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89

2015.05.26

미국엔 샘 스니드 한국엔 최상호

최고령 기록 행진

  • 남화영 골프칼럼니스트 nhy6294@gmail.com

    입력2015-05-26 14: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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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상호 프로골퍼가 GS칼텍스 매경오픈 골프대회에서 국내 최고령 본선 진출 기록을 경신했다. 5월 14~15일 벌어진 예선 경기에서 72, 74타로 컷을 통과한 데 이어 17일 마지막 날에는 71타로 공동 26위까지 올랐다. 종전까지 최고령 컷 통과 기록은 2007년 최윤수 프로가 KPGA선수권에서 기록한 58년 11개월 1일이었으나 이번에 최상호 프로(1955년 1월 4일생)가 60년 4개월 11일로 2년 가까이 늘린 것이다.

    최상호 프로의 ‘최고령’ 기록은 이것뿐이 아니다. 2005년 국내 투어 최다승인 43승과 최고령 우승 기록(50년 4개월 25일)을 함께 세웠다. 공교롭게도 이 3개 기록이 모두 경기 성남시 남서울컨트리클럽(CC)에서 나왔다. 그는 이 골프장에서 헤드프로로 오래 근무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코스를 잘 파악하고 있는 베테랑이기도 했다.

    최상호 프로는 국내 투어 25승 이상을 거둬 한장상, 김승학 프로와 함께 모든 대회의 영구 출전 자격을 가졌다. 하지만 자신이 출전할 경우 젊은 선수의 출전 기회를 뺏을까 봐 시니어 투어만 뛰다 3년여 만에 참가한 것이다.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제79회 마스터스 골프대회에서 노장들이 보여준 활약도 또 다른 자극제가 됐다. 64세 벤 크렌쇼가 은퇴 경기를 가진데 이어, 66세 톰 왓슨은 첫날 라운드에서 1언더파 71타로 최고령 언더파 기록을 작성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보다 더 어린데…’ 하는 생각이 최상호 프로의 마음을 움직였을 터.

    미국 프로골프협회(PGA) 투어 최고령 우승자는 1965년 그레이터 그린스보로 오픈에서 52년 10개월 8일로 우승한 샘 스니드다. 일생 동안 82승을 거둔 투어 최다승자다. 스니드는 최고령 PGA투어 톱10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63년 3개월 4일 나이로 1975년 B.C.오픈에서 공동 8위에 올랐다. 최고령 본선 진출 기록도 그가 세웠다. 1979년 PGA챔피언십에서 67년 2개월 7일 나이로 컷을 통과했다. 미국에 샘 스니드가 있다면 한국에선 최상호 프로가 똑같은 기록을 세우고 있다.



    유러피언투어로 넘어가 보면, 꽁지머리를 휘날리며 시가와 와인을 즐기는 스페인의 미겔 앙헬 히메네스가 최고령 우승자다. 지난해 5월 19일 스페인오픈에서 50년 133일 나이로 연장전 끝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미 전년도 유러피언투어 홍콩오픈에서 49세로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운 뒤 자신의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히메네스는 유러피언투어에서 쌓은 총 21승 중 14승을 40세 이후에 거둔 전형적인 대기만성형 골퍼다. 지난해 마스터스 골프대회에서는 4위에 올라 메이저 최고령 우승을 위협하기도 했다.

    일본골프투어(JGTO)에서 최다승(94승)을 거둔 전설적인 선수 ‘점보’ 오자키 마사시는 이순(예순 살)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시니어 투어가 아닌 정규 투어에 출전했다. ‘정규 투어에서 뛰지 않으면 현역 선수라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2013년 4월 25일에는 66세 나이에 62타를 쳐 일본 정규 투어 사상 최초로 에이지 슈트(18홀 경기에서 자기 나이와 같거나 더 적은 스코어를 기록하는 일)를 달성했다. 점보라는 별명처럼 큰 몸집으로 젊은이들과 겨루는 그의 노익장을 보려고 골프장을 찾는 올드 팬이 부지기수다.

    최상호 프로도 시니어 투어뿐 아니라 정규 투어에서 더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레전드급 선수가 대회에 출전해 젊은 선수들과 겨루는 건 결코 젊은 선수들의 밥그릇을 뺏는 게 아니다. 투어 전체 흥행에도 도움이 된다. 내년에는 새로운 최고령 기록을 경신하거나, 톱10에 들거나, 아직 세우지 못한 최고령 언더파 기록 또는 오자키처럼 에이지 슈트 기록에 도전하면 어떨까. 나이와 상관없이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이 진정한 챔피언이고, 그것이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스포츠맨십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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