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승경의 ON THE STAGE

유쾌 발랄 솔직하게 사랑을 담은 19禁 연극

연극 ‘극적인 하룻밤’

  • 공연칼럼니스트·공연예술학 박사

    lunapiena7@naver.com

    입력2019-06-2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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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 · 연우무대]

    [사진 제공 · 연우무대]

    서점에 가면 세계 유명 저자들의 다양한 사랑학 개론이 큰 책장을 하나 가득 채우고 있다. 호구지책을 챙기느라 바쁘다 보니 실전이 아닌 책으로 사랑의 미학을 되새기는 사람이 의외로 많기 때문. 하지만 사랑을 간접 경험하려면 책보다 연극을 추천한다. 눈앞에서 대사와 행동이 오가니 좀 더 현장감 있게 사랑의 단편을 경험할 수 있다. 사랑 이야기를 다룬 연극이 많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서로에 대한 감정을 막연하게 알고 있지만 어설픈 행동으로 사랑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남녀의 러브스토리가 10년간 서울 대학로를 지키고 있다. 이 연극을 보는 관객은 내가 왜 그때 사랑에 실패했는지를 되씹어보며 남녀의 시각 차이를 깨닫는다. 연극 ‘극적인 하룻밤’은 황윤정 작가의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명 당선작으로, 지금까지 40만 명의 관객과 만난 대표적인 스테디셀러다. 이 여세를 몰아 2015년 윤계상·한예리 주연의 동명 영화로도 제작됐다. 

    [사진 제공 · 연우무대]

    [사진 제공 · 연우무대]

    정훈(김다휜·김주일·신재열 분)은 친한 선배와 바람난 전 여자친구의 결혼식에 ‘쿨’한 척 참석한다. 주변을 의식한 그는 사람들이 없을 예식 시간에 굶주린 허기를 달래려 피로연 식당으로 달려간다. 거기서 술에 취해 인사불성인 시후(조혜선·정서희·권진란 분)와 맞닥뜨린다. 옥신각신 승강이를 벌이던 두 사람은 오늘 결혼식의 주인공들이 서로의 연인이었음을 알게 되자 동병상련의 아픔을 술로 달랜다. 시후의 엉뚱하고 도발적인 성격에 놀라면서도 싫지 않은 정훈은 그녀와 극적인 하룻밤을 보낸다. 하지만 이후 자꾸 달라붙으며 구애하는 시후에게 염증을 느낀 정훈은 그녀를 매몰차게 외면한다. 이번에도 어긋난 두 남녀는 사랑 방정식을 위한 긴 여정을 이어간다. 

    배우들은 젊은 남녀의 팽팽한 사랑의 감정선을 거침없고 직설적인 대사로 능청스럽게 연기한다. 중간중간 유쾌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두 남녀의 감정 변화는 극적 생동감이 넘쳐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최근에는 한국 창작 스태프와 중국 기술 스태프, 중국 배우들로 이뤄진 한중 컬래버레이션 ‘극적인 하룻밤’이 제작됐다. 5월 베이징에서 성황리에 공연을 가졌고, 앞으로 3년간 상하이 등에서 중국 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다. 원작에 담긴 연애와 사랑에 대한 청춘의 복잡한 심리를 중국 실정에 맞게 재창작했다. 10년간 대학로를 지킨 한국 로맨틱코미디 연극이 중국 젊은이들의 마음도 사로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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