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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공천받으면 되능기고, 못 받으면 파인기라”

TK 개혁론 내건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이재만 전 구청장과 오차범위 내 접전

  • 대구=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공천받으면 되능기고, 못 받으면 파인기라”

“공천받으면 되능기고, 못 받으면 파인기라”

대구 동구을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오른쪽)의 지역구에 자리 잡은 방촌시장.

대구 동대구역에서 범어네거리로 이어지는 동대구로는 서울 세종로 다음 가는 대로다. 특히 도로를 구분하는 가로수 길이 눈길을 끈다. 서울 세종로에 광화문광장이 조성되기 전에 있었던 도로 중간 가로수 길이 동대구로에는 세 개나 설치돼 있어 마치 나무들이 열병식이라도 하는 듯한 모습이다. 여기에 심어진 가로수는 히말라야시더(개잎갈나무)다. 얼핏 봐서는 소나무처럼 보이지만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지시로 외국에서 구해다 심은 것으로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잘 보존돼 있다. 도로 확장으로 도로 중간에 놓인 가로수를 찾아보기 힘든 요즘 동대구로 가로수 길은 박 전 대통령을 추억하는 명물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는 박 대통령뿐 아니라 그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추억이 서린 곳이 많다. 계산성당도 그 가운데 하나.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계산성당은 TK(대구·경북) 가톨릭 중심지로,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2월 12일 당시 육군 중령이던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개혁의 중심이 되자

10월 23일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유서 깊은 계산성당에서 ‘대구가 개혁의 중심이 되자’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유 의원의 강연 요지는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켜 나라를 구하는 데 앞장섰고, 일제강점기에는 국채보상운동으로 구국운동에 발 벗고 나섰으며,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2·28 대구 학생의거 역사를 가진 TK가 개혁의 중심이 되자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유 의원은 TK 지역민이 스스로를 정치적 기득권층으로 인식하는 이유를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오랫동안 TK 출신 대통령이 통치해온 데서 찾았다. 광복 이후 현재까지 11명의 대한민국 대통령이 나왔는데 그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해 5명이 TK 출신이고, TK 출신 대통령이 재임한 기간은 전체 67년 가운데 39년으로 60% 가까운 시간을 통치해온 탓에 지역민 스스로 정치적 기득권층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것. 하지만 유 의원은 강연에서 “대구의 1인당 국민총생산(GNP)은 19년째 전국 꼴찌”라면서 “경제적으로 기득권층이 아닌데도 대통령을 배출했다는 이유로 스스로 기득권층이라 생각하고 그것을 지키려 하다 보니 보수화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유 의원은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는 개혁, 따뜻한 공동체와 정의로운 사회건설을 위한 개혁에 TK가 앞장서자”면서 경제성장과 양극화 해소, 남북통일을 개혁의 세 방향으로 제시했다.



대구 지역 오피니언 리더 사이에서 유 의원의 TK 개혁론은 상당히 설득력 있게 다가갔다고 한다. 대구의 한 중소기업인은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는 데 앞장섰던 TK 정신을 되살리자는 유 의원 주장에 100% 공감한다”고 말했다. 한 지역 언론인도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유 의원의 얘기가 호소력이 크다”고 분위기를 전하면서 “그런데 정작 유 의원 지역구 주민들에게는 TK 개혁론이 그다지 먹혀들고 있는 것 같지 않다”고 덧붙였다.

10월 8일 대구 동구을 지역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영남일보’ 여론조사에서 유 의원은 40.1% 지지율을 기록해 38.6%를 보인 이재만 전 동구청장과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1.5%p 리드를 지키고 있지만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는 게 지역 정가 인사들의 얘기다. 특히 새누리당 공천장을 누가 쥐게 되느냐가 내년 총선에서 가장 큰 변수가 되리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유 의원 지역구인 동구을에 자리 잡은 방촌시장 내 상인들은 “새누리당 공천 없이는 총선에서 당선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방촌시장 입구에서 만난 60대 후반의 한 상인은 “(새누리당) 공천받으면 되능기고, 못 받으면 파인기라”고 한마디로 정리했고, 방촌시장 앞에서 노점을 하는 70대 초반의 여성 상인은 “대통령과 그래 사이 나빠 되겠나”라며 “(국회의원) 더 할라믄 대통령을 도와야제”라고 했다.

“공천받으면 되능기고, 못 받으면 파인기라”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의 대구 동구 지역구 사무실에 걸린 박근혜 대통령 사진.

율하지구와 혁신도시

K-2 공군비행장과 가까운 지저동 주민들은 유 의원이 국회 국방위원장과 여당 원내대표 등 이른바 힘 있는 자리에 있는 동안 주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이던 비행장 이전과 소음 피해 보상 문제 등을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데 대한 원망이 적잖았다. 지저동에 산다는 70대 초반의 한 상인은 “누구는 재판해서 두 번씩 보상금 타먹고, 담 하나 차이로 누구는 한 번도 보상을 못 받는 억울한 일은 없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큰 정치도 좋고 개혁도 좋은데,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억울한 꼴 안 당하게 해주는 게 그기 개혁인기라”고 했다.

지저동, 방촌동, 해안동 등 구시가지 비행장 주변 지역에서 유 의원에 대한 평가는 그리 좋지 않다. 다만 대구이시아폴리스일반산업단지가 조성된 불로봉무동과 율하택지지구가 조성된 안심1동, 혁신도시가 자리한 안심3·4동 등에 개혁성향의 30, 40대 젊은 층이 대거 유입되면서 유 의원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는 얘기가 지역 내에서 돌았다.

8월 말 기준 동구을 인구는 22만여 명. 이 가운데 혁신도시가 들어선 안심3·4동 인구가 5만3000여 명으로 가장 많고, 율하택지지구가 있는 안심1동 4만5000명, 대구이시아폴리스일반산업단지가 들어선 불로봉무동 2만5000여 명, 방촌동 2만여 명 순으로 인구가 많다. 젊은 층이 꾸준히 유입되는 안심1·3·4동 인구가 동구을에서 유권자 수가 가장 많다는 점이 유 의원에게 다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것. ‘유 의원이 안심동 덕에 안심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10월 23일 계산성당 강연에서 유 의원은 “나는 절대 새누리당을 안 떠난다. 나는 새누리당을 지키고 새누리당이 바뀌는 게 대한민국이 바뀌는 거라고 확신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강연 이후 한 참석자로부터 내년 총선 공천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는 이렇게 답했다.

“새누리당 공천은 경쟁을 할 거고요. 상향식 경선을 해서 경선하면 당연히 경선에 참여하고 저는 공천을 받으리라고 100% 확신하는데…. 혹시 공천 안 되면 그때 가서 조용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동구에 자리한 유 의원 지역구 사무실에 들어서면 왼쪽 벽면 눈높이에 걸린 박 대통령 사진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 뒤로 ‘당당합니다’라는 글귀가 큼지막하게 걸려 있다. 대구지하철 1호선 방촌역과 용계역 꼭 중간에 자리 잡은 유 의원 사무실 위치는 마치 박 대통령과 대구 민심 중앙 어딘가에 있는 유 의원의 지금 처지를 암시하는 듯했다. 그는 과연 새누리당 공천장을 손에 쥐고 내년 총선에 나설 수 있을까.



주간동아 2015.11.02 1011호 (p12~13)

대구=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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