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31

2018.03.28

커버스토리

초딩은 동영상으로 말한다

말 배우기 전부터 동영상 노출…1인-1유튜브 채널 시대 활짝

  • 입력2018-03-27 11:3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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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색할 때 주로 어떤 인터넷 페이지를 여는가. 네이버, 다음, 구글 등을 떠올린다면 당신은 구세대다. 요즘 초등학생은 검색도 유튜브로 한다. 아침에 일어나 스마트폰을 손에 쥐면 유튜브부터 접속해 자신이 좋아하는 크리에이터의 영상을 보고, 궁금한 게 생기면 유튜브에서 검색해 찾아보는 식이다. 

    이들은 말을 배우기 전부터 동영상을 보며 자란 세대답게 텍스트 기반의 포털사이트 네이버, 다음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 트위터보다 유튜브를 더 선호한다. 지난해 3월 리서치 전문기관 ‘닐슨 코리안클릭’의 조사에 따르면 Z세대(13~24세) 가운데 유튜브를 이용하는 사람의 비율은 86%로 2위인 Y세대(25~39세) 76%보다 10%p 높았다. 유튜브 이용 빈도수도 하루 평균 실행 횟수 4.4회, 이용 시간 51.5분으로 다른 세대 평균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는 대부분 유튜브가 대세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일부는 자녀가 ‘TV 없이는 살아도 스마트폰 없이는 못 살 것’이라고 얘기할 정도였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주부 이현주(36) 씨는 “1학년 때까지는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아 엄마나 아빠 휴대전화를 빌려 보는 수준이었다. 지난 겨울방학 때 스마트폰을 사줬는데 크리에이터 ‘허팝’의 동영상에 빠져 방학 내내 보더라. 유튜브는 이용자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보면 비슷한 영상을 추천해주는데, 아이가 그렇게 추천 영상을 타고 들어가 끝도 없이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TV보다 유튜브, 검색도 유튜브

    보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영상을 찍어 올리는 초등학생도 늘어나는 추세다. 미취학 아동 때는 인기 크리에이터의 동영상을 찾아보며 감상하는 수준에서 그쳤다면, 초등학교에 진학해 고학년이 될수록 많은 학생이 개인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직접 동영상을 찍어 올리고 친구들과 소통하고 싶어 한다. 이들 가운데 일찌감치 부모의 도움을 받아 유튜브를 시작한 아이는 반에서 인기를 얻기도 한다. 

    초등학교 1, 4학년 두 자녀를 둔 워킹맘 김지현(39) 씨는 “두 아이 모두 유튜브에 관심이 많다. 큰아이는 올해 스마트폰을 사주면서 구글 계정을 만들고 유튜브 채널까지 개설해줘 동영상을 찍어 올릴 수 있는 권한이 생겼다. 둘째는 아직 1학년이라 계정을 만들어주지 않았는데 꿈이 크리에이터라고 얘기할 정도다. 사실 ‘1학년이 유튜브를 할까’ 싶었는데 같은 반 친구 가운데 아빠가 촬영해줘 유튜브 채널에 동영상을 올리는 친구가 있는 모양이다. 우리 아이한테 그 아이는 완전히 스타다. 계속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달라고 조르는데 너무 어려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저학년은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스마트폰이 있는 고학년은 유튜브 채널 개설에 어려움이 없다. ‘우리 아이는 유튜브 같은 거 안 해요’라고 생각한다면 부모만 모를 뿐이다. 이들은 대체로 자기 채널에 어떤 동영상을 올릴까 고민하고, 친구들과 영상을 공유하면서 댓글로 소통한다. 지난 3년간 ‘마이린TV’를 아들 최린 군과 함께 운영해온 아버지 최영민 씨는 “예전에는 모래밭에서 친구들끼리 소꿉놀이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는 식으로 놀았다. 요즘 아이들은 소꿉놀이하는 장면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유튜브 채널에 올리는 걸 놀이라고 생각한다. 얼굴까지 촬영하는 아이는 용기가 있는 편이고, 대부분 손으로 장난감을 갖고 노는 장면만 촬영해 올린다. 이런 단순한 영상이라도 꾸준히 올리는 경우는 별로 없고 몇 개 올렸다 지우고, 채널을 없앴다 다시 만드는 등 여러 시도를 해보면서 자기 채널을 운영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기업들도 유튜브 주력 소비층으로 부상한 초등학생들을 주시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KT는 1월 유튜브 크리에이터 매니지먼트를 전문으로 하는 CJ E&M 계열의 다중채널네트워크(Multi Channel Network·MCN) 사업자 다이아TV와 협업해 키즈 예능채널 ‘짝쿵TV’를 개설했다. 초등학생 인기 크리에이터인 ‘마이린TV’의 최린, ‘간니닌니 다이어리’의 김가흔, ‘어썸하은’의 나하은 등을 모아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영하기 시작했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다. 현재 짝쿵TV의 인기 프로그램은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는 ‘오늘은 게임왕’, 미래 되고 싶은 직업의 전문가를 초대하는 ‘커서 뭐할까?’, 파자마 파티를 콘셉트로 한 ‘안방스쿨’ 등이다. 영상은 대부분 10~15분으로 짧지만 흥미롭게 편집됐다. 조회 수 하루 평균 5000회, 일주일 평균 7만 회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10년 뒤 경제력 생기면 파급력 더 커질 것

    2월 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유튜브 팬페스트 코리아 2018-키즈페스티벌’ 행사장에서 관람객들이 ‘유라야 놀자’의 인기 유튜버 유라(본명 최다은)의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동아DB]

    2월 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유튜브 팬페스트 코리아 2018-키즈페스티벌’ 행사장에서 관람객들이 ‘유라야 놀자’의 인기 유튜버 유라(본명 최다은)의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동아DB]

    KT는 1월 키즈 예능채널 ‘짝쿵TV’를 개설해 어린이 콘텐츠를 선보였다. [유튜브 화면 캡처]

    KT는 1월 키즈 예능채널 ‘짝쿵TV’를 개설해 어린이 콘텐츠를 선보였다. [유튜브 화면 캡처]

    LG유플러스도 2월 24일 구글코리아와 함께 ‘유튜브 팬페스트 코리아 2018-키즈페스티벌’을 개최했다. 그동안 구글코리아는 인기 크리에이터와 구독자 간 만남의 장인 팬페스트 코리아를 열었는데, 올해는 급격히 성장하는 유아·아동시장을 겨냥해 키즈페스티벌을 별도로 마련했다. 해당 행사는 티켓 오픈 당일 20분 만에 표가 동날 정도로 관심이 높았으며 첫날 4000명 넘는 유·아동과 부모가 몰렸다. 이날 게임 크리에이터 ‘도티’와 ‘잠뜰’을 비롯해 실험 크리에이터 ‘허팝’, 쿡 크리에이터 ‘아리키친’ 등 국내 유명 크리에이터가 대거 참석해 호응을 얻었다.
     
    이처럼 동영상 플랫폼 시장에서 유아와 아동이 주력 소비층으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지난해부터 여러 기업과 연계한 다양한 사업이 개시되는 추세다. 유진희 한국엠씨엔(MCN)협회 사무국장은 “2010년대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생기기 시작한 초창기에는 게임과 먹방이 주 콘텐츠로 형성됐고, 최근 3~4년간은 뷰티 크리에이터가 각광받았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키즈 콘텐츠 쪽이 확장되는 추세다. 예를 들면 SK텔레콤의 SK B tv나 LG유플러스 같은 IPTV 안에 하나의 키즈 채널과 콘텐츠를 독점 공급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향후 유튜브시장은 어떤 식으로 변화할까. 디지털시장은 워낙 예측하기 힘든 방향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어떤 신생 플랫폼이 새롭게 등장할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어린 시절부터 동영상을 본 아이들이 자랄수록 영향력도 커져 유튜브 독주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진희 사무국장은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경우 승자독식 체제가 심한데 이미 100만 구독자를 가진 이들의 위세가 상당하다. 이들을 팔로하는 사람들은 주로 10대와 20대로, 10~20년 뒤 경제력까지 갖추게 된다면 주력 소비층으로 부상할 것이다. 따라서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와 창작자, 기업 등 관련자 모두는 향후 수익모델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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