사가 있긴 하지만 몇 장면을 빼면 몸짓, 춤사위 위주의 넌버벌 공연에 가깝다. 등장하는 무용수는 총 11명. 2019년 버전에서는 그중 9명이 교체됐다. 과거 작품에 비해 움직임이 차지하는 비율이 늘었다. 


    [사진 제공 · 국립극단]

    [사진 제공 · 국립극단]

    댄스시어터에 기승전결이 확실한 이야기는 없다. 그 대신 현실 속 여러 상황을 늘어놓고 그에 따른 감정을 주제로 다룬다. 핵심 주제가 없어도 관객을 공연 속에 붙잡아두는 힘은 확실하다. 단단한 이야기를 전달할 때는 말과 행동이 필요하지만, 순간의 상황과 감정을 표현하는 데는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몸짓이 나을 때도 있기 때문. 

    ‘죽고 싶지 않아’는 일상에 지친 청소년을 다독이며 위로한다. “쉽게 흥분하고, 극도로 예민하며, 불안해서 좌절할 수 있어. 괜찮아. 지금부터 마음 열자.” 안무가 류장현은 경쾌한 ‘라데츠키 행진곡’, 우아한 ‘봄의 왈츠’ 같은 클래식부터 글로리아 게이너의 디스코곡 ‘I Will Survive’까지 다양한 음악과 춤을 사용해 무대를 꾸민다. 무대 위 무용수들이 뿜어내는 강렬한 에너지로 관객을 살고 싶게 만든다고 해 제목이 ‘죽고 싶지 않아’다. 마당놀이처럼 관객이 무대로 올라가 무용수들과 춤추면서 자유로움을 신명나게 만끽하는 커튼콜도 이 공연의 특징이다. 객석이 아닌 무대에서 함께 춤추며 관객은 화합, 소통, 공감, 그리고 융화의 의미를 되새긴다. 



    청소년기에는 인간의 기본 본능과 충동을 관장하는 대뇌 변연계가 한층 예민해진다. 하지만 감정과 욕구를 억제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짜증이 느는 반면, 정서는 시들어간다. 이 공연에서만큼은 다르다. 순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몸짓의 향연에 청소년 관객들이 쳐놓은 마음의 벽은 금방 허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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