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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닥터 김형준의 세·모·고(세상의 모든 고양이)

임신하면 고양이와 헤어져야 하나요?

임신하면 고양이와 헤어져야 하나요?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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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사람 사이에 서로 전파되는 병원체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을 ‘인수공통전염병’이라고 한다. 광견병(rabies)을 비롯해 조류독감(AI), 브루셀라, 탄저, 우결핵 등 많은 인수공통전염병이 있다. 수의사들이 이러한 질환의 전염을 막고자 수고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고양이와 가장 밀접하게 관련되는 질환이 바로 ‘톡소플라스마(Toxoplasma gondii) 감염증’이다. 

톡소플라스마는 공중보건학상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는 인수공통전염병 가운데 하나다. 고양이를 종숙주로 하는 세포내(內) 기생충으로, 사람을 포함한 모든 온혈동물이 감염될 수 있다. 인체 감염 시 대부분 증상이 전혀 없거나 가벼운 몸살 정도로만 나타나며, 자연적으로 치유된다. 

그런데 여성이 임신 중에 톡소플라스마에 감염된 경우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기생충이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 그럼 임신 주수에 따라 태아가 유산되거나, 기형아로 태어나기도 한다.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라면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다.


미국인 40%가 걸린 톡소플라스마

미국에서는 전체 인구의 40%가량이 톡소플라스마에 감염된 것으로 보고되며 국내에서는 적게는 8%, 많게는 25%가 감염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톡소플라스마의 매우 높은 감염률, 그리고 임신한 여성이 감염된 경우 태아에 미치는 위험성 등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이 인터넷으로 확산되면서 고양이와 함께 생활하는 이들에 대한 주변의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고 있다. 길냥이를 보살피는 ‘캣맘’ 중에서도 이러한 주변의 시선에 부담을 호소하는 이가 적잖고, 결혼 전부터 몇 년을 함께 지내온 고양이들과 임신을 계기로 생이별하는 여성들도 있다. 

하지만 함께 사는 고양이가 태아에게 위해를 끼칠 개연성은 거의 없다. 사람이 톡소플라스마에 감염되는 주된 경로는 톡소플라스마에 감염된 고기를 익히지 않거나 덜 익힌 채 먹는 경우다. 종숙주인 고양이가 분변으로 배출하는 원인체를 섭취하는 경로를 통해 감염되는 사례는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 또한 감염됐다 이겨낸 사람은 톡소플라스마에 면역력을 갖고 있다. 고양이를 통해 톡소플라스마가 태아에게 악영향을 끼치려면 무수한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첫째, 임신 중 접촉하는 고양이가 톡소플라스마에 난생처음 감염돼야 한다. 분변을 통한 병원체(oocyst)의 배출은 일주일가량 잠복기를 거쳐 2~3주간만 이뤄진다. 이후에는 감염된 고양이도 병원체를 배출하지 않는다. 

둘째, 분변이 배출되고 48시간이 지난 뒤 분변을 만져야 한다. 분변으로 갓 배출된 톡소플라스마 병원체는 감염력이 없다. 상온에서 이틀가량 시간이 지나야 감염력을 지닌 형태로 변화된다. 

셋째, 고양이와 접촉하는 임신부도 생애 첫 톡소플라스마 감염이어야 한다. 임신 전 톡소플라스마에 노출된 적이 있다면 이미 저항력을 획득한 상태이기 때문에 고양이 분변을 통해 감염력 있는 병원체를 접촉했다 해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넷째, 위 3가지 조건이 다 성립해 임신한 여성이 톡소플라스마에 감염됐다 해도 모든 경우에 태반감염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임신 중 처음 감염된 경우 그중 약 30%에서만 태반감염이 일어난다.


인수공통전염병이지만 웬만해선 걸리기 힘들어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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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는 산부인과에서, 고양이는 동물병원에서 톡소플라스마 검사를 할 수 있다. 검사 결과를 보면 톡소플라스마에 노출된 적이 있는지, 최근 감염된 것인지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고양이나 임신부 둘 중에 한쪽이라도 항체가 있다면 고양이와 헤어져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만약 고양이와 임신부 둘 다 아직까지 톡소플라스마에 노출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거나 검사를 받지 않았다면 임신 기간 내내 주의해야 한다. 

임신부는 날고기를 피하고, 육류는 충분히 익혀서 먹어야 한다. 음식을 만들 때도 생고기를 맨손으로 만지지 않는 것이 좋으며, 익히지 않는 채소류는 잘 씻어 먹어야 한다. 고양이 화장실도 날마다 깨끗이 치워야 하는데, 가능하면 임신부 이외에 다른 사람이 그 역할을 전담할 것을 권한다. 임신부가 꼭 고양이 화장실을 치워야 한다면 장갑을 끼고 하고, 끝난 후에는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는다. 외부 흙을 만진 경우에도 동일하다. 

고양이에게는 가급적 조리된 음식이나 상업적으로 판매되는 음식만 준다. 생식(raw food)을 꼭 해야 한다면 영하 12도 이하에서 24시간 이상 얼린 다음 해동해서 주도록 한다. 고양이가 면역력이 떨어지는 질환을 앓고 있는지, 이런 상태를 유발하는 약을 복용하고 있는지 등을 수의사와 상의하는 것도 좋다. 

마지막으로 고양이와 함께 사는 것이 임신부에게 그리 위험하지 않다는 사실을 고양이 반려인과 가족들이 충분히 인지해야 한다. 새로운 가족을 맞을 준비를 하는 임신부에게 고양이와 이별은 큰 충격일 수 있으며, 톡소플라스마가 일으킬 수 있는 문제는 충분히 예방 및 대비 가능하다. 임신을 이유로 그동안 함께 살아온 고양이와 헤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양이는 새로 태어날 아이에게 좋은 친구가 돼줄 것이다.






주간동아 2018.12.07 1167호 (p58~59)

  • 김형준 수의사ㆍ백산동물병원장 ppir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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