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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마저 버릴 수 있는 형국, 글로벌 기업이 ‘보호 1순위’

  •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주제네바 대사

홍콩마저 버릴 수 있는 형국, 글로벌 기업이 ‘보호 1순위’

  • ●미·중 갈등 심화로 금융허브 홍콩은 ‘버릴 수 있는 카드’ 신세
    ●통상질서는 양자 또는 복수국 간 협정체제로 급속 재편
    ●보호무역 극심해져 국가가 글로벌기업 보호에 나서야
[신화=뉴시스]

[신화=뉴시스]

최근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책임과 홍콩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이 초강수를 주고받으며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 미국우선주의를 천명하면서 대중(對中) 무역적자, 중국의 불공정 교역 관행과 첨단기술 탈취를 맹비난하고, 중국산 수입품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며, 중국인의 미국 투자에도 급제동을 걸었다. 중국도 미국의 일방 조치를 비난하면서 보복 관세 부과로 맞대응하는 등 양국 갈등은 심화해왔다.

미국의 대중국 강경론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거슬러 올라가면 2001년 잠자는 중국을 깨워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시킨 미국의 원죄가 있다. 미국은 중국이 WTO에 가입하고 시간이 지나면 국제규범에 따른 무역자유화를 통해 시장경제를 도입할 것이라는 어설픈 기대를 했다. 그러나 중국은 다자간통상체제를 수출 및 해외투자 확대에 활용해 혜택을 향유하면서도 국가가 모든 생산요소를 통제하는 국가자본주의(State Capitalism)체제를 강화해왔다. 더욱이 ‘MIC-2025’와 ‘중국몽(中國夢)’을 외치면서 인공지능(AI), 5G(5세대), 로보틱스(로봇+테크닉스) 등 첨단기술을 육성하고 2050년까지 제조업 최강국이 되기 위한 전략을 정부 주도로 추진해왔다.

부상하는 중국과 상대적으로 쇠퇴하는 미국의 전략적 경쟁은 이제 뉴노멀이 됐다. 학자들은 역사적 사례를 들어 두 강대국이 갈등과 대립관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는 ‘투키디데스 함정(Thucydides Trap)’, 또는 새로운 질서가 정착할 때까지 상당 기간 혼란이 지속되는 ‘킨들버거 함정(Kindleberger Trap)’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홍콩은 체제 경쟁의 전초전

[AP=뉴시스]

[AP=뉴시스]

미·중 갈등은 2018~2019년 관세전쟁을 거쳐 올해 1월 무역합의로 다소 진정되는 것처럼 보였으나,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결정과 미국의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 철회 시사가 맞부딪쳐 본격적인 경제체제 경쟁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1997년 6월 말 홍콩에 대한 중국의 주권이 회복되면서 홍콩기본법은 홍콩인이 홍콩을 다스린다는 ‘항인치항(港人治港)’과 한 나라에 두 개 제도가 공존한다는 ‘일국양제(一國兩制)’의 시행 근거가 됐다. 즉 홍콩특별행정구는 2047년까지 현재 자본주의체제와 영미법체제를 유지하고 외교와 국방을 빼고는 ‘고도의 자치권’을 향유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지난달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가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밀어붙인 것은 2014년 우산혁명과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에 대한 저항을 계기로 반중·폭력적 민주화운동이 거세진 데다, 미국이 2019년 신장웨이우얼자치구 인권법 및 홍콩 인권법을 통과시키면서 개입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분리, 반역, 전복, 국가이익 탈취, 외국의 정치 개입을 금지하는 홍콩기본법 제23조는 최근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의 근거 조항이기도 하다.



한편 미국의 1992년 홍콩 정책법은 ‘고도의 자치’ 유지를 전제로 홍콩에 무역·금융 부문 등에서 중국 본토와 다른 특별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이 법을 확장한 홍콩인권법은 국무부로 하여금 홍콩 자치에 대한 연례평가 보고서를 제출하게 하고 위반 인사 및 기관의 자산 동결, 비자 제한과 징벌적 벌금 부과 등을 규정하고 있다. 5월 2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홍콩이 ‘고도의 자치’를 향유하지 못한다고 보고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의 특별지위를 철회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홍콩에 적용될 국가보안법은 2~3개월간 전인대 상무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반포될 예정이며, 홍콩 특별지위 철회 조치 등 미국의 상세한 맞대응 내용도 아직은 미정이다. 양측이 서로 총을 겨누고 있으나 방아쇠는 당기지 않은 형국으로, 홍콩의 금융·외환시장은 외형적 안정 속에서도 극도의 공포감에 휩싸여 있다. 향후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으로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철회되면 홍콩은 금융·투자·무역 허브의 지위를 잃게 되고 미국과 중국은 물론, 홍콩과 경제관계를 유지하는 많은 나라가 피해를 입을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중국 전략

5월 20일 백악관이 발표한 ‘대중국 전략적 접근’ 제하의 보고서는 대중국 전략을 포괄적이면서도 일목요연하게 담고 있다. 이 보고서는 “1979년 중국과 수교 이후 중국의 개혁과 개방을 기대했으나 중국 공산당 지배체제는 자유무역질서를 이용해 정치·경제·군사적 영향력 확대에만 치중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중국은 WTO 가입 후에도 국가자본주의체제강화, 지식재산권 침해와 강제 기술 이전 등 불공정 무역 관행 및 중국의 표준 확산에만 주력했고,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인 자유권, 생존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했으며, 정치·군사·기술적 영향력을 기반으로 미국과 동맹국의 이해 및 글로벌 공급사슬을 저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미국은 중국과 전략적 경쟁 속에 있고 국가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 공산당의 도전에 대응해야 하며 주권, 자유, 법치, 공정성 및 호혜성 원칙을 포함하는 2017년 국가안보전략(NSS)과 인도·태평양 전략의 비전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3월 ‘2020년 미국 통상정책 어젠다’ 보고서도 대중국 전방위 압박을 예고하고 있다. “무역적자 해소, 미국 상품의 대중국 수출 확대, 지식재산권 보호, 거시경제 정책과 환율정책의 투명성 강화 등 1단계 합의 사항의 성실한 이행을 촉구하고 나아가 산업보조금, 국영기업, 중국의 과잉생산 등 구조적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대량살상무기, 마약, 인권 위반을 이유로 한 자산 동결과 입국/무역 제한을 가하는 경제제재를 강화하고, ‘경제번영네트워크(EPN)’ 등 탈중국 공급사슬 구축, 중국인의 대미투자 제한, 외국기업의 회계책임 강화, 이중용도(dual use) 물품 및 서비스의 대중국 수출 제한을 확대해가고 있다.


중국의 대미국 전략

중국은 중국 기업에 대한 규제와 관세 장벽을 강화해온 미국 우선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해왔다.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핵심 기술의 연구개발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MIC-2025’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 2050년까지 산업능력을 증진해 세계적 제조업 강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한 중국의 기술개발은 주권적 권리이며, 미국의 일방적인 무역 및 투자 규제는 무역규범 위반이라고 주장하면서 강경 대응을 강조해왔다. 일각에서는 인위적인 위안화 환율 절하나 현재 보유한 미국 채권 매도 가능성을 시사하고 애플, 퀄컴, 시스코 같은 미국 IT(정보기술)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규제하거나 중국의 독점금지법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중국은 경제·통상 분야에서는 대화와 협력을 하겠다는 태도를 취하면서도 중국 국가자본주의체제에 대한 도전에는 단호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과 1단계 협상에서는 비교적 유화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중국의 경제시스템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보조금이나 국영기업 문제와 관련해서는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태도를 드러내고 있어 앞으로 미·중 간 2단계 협상은 험로를 예고한다. 또한 영토 문제 등 중국의 주권적 권리에 도전하는 행위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 역시 단호하다. 이번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결정은 아무리 홍콩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일지라도 영토주권이 훼손되는 경우 희생시킬 수도 있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전망과 대응 방향

미·중 양국의 대립은 단순히 경제·통상·기술 분야를 넘어 전략 및 패권경쟁으로 치닫고 있어 세계 경제질서는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극심한 혼란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홍콩을 둘러싼 충돌은 양국의 마찰 면이 확대되는 전초전일 뿐이다. 단기적으로 11월 미국 대선 정국과 중국의 내부 결속 강화 움직임으로 양국의 강 대 강 대치가 지속돼 불확실성은 극대화될 테고, 중장기적으로는 계속 내연할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각국 정부의 경제 개입, 외국인투자 규제 및 보호주의 조치가 강화되고, 제조업의 리쇼어링(reshoring)과 양국 간 생산·투자·무역·기술 분야의 탈동조화(decoupling)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다만, 속도와 방법은 조정될 여지가 있다. 양방향 교역이 6600억 달러(약 790조 원)를 기록하고, 막대한 누적투자로 경제의 상호의존성이 심화돼 일정 부분 협력할 수밖에 없는 ‘수인(囚人)의 딜레마’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양국의 1단계 합의가 대표적 사례다. 성공적이라고 자평했으나 핵심 쟁점인 경제시스템 차이에서 발생되는 문제는 2단계 협상으로 미룬 미봉책이었다. 대선 정국과 국내 경제 불안을 고려한 양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미·중 갈등의 악화로 세계 통상질서는 다자간무역체제에서 양자 또는 복수국 간 협정으로 재편될 것이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을 중심으로 높은 수준의 무역규범을 합의하는 한편, 대중국 수출 통제 및 제재 조치를 강화해나갈 전망이다. 두 강대국 간 전략적 경쟁이 격화하면서 정치·안보 및 경제적 단층을 형성되고 제3국에게 편들기를 강요하고 있다. 한국, 호주, 인도, 러시아를 포함하는 G7 확대 또는 아시아·태평양지역에 경제번영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미국의 구상이나 기존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재점검하면서 영향력 확대를 모색하는 중국의 구상은 일맥상통한다.

동맹국인 미국과 경제의존도가 높은 중국 사이에 낀 한국은 고도의 전략적 판단과 결정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 운신의 폭이 좁지만 무역에 명운을 걸어야 하는 한국이 고수해야 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이다. 그 기반 위에서 국내 정책을 추진하고 대외적으로는 양자든, 복수국 간 협정이든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중층적 네트워크를 구축해가야 한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서양 격언이 있다. 위험을 분산하라는 뜻이다. 정부와 기업은 무역시장의 다변화를 추진하고 리쇼어링과 현지 생산 방식을 고려해 무역·투자 전략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정부는 각국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다양한 보호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해외에서 기업 보호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경주하는 동시에, 외국의 공격적인 국내시장 침탈과 기술 유출 움직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언택트(untact) 경제와 디지털 경제가 더욱 활성화되고 글로벌 공급사슬이 변화될 것임에 비춰 데이터 이용과 개인정보 보호, 그리고 인터넷 활성화와 사이버 보안 강화의 필요성을 둘러싼 갈등도 조화롭게 풀어나가야 한다.






주간동아 1243호 (p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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