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15

2017.11.29

영주 닐슨의 글로벌 경제 읽기

“비트코인 거래 장부는 누가 관리하나요?”

가상화폐를 신뢰 혹은 불신하는 이유

  • 입력2017-11-28 16:2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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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전통 화폐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shutterstock]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전통 화폐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shutterstock]

    비트코인에 대한 얘기가 무성하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개념이나 투자 원리보다 ‘누가 얼마를 벌었다더라’ 식의 결과론적 얘기가 대부분이다. 국내 대표 비트코인 거래소인 빗썸(bithumb)의 거래량은 세계 상위권에 든다. 또한 최근 들어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했다. 올해 초 1000달러가 채 안 되던 비트코인 가격이 11월 20일 현재 8000달러를 넘어섰다. 

    비트코인의 중심에는 ‘레저(ledger)’라는 일종의 장부가 있다. 이 장부에는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모든 사람에 대한 기록이 있다. 예를 들어 장부상 A는 비트코인 100개를, B는 50개를 갖고 있다고 치자. A가 B에게 비트코인 5개를 주는 거래를 한다면 이 장부에서 A는 비트코인 5개가 줄어들고, B는 5개가 늘어난다. 비트코인을 사고파는 모든 사람은 이 장부를 믿고 거래한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누구를 믿고 이 거래를 하는 것일까. 장부를 관리하는 정부 기관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비트코인 거래 순서 정하려면 함수 풀어야

    짐바브웨는 최근 쿠데타로 정권교체가 일어나는 과정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2배 가까이 치솟았다. [shutterstock]

    짐바브웨는 최근 쿠데타로 정권교체가 일어나는 과정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2배 가까이 치솟았다. [shutterstock]

    비트코인 거래에 참여하는 사람은 모두 똑같은 장부를 가질 수 있다. 만약 새로운 거래를 하고자 할 때는 비트코인 시장에 참여한 모든 이에게 네트워크상에서 공표를 하게 된다. A가 B에게 비트코인 5개를 준다고 하면 모든 참여자가 동시에 자신의 장부를 업데이트하는 것이다. 그리고 모두가 이 장부를 볼 수 있다. 물론 이 장부를 직접 관리하지 않더라도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다. 장부 업데이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파워 유저(power user)들이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을 사용하려면 은행과 마찬가지로 계좌를 만들어야 한다. 이때 해당 계좌번호는 ‘수학적’으로 생성된다. 해당 계좌번호에 연결된 프라이빗 키(private key)는 비트코인 지갑(wallet)에 보관된다. 그리고 수학 함수가 이 프라이빗 키와 연결해 거래가 생길 때마다 돈을 보내는 사람의 사인, 그리고 돈을 받는 사람을 확인하기 위한 암호를 생성한다. 이렇게 해서 누가 얼마의 돈을 누구에게 보내는지 알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빠진 것이 있다. 돈을 언제 보냈는지는 정확지 않다는 것이다. 은행을 통한 거래라면 은행이 순서를 결정하기 때문에 논란이 없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이 동시에 거래하는 가상화폐 시스템 안에서는 ‘순서’가 분명치 않다. 네트워크 속도 등에 따라 거래 명세 메시지의 전달 시점이 모두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순서도 가상화폐 참여자가 함께 정한다. 일단 거래 레코드가 생성되면 이는 새로운 거래를 모아두는 곳에 저장된다. 그런 다음 순서를 정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은 자기가 풀고 싶은 거래를 정한 후 함수를 풀이하면 된다. 이 과정을 암호그래픽 해시(cryptographic hash)라 하는데, 엄청나게 많은 ‘추측의 값’을 넣어야만 답을 찾을 수 있다. 끊임없이 숫자를 넣어 함수가 요구하는 값에 가까워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또한 거래 저장소에 모인 거래들과 이미 값을 구한 거래들의 관계를 보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함숫값이 구해지면 해당 거래는 순서를 결정하는 체인 안에 정식으로 자리하게 된다. 

    이렇게 여러 사람이 함수를 풀어 얻은 순서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이 동의한 것이 거래 순서가 된다. 그렇다면 한 사람이 똑같은 것을 여러 번 보여주면 되지 않을까. 그렇다. 결국 이를 방지하려고 사람 두뇌로는 풀기 어려운, 컴퓨터 파워가 요구되는 계산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한 문제를 푸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 여러 번 똑같은 풀이법을 보여주지 못하도록 말이다. 

    함수를 푼 사람은 코인을 받는다. 이를 ‘채굴’(마이닝·mining)이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코인 수가 늘어난다. 비트코인은 2140년까지만 코인 수를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은 ‘화폐혁명’일까, 아니면 ‘사기’일까. 

    10월 세계적인 금융회사 JP모건체이스(J.P. Morgan Chase)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당신이 비트코인을 살 만큼 멍청하다면 언젠가는 그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해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앞서 9월에는 비트코인을 ‘사기’라고 칭하기도 했다. 그는 “비트코인 시스템을 뒷받침하는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은 중요하지만, 정부가 공인하지 않은 가상화폐의 가치는 이해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비트코인 투자는 재밌지만 위험

    필자가 가상화폐가 어떻게 생성되고 거래되는지를 아주 간단히 설명한 것만 봐도, 우리가 보통 화폐와 연관해 생각하는 정부나 중앙은행 같은 존재는 비트코인 시스템 안에 없다. 가상화폐 불신론자들도 이런 점을 문제 삼는다. 물론 가상화폐와 그 기술적 과정이 기존 은행의 시스템을 몇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현재 은행 시스템 안에서는 거래를 성사시키고 기록을 맞춰보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하지만 가상화폐 시스템과 해당 기술은 이러한 번거로움을 단축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전통 화폐의 기능을 가상화폐가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는 이가 많다. 이들은 함수를 푸는 것만으로 새로운 화폐가 생겨나고 또 그 대가로 코인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비트코인을 화폐로 신뢰하기 어렵게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정반대 예도 있다. 최근 짐바브웨는 2009년부터 이어진 초인플레이션과 극심한 경제위기로 통화가치가 거의 사라졌다. 이에 비트코인은 짐바브웨에서 항상 높은 가격을 유지했다. 11월 중순 급기야 도로에 탱크가 등장하며 정치적 위기가 절정에 다다르면서 짐바브웨 비트코인 가격은 2배 가까이 치솟았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무섭게 오르고 있다. 1월 중순 비트코인 가격은 800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무조건 오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최근 중국 정부가 가상화폐를 허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다음 날 바로 바닥을 쳤다. 이후 6월 3000달러, 7월 2000달러, 9월 초 5000달러, 9월 중순 3200달러 등 수시로 급등락했다. 

    비트코인 투자에 앞서 가장 중요한 건 수익률과 변동성이다.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크고 투자처가 분명하지 않을 때는 현금 보유를 늘리는 게 일반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비트코인은 분명 재미있지만 위험하다.

    영주 닐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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