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75

2023.02.03

폭락장 내 집 마련 전략… 고점 대비 30% 내리면 잡아야

[조영광의 빅데이터 부동산] 인천 송도·대구, 실거래가 상승하며 바닥 다지는 중

  • 조영광 하우스노미스트

    입력2023-02-0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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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새해 초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책을 담은 ‘1·3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뒤 부동산 거래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지난해 고점 대비 30%나 하락하며 시장에 충격을 안겼던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는 한때 12억 원까지 밀렸던 공급면적 83㎡(25평형)가 올해 1월 들어 다시 14억 원에 거래되고 있다.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충격을 직접적으로 받은 서울 강동구 ‘고덕그라시움’ 국민평형(34평형·112㎡)은 올림픽파크포레온 분양이 개시된 지난해 11월에는 13억 원, 12월에는 14억 원에 거래됐다.

    최근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공급면적 83㎡가 14억 원에 거래됐다. [뉴스1]

    최근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공급면적 83㎡가 14억 원에 거래됐다. [뉴스1]

    지난해 거래 가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1000채 이상 신축 대단지의 거래 양상이 시장 분위기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국내 가격지수통계를 대표하는 KB부동산 매매가격지수를 살펴봐도 서울 평균 매매가격지수보다 서울을 대표하는 시세총액 톱20 단지의 매매가격지수가 시장의 다이내믹한 흐름을 더 잘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그래프1 참조). 앞으로도 거래 가뭄이 지속된다면 평균 매매가격지수보다 시세총액 톱20 단지의 매매가격지수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분양시장 역시 이슈 단지의 청약과 계약 성적이 지역 부동산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난해 말 올림픽파크포레온을 시작으로 오랜만에 서울 분양장이 열렸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초기 계약률이 60~70%에 머문 것으로 확인되면서 사실상 실패에 가까운 성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인근 강동구 길동에서도 비슷한 시기 ‘강동헤리티지자이’ 분양이 이뤄졌는데, 53 대 1이라는 1순위 청약경쟁률이 지정계약 완판이라는 성적으로 이어졌다. ‘25평형 7억 원’이라는 분양가가 얼어붙은 부동산 심리를 급속도로 해빙하며 실수요를 움직이게 한 것이다. 강동헤리티지자이가 하락 공포에 움츠려든 부동산시장에 주는 시사점은 명료하다. 서울 중상위권 입지에 위치한 25평형 신축 7억 원은 꽤 매력 있는 가격이라는 것이다. 비슷한 시점에 분양한 장위뉴타운 대장주인 ‘장위자이레디언트’ 역시 7억 원대에 분양가가 책정된 25평형은 지정계약에서 74%가 판매되는 준수한 성적을 거둬 신축 소형의 매직 넘버는 ‘7억 원’을 입증했다.

    서울 분양가 저항선은 25평형 7억

    서울 바로 옆 ‘준서울’ 지역인 경기 광명에서도 분양단지 2곳이 견본주택 문을 열었다. 광명에서 최고 입지를 자랑하는 철산 재건축 ‘철산자이더헤리티지’는 1순위 평균 1.8 대 1, 광명10구역을 재개발한 ‘호반써밋그랜드에비뉴’는 1순위 평균 1.4 대 1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로 준서울 광명의 체면을 구겼다. 두 단지의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9억 원 수준으로, 아무리 준서울 신축이라도 고금리의 찬바람 속에서 9억 원이라는 분양가는 얼어붙은 시장 심리를 녹이기에 역부족임을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이는 강동구에 이웃한 또 다른 준서울 도시인 경기 하남 미사신도시에서도 증명됐다. 미사신도시의 최근 실거래 현황을 살펴보면 한때 10억 원 넘게 거래되던 ‘미사강변센트럴풍경채’ 전용 84㎡는 8억 원까지 하락했으며, 인근 ‘미사강변더샵센트럴포레’ 전용 84㎡ 역시 8억 원대에 실거래됐다. 또한 공세권과 학세권 입지를 자랑하는 ‘미사강변푸르지오’ 전용 84㎡은 9억 원을 넘지 못하고 지난해 12월 8억9000만 원에 실거래가 이뤄져 준서울 국민평형 신축은 9억 원이라는 강한 저항선이 형성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점 기대심리’에 집중해야

    더불어 최종 집계된 지난해 서울 매매가 변동률을 보면 크게 ‘+’를 나타낸 곳은 서초구와 용산구다(그래프2 참조).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도봉구, 송파구와 극명한 대비를 보였는데, 이는 어두운 미래가 점쳐지는 상황에서 부동산 잠재 수요는 미래 입지가 아닌 ‘현실 입지’에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준서울’은 ‘준서울’일 뿐 결국 ‘서울’이 아니라는 냉엄한 현실 입지 잣대가 올해 대한민국 부동산 가치평가에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분양시장을 넘어 재고주택시장의 거래 현황을 살펴보자. 흥미롭게도 하락 부동산의 고유명사로 불리던 인천에서 저점 거래가 발생하고 있다. 메말랐던 인천 거래의 물꼬를 튼 곳은 인천의 자존심 ‘송도국제도시’다. GTX-B 노선이 설치될 인천대입구역을 마주한 2개 단지에서 1월 거래가 발생했는데, ‘송도더샵퍼스트파크(F15)’ 30평형은 7억7000만 원, ‘송도SK뷰센트럴’ 33평형은 6억6000만 원에 실거래됐다. 비록 2개 단지의 거래 시세에는 격차가 있지만 저점 대비 모두 상승한 실거래라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다. 송도학군의 중심에 있는 ‘송도더샵8단지그린애비뉴’ 34평형은 1월 6억9000만 원에 거래돼 역시 저점 거래가인 6억 원 대비 9000만 원 상승한 실거래가를 기록했다.

    인천의 대장 신도시 송도국제도시와 경기의 대장 신도시 동탄2신도시 모두 고점이던 2021년 대비 급락세를 면치 못했으나 “언제가 저점이냐”라는 ‘저점 기대심리’에서 차별화된 흐름이 포착된다. 대중의 숨겨진 심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네이버 검색량 추이를 살펴보면 ‘동탄신도시집값’ 검색량 대비 ‘송도신도시집값’ 검색량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반등을 보이며 저점 기대심리가 강하게 형성되고 있음을 알렸다(그래프3 참조).

    현재 대한민국 부동산은 강남을 포함한 전 지역이 고점 대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표면적인 하락폭은 같아도 저점 기대심리가 높게 표출되는 지역부터 ‘반등 전환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급락장에서 ‘추가 하락 여부’에 대한 뜨거운 관심보다 더 무서운 것은 ‘무관심’이다. 같은 급락을 겪은 단지라도 부동산 뉴스나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실시간 순위에 오르내리는 단지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단지보다 저점 기대심리가 높다. 인천은 검단신도시의 대거 입주로 대세 반등은 어렵겠으나, 송도국제도시의 저점 기대심리 추이를 감안한다면 올해 하반기 송도 반등은 ‘정해진 미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고점 대비 30% 하락한 부동산 주목

    지방 하락 부동산의 고유명사로는 ‘대구’를 꼽을 수 있다. 미분양 무덤이 된 대구는 지속적인 집값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단, 대구 상급지인 수성구와 달서구에서 저점 거래 시그널이 미세하게 잡히고 있다. 수성구 ‘e편한세상범어’ 33평형은 지난해 12월 5억8000억 원에 실거래됐으나, 올해 1월 연달아 2건이 거래되며 6억1000원으로 실거래가가 바닥을 다지고 있다. 달서구 감삼동 ‘삼정브리티시용산’ 35평형은 지난해 12월 4억4000만 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지난해 저점 거래가인 3억5000만 원 대비 약 1억 원 상승한 가격이다. 1만 채 넘는 미분양이 적체된 대구의 초과잉 상황을 감안하면 수성구와 달서구는 올해 눈에 띄는 반등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미분양 감소가 가시화될 내년 여름 이후 대구는 다른 지역과 차별되는 반등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하락 부동산의 고유명사가 된 인천과 대구가 일러주는 공통된 시사점이 있다. 대중에게 널리 회자될 만큼 강력한 하락을 경험한 두 도시 모두 상급지부터 저점 거래가 다져지고 있으며, 그 가격대는 고점 대비 약 30% 하락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의 가치투자 전문가 하워드 막스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S&P500, 다우존스, 나스닥 등 글로벌 주가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점 대비 30%가량 하락한 후 반등의 서막을 알렸다고 한다. 이는 흥미롭게도 앞서 살펴본 인천, 대구 집값의 고점 대비 저점 거래가의 낙폭과 유사한 수준이다. 비단 인천과 대구뿐 아니라 강남의 대장 재건축단지인 ‘은마아파트’ 35평형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2억 원에서 약 30% 하락한 8억 원에 바닥을 다지고 상승했으며, 서울 상위 20% 아파트의 실거래가(중간 거래가 기준)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9억5000만 원에서 약 30% 하락한 6억9000만 원에 바닥을 다지고 올랐다. 관심 있는 단지의 25~34평형 기준 실거래가가 고점 대비 약 30% 하락한 수준에서 꾸준히 거래될 때가 바로 폭락장에서 조용히 내 집을 마련할 타이밍인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전매제한 완화, 실거주 의무 전면 해제 등 시장 자율에 따른 거래 촉진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에 따라 시중 매물이 증가해 지난해보다 거래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고점 대비 하락 거래가 이뤄지더라도 거래가 집중되는 지역과 아파트 단지는 저점 기대심리 발현의 시그널이다. 거래가 증가하는 곳은 적정가에 대한 시장 불확실성이 조기에 해소되면서 바닥에 먼저 도달할 것이다. 올해는 평균 흐름보다 개별 대장 단지의 거래 양상에 집중해 고점 대비 30% 하락한 곳을 찾아보자. 오랫동안 학군, 일자리, 상권 등 탁월한 입지 평판이 쌓여 현실 입지 자체로 만족할 수 있는 동네라면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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