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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노는 바닥분수, 깨끗한가요

수질정화장치 갖춘 곳 절반도 되지 않고 민간 분수는 관리 사각지대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아이들 노는 바닥분수, 깨끗한가요

아이들 노는 바닥분수, 깨끗한가요

[동아 DB]

날씨가 더워지면서 서울 광화문광장의 바닥분수는 아이들에게 즐거운 놀이터가 되고 있다. 흠뻑 젖은 채 물줄기 사이를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표정은 해맑기만 하다. 이처럼 여름철이면 서울 시내 곳곳에 설치된 바닥분수나 공원 내 물놀이장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이들이 물놀이하는 곳의 절반 이상이 수질정화장치를 갖추지 않아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뿐 아니라 지난해까지 수질검사조차 제대로 받지 않은 시설도 일부 있고, 아파트 등 민간에서 관리하는 시설은 아예 당국의 관리 대상에서 빠져 부모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분수 제대로 관리 안 돼

서울 영등포구의 이모(36여) 씨는 주말이면 두 아이와 함께 서울 여의도 물빛광장을 찾는다. 이곳에는 아이들이 물놀이를 할 수 있는 분수와 물길이 구비돼 있다. 이씨는 “아이들이 좋아해 데려간다. 하지만 가끔 물길에 부유물이 있거나 강아지가 물에 들어가는 것 등을 보면 혹시 아이들이 놀기에 물이 더럽지는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분수나 물길 등 수경시설 가운데 아이들이 들어가 물놀이할 수 있는 곳을 접촉형 수경시설이라 한다. 대표적 예가 바닥에서 바로 물이 분사되는 바닥분수다. 접촉형 수경시설이 아닐 경우 울타리를 치고 물놀이에 적합하지 않다는 내용의 경고문을 달아 출입을 막는다. 서울시에 설치된 수경시설은 지난해 기준 총 466개. 이 중 접촉형 수경시설은 218개다. 고장으로 사용하지 않은 14개를 빼고 204개가 운영됐다.

환경부의 ‘물놀이형 수경시설의 관리지침’에 따라 접촉형 수경시설은 비수기에는 한 달에 한 번, 성수기인 7~8월에는 한 달에 두 번 수질검사를 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서울시의 접촉형 수경시설 수질검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 5월 성백진 서울시의회 의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가 관리하는 접촉형 수경시설 가운데 89개(약 44%)에서 수질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중 12개에서는 수질관리 기준치를 초과한 세균 등이 검출됐다. 수질검사 횟수를 채우지 못한 곳은 71개나 됐다. 또 6개는 단 한 번도 수질검사를 받지 않았다. 환경부는 기존 지침을 고쳐 올해 3월 물놀이형 수경시설 운영관리 가이드라인을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배포했다.

이에 따라 접촉형 수경시설은 올해부터 분수가 가동되는 동안에는 무조건 한 달에 두 번씩 수질검사를 해야 한다. 또 환경부는 1월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수질수생태계법)을 일부 개정했다. 이에 따라 수질관리 기준이 법제화돼 이를 위반한 시설은 300만 원 이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특히 수질관리 기준이 법제화되면서 염소소독 기준인 ‘유리잔류염소’ 항목이 추가됐다. 물을 염소로 소독했을 때 생기는 잔류염소를 측정하는 것. 수도법 시행규칙 제22조2에 따르면 오염될 우려가 있는 경우 잔류염소가 ℓ당 0.4~1.8mg 함유돼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수경시설도 수질검사 시 잔류염소 0.4~4.0mg/ℓ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그래야 대장균, 레지오넬라균 등 수인성 전염병의 원인이 되는 균이 번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법 개정으로 접촉형 수경시설의 수질검사가 강화됐지만 시민들의 불안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서울 구로구의 김모(34여) 씨는 “2주에 한 번씩 수질검사를 한다지만 바닥분수에 아이들을 들여보내기가 꺼려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여름철이면 동네 아이들이 이 분수에서 물놀이를 하는데 검사 주기가 너무 긴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매일 청소해야 하는 것 아냐?”

아이들 노는 바닥분수, 깨끗한가요

서울 여의도 물빛광장 분수와 피아노물길. 주말마다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는 곳이지만 상수도가 아닌 지하철 용수를 사용하며 수질정화장치도 설치돼 있지 않다.[뉴스1]

서울시의 접촉형 수경시설 중에는 수질정화장치가 내장돼 매일 자동으로 수질정화가 이뤄지는 곳도 있다. 하지만 절반 이상의 물놀이시설에는 정화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다. 지난해 4월 남창진 서울시의회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접촉형 수경시설 가운데 정화장치가 설치된 곳은 204개 중 81개(39.7%)에 불과했다. 서울시에 확인한 결과 올해 새로 정화장치를 설치한 곳은 없었다.

비교적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물빛광장의 분수와 피아노물길, 종로구 광화문광장과 우정총국광장의 바닥분수에도 수질정화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다. 특히 물빛광장의 두 수경시설은 상수도 물이 아닌, 인근 지하철역에서 나오는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다.
 
이에 일부 시민은 수질정화장치 설치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 관악구의 정모(32) 씨는 “정화장치 없는 물놀이시설은 어느 유치원 아이들이 사용하는 수영장 물을 2주에 한 번씩 소독한다는 말과 같다. 어떤 부모가 이 수영장에 아이를 들여보내고 싶겠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성 의원도 보고서를 통해 ‘새로 짓는 접촉형 수경시설만이라도 자체 수질정화장치를 설치해 수질오염 사고 발생을 예방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예산 부족으로 시내 모든 접촉형 수경시설에 수질정화장치를 설치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존 수경시설에 정화장치를 설치할 경우 개당 1000만 원가량 예산이 든다. 현재 예산으로는 설치 확대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2주당 1회 수질검사만으로도 아직까지 문제가 발생한 이력이 없다. 만약 문제가 적발된다면 그 즉시 해당 시설은 수질관리 기준을 회복할 때까지 폐쇄되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 밖에도 물놀이시설과 관련된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이용자가 많은 시설의 경우 매주 수질검사를 하고 있다. 방학기간에는 일부 시설에 한해 주 3일 수질검사를 할 계획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수경시설의 수질오염을 막으려면 이용자 준수사항(이용수칙)을 잘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물놀이형 수경시설 이용자 준수사항’에는 △수경시설의 물 음용 금지 △애완동물 입장 금지 △영아는 방수형이나 수영 기저귀 착용 △신발 신고 들어가지 말 것 △시설 이용 중 음식물을 섭취하지 말 것 등의 내용이 명시돼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애완동물, 신발, 기저귀 등에 있던 세균으로 물이 오염될 수 있으므로 관련 이용수칙을 이용자들이 잘 지켜야 한다. 하지만 안전 등의 이유로 신발을 신은 채 시설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고 주인의 부주의로 물놀이시설에 애완동물이 들어가는 등 이용수칙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용수칙 준수를 독려하고자 시에서는 물놀이시설 주변에 해당 내용을 담은 표지판을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이들 노는 바닥분수, 깨끗한가요

서울 강남구 양재천 물놀이장에도 수질정화장치가 없다.[동아 DB]

아파트 바닥분수는 관리 사각지대

아이들 노는 바닥분수, 깨끗한가요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의 장미원분수.[뉴스1]

그나마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분수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아파트 등 민간시설에 설치된 접촉형 수경시설은 따로 수질관리 기준이 없어 수질오염 정도를 파악하기조차 힘든 실정이다. 환경부의 수질수생태계법 개정으로 새로 짓는 접촉형 수경시설은 반드시 수질정화장치를 설치한 뒤 신고를 거쳐 당국의 관리를 받게 돼 있다. 하지만 민간시설의 경우 어린이 놀이시설 내부에 설치된 물놀이 설비만 관리 대상에 포함되고 아파트 등에 설치된 수경시설은  빠져 있다.

경기 의왕시에 사는 대학생 윤모(26) 씨는 “어린아이들이 아파트 바닥분수에서 노는 것을 가끔 보는데 수질관리가 잘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여름에만 하루 4시간씩 바닥분수를 가동하지만 수질관리 기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분수를 이용하는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해 자체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소독하고 한 달에 두 번씩 저수조 청소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제도 도입 당시 아파트 등 민간시설 내 수경시설을 법 대상에 편입시키는 것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과도한 대상 확대로 제도가 잘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우선 공공시설과 일부 민간시설로 한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민간시설 등을 포함해 향후 법적 관리 대상 확대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며, 이 결과를 바탕으로 민간시설의 편입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간동아 2017.08.02 1099호 (p42~4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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