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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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좌측 깜빡이 켜고 후진’ 진보단체도 등 돌린다

[이종훈의 政說] 진보 이중성 보이는 新적폐 누적, 참여연대·민변·민언련 줄줄이 비판

  •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입력2021-08-16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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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4월 20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융복합 연구개발(R&D)단지 LG사이언스파크 전시관에서 운전대를 잡은 자세로 미래형 자동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동아DB]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4월 20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융복합 연구개발(R&D)단지 LG사이언스파크 전시관에서 운전대를 잡은 자세로 미래형 자동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동아DB]

    법무부가 8월 1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가석방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즉각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가석방이 결정된 8월 9일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 결정은 기회는 불평등하고 과정은 불공정하며 결과도 정의롭지 못한 명백한 재벌 총수에 대한 특혜 결정이며, 사법 정의에 대한 사망선고”라고 지적했다. 민변 역시 같은 날 “가석방심사위원회가 검찰 측 부동의 의견과 선례를 무시하면서까지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을 허가한 것은 재벌 특혜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논평했다.

    개혁이 아니라 퇴행에 가깝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문재인 정부를 지탱해온 두 축이다. 두 단체는 올해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 보고서를 내놨다. 참여연대는 7월 21일 ‘문재인 정부의 멈춰선 개혁, 성과와 한계’라는 제목으로 보고서를 발간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42개를 선별해 이행 여부를 확인한 결과 30개는 미흡했고, 5개는 이행되지 않아 ‘사실상 폐기된 상태’라는 지적이 담겼다.

    참여연대는 문재인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한 권력기관 및 검찰 개혁과 관련해 “고위공직자 비리 행위에 대한 독립적 수사기소기구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조직이 신설됐다. 법무부 탈검찰화, 경찰과 검찰 간 수사권 조정, 국가정보원법 개정 등 일부 성과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경찰의 커진 권한에 대한 민주적 통제 방안이 매우 미흡해 개혁이 아니라 퇴행에 가깝고, 국가정보원의 수사권 이관을 3년 유예하는 등 한계도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혁 과정도 국민의 기본권 보호나 시민 통제의 관점보다 권력기관 사이 권한 나누기에 초점을 두고 진행돼 개혁 방향이 왜곡됐다. 권력기관의 권한 총량은 오히려 증가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민변 역시 5월 6일 ‘문재인 정부 4년, 100대 국정과제 6대 분야 개혁입법 평가 보고서’를 내놨다. 민변은 해당 보고서에서 현 정권의 국정 기조가 노무현 정부와 유사하다고 비판했다. 즉 “문재인 정부는 정치개혁과 권력기관 개혁 과제에 들이는 집중력에 비해 재벌(갑을)개혁과 노동개혁, 부동산과 주거개혁 등 사회·경제·민생개혁 분야에서 집중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처음부터 지지부진한 분야도 상당수 있었다”며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후보가 공정과 상생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박영선 후보가 벤처기업, 스마트 도시 등 혁신경제를 주된 공약으로 내거는 모습은 문재인 정부 초기와 달라진 국정의 우선과제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무현 정부 당시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촛불혁명에서 표출된 대개혁을 위한 요구를 국정 과제로 선정해놓고 막상 국정의 중심은 신산업, 벤처 육성 등을 명분으로 재벌 대기업이나 성공한 벤처 중견기업의 요구를 반영하는 데 있는 것은 아닌지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보 성향의 단체이다 보니 진보적 관점에서 초심과 멀어진 개혁 경로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다. 이 부회장 가석방에 관한 비판 역시 같은 관점에서 이뤄졌다. 현 정부도 노무현 정부처럼 임기 말 ‘개혁 성과 부진’으로 핵심 진보 지지층으로부터 비판받는 역설적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언론중재법)을 놓고도 정부와 진보 진영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정의당 이은주 원내대변인은 8월 10일 의원총회 직후 “주요 권력집단이 비판적 보도를 막을 목적으로 악용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 나아가 헌법에 보장된 표현 및 언론의 자유를 제한할 우려 역시 크다”며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의 언론중재법에 대해 언론노조를 비롯해 언론 시민단체 상당수도 반대하고 있다. 사회적 컨센서스를 만들지 못하는 법을 이토록 졸속 강행 처리하겠다는 민주당의 방식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언론중재법, 권력자 악용 가능성 있어

    진보 언론단체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역시 7월 30일 언론중재법에 대해 “시민의 언론 피해 구제 강화라는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할 뿐 아니라, 권력자의 배액배상제 악용 가능성에 대한 대응 장치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한다”며 “민주당과 열린민주당, 국회는 배액배상제 부분을 수정 보완해 권력집단의 악용을 막고 진정한 시민의 언론 피해 구제 강화를 위한 법안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의당과 민언련은 공통적으로 ‘권력집단의 악용’을 우려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뜨거운 논란이 된 사안은 ‘진보의 이중성’이다. 적폐 청산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그들도 적폐 세력과 다름없는 기득권 세력으로 변해 갑질을 일삼는 등 신적폐를 누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다. 노무현 정부에서부터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586 운동권 정치세력’이 보여준 행보는 일관되다. 그들에게 개혁은 자신들의 기득권 지키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노무현 정부 말기 진보단체들은 재벌개혁을 비롯한 개혁 과제 달성이 미진한 부분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는 다를 것이고 또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큰 차이가 없었고 이중성만 여실히 드러났다. 진보단체들이 최근 우려를 표시하는 이유다. 진보 ‘신권위주의’는 그들로서도 용납하기 어렵다.

    진보단체들이 보기에도 개혁적이지 않은 이 정부를 우리는 어떻게 역사에 기록해야 할까. 민변이 논평에서 언급했듯이, 노무현 정부처럼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한 정부로 기록해야 할까,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후진한 정부로 기록해야 할까. 판단은 개인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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