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음식 주문 애플리케이션(앱) 업계에 수수료 0% 바람이 불고 있다.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7월 2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8월 1일부터 업주들과의 동반성장과 상생을 위해 바로결제 서비스 주문 중개 수수료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튿날 업계 2위인 ‘요기요’를 운영하는 (유)알지피코리아는 주문 중개 수수료는 물론 외부결제 수수료까지 0%인 상품을 8월 중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상생인가 견제인가
업계 양대 경쟁사가 수수료 인하에 나서자 이들이 주요 수익원을 포기하는 의중에 관심이 쏠린다. 스마트폰에서 클릭 몇 번으로 간편하게 배달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배달 앱들은 전단지를 뒤적여가며 전화를 걸던 주문 풍토를 획기적으로 바꿔놓았다. 이 과정에서 배달 앱들이 업체들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물린다며 ‘수수료 갑질 논란’이 점화되기도 했다.
배달의민족은 국내에서 이용자 수가 가장 많은 배달 앱이다. 8월 둘째 주 기준 다운로드 수 1900만 건을 넘어섰다. 가맹 음식점은 전국 15만 곳으로, 월 500만 건 이상의 주문이 앱에서 발생한다. 매출은 지난해 기준 291억 원가량. 파워콜(3만 원)과 울트라콜(5만 원) 등 월정액 광고와 모바일 결제(바로결제) 수수료가 주 수익인 배달의민족이 이번 결정으로 포기하는 건 매출의 30%(약 90억 원)에 달한다. 이와 달리 요기요는 결제 수수료가 주 수입원이다. 종전까지 업계 최저 수수료(2.5%)를 받아온 ‘배달통’은 당분간 현 상태를 유지하기로 했다.
일단 소비자들 반응은 나쁘지 않다. 과거처럼 앱 주문자와 전화 주문자 간 음식물 양이나 질에 차등을 주는 얌체 업주들이 사라질 거라는 기대감과 함께 수수료까지 고려해 상향평준화된 배달음식의 단가가 내려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가맹점주들은 배달 앱들의 이번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현행 같은 수수료 정책이 지속적으로 유지될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서울 성동구 행당동에서 치킨·호프집을 운영하는 장모(50) 씨는 “전에는 고객이 배달 앱으로 2만 원짜리 치킨을 주문하면 수수료를 2000원 가까이 내야 해서 부담스러웠는데 그런 부담이 사라진 점은 좋다. 하지만 배달 앱 회사들이 언제 수수료를 올리거나 광고료를 높게 책정할지 몰라 당장 메뉴 가격 인하는 부담스럽다. 당분간 추이를 지켜볼 생각이다. 앱을 통한 주문량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호경 배달의민족 홍보팀장은 “(수수료 0% 발표 이후) 가맹점주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다. 가맹 문의전화와 주문량도 전주 대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성 팀장은 “당장은 손해지만 서비스를 확대해나가고 푸드테크 시장을 키우는 과정에서 단기적인 매출보다 고객 확보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외식 배달 서비스인 ‘배민라이더스’ 외에도 내달 중으로 신선식품 배달 서비스인 ‘배민프레시’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요기요를 운영하는 알지피코리아(대표 나제원)와 배달통(대표 김태훈)은 5월 30일 나제원 대표가 양사 대표를 겸임하고 김태훈 대표는 양사의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하며 형제 기업이 됐다. 알지피코리아와 배달통의 대주주는 독일 배달음식 서비스 회사 딜리버리 히어로다. 요기요와 배달통의 누적 다운로드 수를 합산하면 2000만 건 이상이다. 요기요 홍보팀 관계자는 “7월부터 800여 개 음식점을 대상으로 요금제를 시험운영해왔다. 업장에 따라 고정비용을 내고 외부결제 수수료와 주문 수수료가 0%인 요금제, 기존 요금제 중 원하는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0년 4월 국내 최초로 서비스를 시작한 배달통의 가맹점 수는 전국 21만 개로 배달 앱 가운데 가장 많다. 전체 주문의 80% 이상이 전화 결제로 이뤄지며 앱 결제는 15~20% 수준이다. 배달통 홍보팀 관계자는 “앱 수수료가 수익의 큰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초기엔 수수료가 10% 선이었으나 지난해 가맹점주들과 논의해 두 차례 수수료 인하를 감행해 업계 최저인 2.5%를 유지해왔다”며 “당장 수수료를 인하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국내 배달음식 시장 규모가 10조 원대로 추산되는 가운데 배달 앱 시장은 지난해 1조 원에서 올해 2조 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데는 업계에서도 이견이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 확대가 공동 목표이다 보니 지금 같은 움직임이 가능한 것”이라며 “이번 결정이 업계 수익성 면에선 당장 빨간불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치킨게임이란 얘기가 나오지만 좀 더 두고 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수수료 부과 등으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던 배달 앱들이 이번 기회에 상생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그 나름의 플랫폼 확장을 위한 포석을 놓는 것으로 보인다. 배달의민족의 경우 수수료 외에 수익화 아이디어나 풀이 개발됐기에 자신 있게 카드를 꺼내 든 것 같다”고 말했다.
먼저 시장 확대부터
성공한 O2O(Online to Offline·온·오프라인 통합) 모델로 꼽히는 대표적인 서비스 가운데 하나가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택시’다. 다음카카오는 전국택시연합회 등 택시조합들과 제휴해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택시기사나 승객으로부터 별도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당장의 수익보다 소비자 저변을 넓히는 데 중점을 뒀다는 게 다음카카오 측 설명이다. 배달 앱들이 매출 감소를 감수하면서까지 수수료를 인하하는 것도 유사한 맥락이다. 다음카카오는 카카오택시 외에 10월 출시되는 고급택시 호출 서비스 등을 통해 수익성 확보 창구를 모색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카카오오더와 타임쿠폰 같은 서비스도 출시할 예정이다.
다음카카오가 다양한 O2O 서비스에 관심을 두다 보니 연내 배달 앱 업계에 진출할 거라는 얘기도 꾸준히 나온다. 이에 대한 다음카카오의 공식적인 답변은 “사실무근”이다. 배달의민족 측도 이번 결정이 다음카카오의 행보와 무관하다고 밝힌 바 있다.
강유경 다음카카오 커뮤니케이션파트 매니저는 “‘다음카카오가 대리운전 앱을 내놓는다, 배달 앱을 내놓는다’ 등 다양한 전망이 나왔지만 결정된 것은 없다. 특히 배달 앱의 경우 본사를 사칭한 업체들이 구체적인 수수료율까지 언급하며 9월 출시한다는 내용을 온라인에 올리기도 했는데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택시도 기사나 이용자들로부터 ‘콜비’를 받는 형태로 당장은 수익을 낼 수 있겠지만, 익숙지 않은 새로운 서비스를 론칭하는 시점에 허들이 높으면 소비자는 아예 서비스 자체를 외면해버린다. 하나의 제대로 된 O2O가 구축됐을 때 거기에 비즈니스 모델을 붙여나가 확장하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푸드테크(foodtech) : 식품(food)과 기술(technology)이 결합한 신산업 분야. 요리를 하거나 배달음식을 주문하고, 외식할 때 맛집을 찾는 일상적인 식문화에 빅데이터, 비컨(근거리 무선통신) 등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새로운 영역으로, 국내에서는 배달음식 주문 애플리케이션들이 푸드테크 영역을 주도하고 있다.
이튿날 업계 2위인 ‘요기요’를 운영하는 (유)알지피코리아는 주문 중개 수수료는 물론 외부결제 수수료까지 0%인 상품을 8월 중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상생인가 견제인가
업계 양대 경쟁사가 수수료 인하에 나서자 이들이 주요 수익원을 포기하는 의중에 관심이 쏠린다. 스마트폰에서 클릭 몇 번으로 간편하게 배달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배달 앱들은 전단지를 뒤적여가며 전화를 걸던 주문 풍토를 획기적으로 바꿔놓았다. 이 과정에서 배달 앱들이 업체들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물린다며 ‘수수료 갑질 논란’이 점화되기도 했다.
배달의민족은 국내에서 이용자 수가 가장 많은 배달 앱이다. 8월 둘째 주 기준 다운로드 수 1900만 건을 넘어섰다. 가맹 음식점은 전국 15만 곳으로, 월 500만 건 이상의 주문이 앱에서 발생한다. 매출은 지난해 기준 291억 원가량. 파워콜(3만 원)과 울트라콜(5만 원) 등 월정액 광고와 모바일 결제(바로결제) 수수료가 주 수익인 배달의민족이 이번 결정으로 포기하는 건 매출의 30%(약 90억 원)에 달한다. 이와 달리 요기요는 결제 수수료가 주 수입원이다. 종전까지 업계 최저 수수료(2.5%)를 받아온 ‘배달통’은 당분간 현 상태를 유지하기로 했다.
일단 소비자들 반응은 나쁘지 않다. 과거처럼 앱 주문자와 전화 주문자 간 음식물 양이나 질에 차등을 주는 얌체 업주들이 사라질 거라는 기대감과 함께 수수료까지 고려해 상향평준화된 배달음식의 단가가 내려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가맹점주들은 배달 앱들의 이번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현행 같은 수수료 정책이 지속적으로 유지될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서울 성동구 행당동에서 치킨·호프집을 운영하는 장모(50) 씨는 “전에는 고객이 배달 앱으로 2만 원짜리 치킨을 주문하면 수수료를 2000원 가까이 내야 해서 부담스러웠는데 그런 부담이 사라진 점은 좋다. 하지만 배달 앱 회사들이 언제 수수료를 올리거나 광고료를 높게 책정할지 몰라 당장 메뉴 가격 인하는 부담스럽다. 당분간 추이를 지켜볼 생각이다. 앱을 통한 주문량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호경 배달의민족 홍보팀장은 “(수수료 0% 발표 이후) 가맹점주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다. 가맹 문의전화와 주문량도 전주 대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성 팀장은 “당장은 손해지만 서비스를 확대해나가고 푸드테크 시장을 키우는 과정에서 단기적인 매출보다 고객 확보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외식 배달 서비스인 ‘배민라이더스’ 외에도 내달 중으로 신선식품 배달 서비스인 ‘배민프레시’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요기요를 운영하는 알지피코리아(대표 나제원)와 배달통(대표 김태훈)은 5월 30일 나제원 대표가 양사 대표를 겸임하고 김태훈 대표는 양사의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하며 형제 기업이 됐다. 알지피코리아와 배달통의 대주주는 독일 배달음식 서비스 회사 딜리버리 히어로다. 요기요와 배달통의 누적 다운로드 수를 합산하면 2000만 건 이상이다. 요기요 홍보팀 관계자는 “7월부터 800여 개 음식점을 대상으로 요금제를 시험운영해왔다. 업장에 따라 고정비용을 내고 외부결제 수수료와 주문 수수료가 0%인 요금제, 기존 요금제 중 원하는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0년 4월 국내 최초로 서비스를 시작한 배달통의 가맹점 수는 전국 21만 개로 배달 앱 가운데 가장 많다. 전체 주문의 80% 이상이 전화 결제로 이뤄지며 앱 결제는 15~20% 수준이다. 배달통 홍보팀 관계자는 “앱 수수료가 수익의 큰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초기엔 수수료가 10% 선이었으나 지난해 가맹점주들과 논의해 두 차례 수수료 인하를 감행해 업계 최저인 2.5%를 유지해왔다”며 “당장 수수료를 인하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국내 배달음식 시장 규모가 10조 원대로 추산되는 가운데 배달 앱 시장은 지난해 1조 원에서 올해 2조 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데는 업계에서도 이견이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 확대가 공동 목표이다 보니 지금 같은 움직임이 가능한 것”이라며 “이번 결정이 업계 수익성 면에선 당장 빨간불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치킨게임이란 얘기가 나오지만 좀 더 두고 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수수료 부과 등으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던 배달 앱들이 이번 기회에 상생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그 나름의 플랫폼 확장을 위한 포석을 놓는 것으로 보인다. 배달의민족의 경우 수수료 외에 수익화 아이디어나 풀이 개발됐기에 자신 있게 카드를 꺼내 든 것 같다”고 말했다.
먼저 시장 확대부터
성공한 O2O(Online to Offline·온·오프라인 통합) 모델로 꼽히는 대표적인 서비스 가운데 하나가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택시’다. 다음카카오는 전국택시연합회 등 택시조합들과 제휴해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택시기사나 승객으로부터 별도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당장의 수익보다 소비자 저변을 넓히는 데 중점을 뒀다는 게 다음카카오 측 설명이다. 배달 앱들이 매출 감소를 감수하면서까지 수수료를 인하하는 것도 유사한 맥락이다. 다음카카오는 카카오택시 외에 10월 출시되는 고급택시 호출 서비스 등을 통해 수익성 확보 창구를 모색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카카오오더와 타임쿠폰 같은 서비스도 출시할 예정이다.
다음카카오가 다양한 O2O 서비스에 관심을 두다 보니 연내 배달 앱 업계에 진출할 거라는 얘기도 꾸준히 나온다. 이에 대한 다음카카오의 공식적인 답변은 “사실무근”이다. 배달의민족 측도 이번 결정이 다음카카오의 행보와 무관하다고 밝힌 바 있다.
강유경 다음카카오 커뮤니케이션파트 매니저는 “‘다음카카오가 대리운전 앱을 내놓는다, 배달 앱을 내놓는다’ 등 다양한 전망이 나왔지만 결정된 것은 없다. 특히 배달 앱의 경우 본사를 사칭한 업체들이 구체적인 수수료율까지 언급하며 9월 출시한다는 내용을 온라인에 올리기도 했는데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택시도 기사나 이용자들로부터 ‘콜비’를 받는 형태로 당장은 수익을 낼 수 있겠지만, 익숙지 않은 새로운 서비스를 론칭하는 시점에 허들이 높으면 소비자는 아예 서비스 자체를 외면해버린다. 하나의 제대로 된 O2O가 구축됐을 때 거기에 비즈니스 모델을 붙여나가 확장하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푸드테크(foodtech) : 식품(food)과 기술(technology)이 결합한 신산업 분야. 요리를 하거나 배달음식을 주문하고, 외식할 때 맛집을 찾는 일상적인 식문화에 빅데이터, 비컨(근거리 무선통신) 등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새로운 영역으로, 국내에서는 배달음식 주문 애플리케이션들이 푸드테크 영역을 주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