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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어르신 오지 마세요” 특급 호텔 피트니스클럽 나이 차별

서울 11곳 중 2곳만 “65세 가입 가능”…겉으론 “안전사고 우려”, 속내는 ‘물 관리’

  •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어르신 오지 마세요” 특급 호텔 피트니스클럽 나이 차별

“어르신 오지 마세요” 특급 호텔 피트니스클럽 나이 차별

동아DB

중소기업 회장인 서정윤(75·가명) 씨는 최근 한 호텔 피트니스클럽에 재가입을 요청했다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호텔 관계자가 서씨에게 “나이가 많아서 가입할 수 없다”고 한 것이다. 서씨는 수십 년 동안 이 호텔 피트니스클럽을 이용해온 ‘충성 회원’이었다. 사업상 한국과 해외를 오가느라 클럽에 자주 들르지 못할 것 같아  1년 전 회원권 계약을 해지했다 최근 재가입을 문의했다. 하지만 호텔 측 반응은 싸늘했다. 서씨는 “고령자 가입이 불가하다는 건 노인 차별”이라며 “현직에서 열심히 활동할 만큼 체력이 좋은데 ‘나이가 많아서 가입 자격이 안 된다’는 호텔 측 대응에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서씨가 재가입을 문의한 호텔은 서울 강북에 있는 특1급 호텔이다. 이곳을 포함해 서울 시내 특1급·1급 호텔 피트니스클럽이 고령자 가입을 제한하는지 확인해봤다. 총 11군데 피트니스클럽에 “만 65세이고 현직 종사자인데 회원 가입이 되느냐”고 문의했다. “연령에 관계없이 가입이 가능하다”고 대답한 곳은 R호텔, S호텔 등 단 2곳. “고령자라서 안 된다”고 잘라 말한 곳은 6곳이었고, “우리가 설명하기 어렵다. 회원권거래소를 통해 확인해보라”거나 “가능할 수도 있다”며 즉답을 피한 곳이   3곳이었다.
호텔 피트니스클럽의 회원으로 가입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먼저 호텔을 통해 신규로 회원권을 받는 것이다. 단 피트니스클럽의 회원 정원에 여유가 있을 때 가능한 방법이다. 두 번째로 회원권거래소에서 기존 회원에게 양도받는 경로가 있다. 호텔을 통한 가입은 회원권 가격이 정찰가로 매매되지만 회원권거래소를 통할 때는 시세에 따라 회원권 가격이 수시로 변한다. 서씨는 회원권거래소를 통해 중고 회원권을 양도받으려다 실패했다. 한 회원권거래소 관계자는 “신규 가입, 중고 회원권 양도 모두 피트니스클럽 운영위원회의 승인을 거쳐야 최종 가입이 이뤄지는데, 중고 회원권 양도로 가입을 신청한 경우 신청자 나이, 직업 등을 더 엄격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고 귀띔했다.

“안전사고 생기면 난감하다”

피트니스클럽 회원권을 거래하는 ‘동아회원권’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서울 강남·강북권 피트니스클럽 가입 제한 조건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피트니스클럽 30여 곳 가운데 대부분이 ‘만 20세 이상, 60세 미만’ 또는 ‘만 65세 이하’로 가입 연령을 제한하고 있었다. 이 중에는 회원 연령 제한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기자가 문의하자 “만 65세는 가입이 불가능하다”고 답한 곳도 2곳 있었다.
피트니스클럽은 왜 가입자 연령 제한을 두는 것일까. 만 65세 이상 노년층의 가입을 불허하는 호텔들의 설명은 한결같았다. “시설 이용 중 안전사고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고령자의 경우 무리하게 운동하다 쓰러지거나 건강상 문제가 생기면 호텔 측에서 뒷수습을 해야 하기에 난감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럼 피트니스클럽의 트레이너가 고령자에게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면 되지 않을까. 만 60세 이하만 신규 회원으로 받는 서울 강북권 호텔 피트니스클럽 관계자는 “트레이너가 고령자 회원 모두를 개별적으로 관리할 수 없고, 근래 고령자가 운동하던 중 몇 차례 안전사고가 발생해 가입 제한을 둘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A회원권거래소 관계자는 “피트니스클럽 회원들이 최소 3000만 원에서 1억 원이 넘는 돈을 내고 회원권을 사는 만큼 안전사고가 일어났을 때 호텔 측에 강하게 보상을 요구한다. 이 경우 호텔에서는 보상 문제로 골치 아플 수 있기 때문에 아예 고령자의 회원 가입을 막는다. 60세 이상 고객이 많이 항의하지만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안전사고 외 다른 이유도 있다. 회원의 평균 연령을 낮춰 ‘물 관리’를 한다는 이야기다.  
“어르신 오지 마세요” 특급 호텔 피트니스클럽 나이 차별

한 피트니스센터에서 만 60세 이상 회원들이 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동아일보


은퇴자 배제, 젊은 현업 종사자 선호

A회원권거래소 관계자는 “호텔들이 표면적인 이유로는 ‘안전사고 우려’를 내세우지만 사실 40, 50대 젊은 회원을 받겠다는 것”이라며 “특히 피트니스클럽 회원들이 주축인 ‘운영위원회’가 회원 가입 조건을 관리하는 데 막강한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회원 간 네트워크 형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현역에서 은퇴했거나 나이 많은 사람은 신규 회원으로 받기 꺼려 한다는 이야기다. 이 관계자는 “운영위원회는 클럽 회원의 평균 연령보다 젊거나 클럽에서 오래 활동할 수 있는 사람이 들어오길 바란다”며 “이는 회원 가입 대기자가 많거나 기존 회원들이 상류층에 속할수록 뚜렷한 경향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특1급 호텔 피트니스클럽은 회원권만 수천만~   1억 원 이상인 데다 300만 원 내외 연회비가 추가되기 때문에 상당한 자산가나 사회 지도층이 주로 가입한다.  
하지만 60세 이상인 사람들은 “호텔과 피트니스클럽의 횡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서울 강남권 호텔 피트니스클럽에서 회원 가입을 거부당한 김진규(62·가명) 씨는 “최소한 건강검진 확인서라도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김씨는 “요즘 60대는 예전과 달리 건강하고 사회활동도 활발하게 하는데 나이를 이유로 가입을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특1급 호텔 피트니스클럽에서 가입을 거부당한 후 1급 호텔 피트니스클럽 회원권을 산 이성백(63·가명) 씨는 “현직에 있는지 여부나 사회적 지위가 얼마나 높은지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현업에 종사하는 동년배 지인은 특1급 호텔 피트니스클럽에 신규 가입했지만, 은퇴한 나는 같은 클럽에 가입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대한노인회 관계자는 “호텔 시설이 나이를 이유로 가입을 제한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노인 연령(만 65세)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는데 호텔 측의 이 같은 행위는 시대를 역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호텔 시설의 이미지 전략상 가입을 제한한다면 이것은 특정 연령층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간동아 2015.12.16 1017호 (p36~37)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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