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財界)에서, 여러 개의 기업을 거느리며 막강한 재력과 거대한 자본을 가지고 있는 자본가·기업가의 무리.’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 국어사전에 나오는 ‘재벌(財閥)’에 대한 정의다. 사전적 정의에 따를 경우, 재벌이 되려면 ‘여러 개의 기업’과 ‘막강한 재력’과 ‘거대한 자본’이 필요하다. 실제 한국 사회에서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춘 곳은 ‘재벌’밖에 없다.
재벌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양가(모순)감정’을 가진 것 같다. 산업화의 주역, 대규모 고용의 주체, 자수성가의 전범(창업자) 같은 찬사와 더불어 정부 특혜, 자기 계열사 밀어주기, 하청업체 쥐어짜기, 경영권 세습 같은 비판도 따른다. 특히 최근 경영권 세습을 둘러싼 몇몇 대그룹의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최근 롯데그룹을 비롯해 경영권 세대교체가 이뤄질 때 불거진 형제간 갈등은 기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자극한다. 언론에서는 ‘형제의 난’ 등 마치 봉건시대 왕권을 둘러싼 갈등처럼 보도하는데, 기업이 근대 자본주의 산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이러니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경영권 승계의 딜레마
우리 사회에는 정치적 견해나 가치관에 따라 재벌의 공과를 바라보는 데 뚜렷한 시각차가 존재한다. 공에 좀 더 무게를 두는 사람도 있을 테고, 과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가치의 문제는 잠시 유보하고, 투자 관점에서 최근 불거진 경영권 갈등에 대해 짚어보기로 한다.
자본시장의 시각에서 볼 때 최근 삼성물산과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엘리엇)의 소송전이나 롯데그룹의 형제간 갈등의 본질은 ‘기업의 지배구조’의 문제다. 지배구조의 핵심은 ‘누가 기업의 주인이냐’ 하는 것과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견제 시스템’이다.
기업의 주인은 주주(株主)다. 1주는 의사결정의 한 단위다. 1인 1표인 정치적 투표와 달리 기업에서는 많은 주식 수를 가진 사람이 의사결정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경영권은 바로 누가 더 많이 주식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을 뜻한다. 한국 대기업들이 툭 하면 행동주의 투자를 표방하는 미국 등의 헤지펀드로부터 공격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대주주가 가지고 있는 주식 수가 적기 때문이다.
자본이 부족한 상황에서 기업을 확장하는 방법은 ‘레버리지’와 각 계열사가 서로 지분을 출자하는 ‘순환출자’를 활용하는 것이다. 레버리지와 순환출자는 낮은 지분율로도 기업이 경영권을 유지하는 양대 축이다. 그런데 일부 해외 헤지펀드로부터 공격받는 시점은 공교롭게도 경영권의 세대교체 전후일 때가 많다. 상속을 위한 세금 비용을 마련해야 하고, 또 지분을 2세나 3세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기업 가치와 상관없이 경영권 이전을 위해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국 기업들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과거와 달리 수많은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자본시장의 큰손으로 성장한 연기금이 더는 과거처럼 침묵할 수도 없고, 자산운용사 같은 기관투자자들도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다하려면 기업 가치와 상관없는 의사결정에 제동을 걸 수밖에 없다.
반면 기업들은 자식 세대에게 상속할 때마다 지분율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세금도 내야 하고, 형제자매 간 배분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경영권을 승계받은 자식 세대의 경영자는 창업 세대처럼 기업을 경영할 수도 없다. 승계 과정에서 논란을 줄여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창업자 세대와는 다른 지배구조에 대한 고민이 본격화할 것이다.
배당금과 지배구조
개인투자자들이 지배구조 문제에 대응하는 방법 중 하나는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배당 관련 주식을 담아두는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배당보다 증자에 열을 올렸다. 주가가 상승하면 대거 증자에 나서 자금을 조달하고, 그 돈으로 다른 기업을 인수 혹은 설립하거나 부채를 갚았다. 증자 물량이 상장되면 ‘주가 희석화’가 진행돼 개인투자자는 별재미를 보지 못했다. 배당할 이유도 별로 없었다. 대주주 지분율이 적은 상황에서 배당해봤자 남 좋은 일만 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배당하느니 사내에 현금을 쌓아놓고 있는 기업도 적잖다.
그러나 앞으로 지배구조 논란이 심화할수록 기업들은 배당 정책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지배구조에 대한 시장의 비판적 목소리가 거센 상황에서 이를 무마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대표적인 정책이 바로 배당금을 늘리는 것이다. 연기금의 성장도 배당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될 개연성이 높다. 국민연금 같은 연기금은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를 한다. 주식의 장기투자 수익 원천에서 배당이 갖는 중요성은 장기투자자에게는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단기투자와 달리 장기투자에서 배당은 빼놓을 수 없는 수익의 원천이다.
배당을 꾸준히 잘 주는 기업은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 및 요구가 불일치할 개연성이 낮다. 주주 친화적인 배당 정책을 펼치는 기업은 대주주 지분율이 높고, 영업활동도 견실한 편이다. 적은 지분으로 기업을 경영하는 곳보다 배당에 더 적극적이다. 돈을 벌어 배당을 잘 주면 대주주도 좋고 다른 주주들도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즈니스 모델이 견실하고 대주주 지분율이 높으며 꾸준한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기업은 소액주주에게 지배구조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투자처라 할 수 있다.
배당주나 배당주 펀드는 포트폴리오의 보호막 기능을 한다는 점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배당주는 주가 폭락기에도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배당이라는 안전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배당금이 일정하면 주가가 하락할수록 배당 수익률은 올라간다. 다행스럽게도 좋은 배당주는 매년 비슷한 금액의 배당금을 주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하면 배당 수익률이 올라 배당금을 노린 투자자들이 새로 유입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배당주의 변동성은 낮아진다.
개인투자자가 행동주의 투자자처럼 행동하기란 쉽지 않다. 소액주주들이 단결해 경영진을 압박하는 일도 쉽지 않다. 그리고 국내에 몇몇 지배구조 관련 펀드가 나와 있지만 다른 펀드와의 변별력이 높은 편도 아니다. 지배구조라는 이슈를 개인투자자가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배당주 펀드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배당은 단순히 현금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배당 정책에는 지배구조에 관한 정보도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 국어사전에 나오는 ‘재벌(財閥)’에 대한 정의다. 사전적 정의에 따를 경우, 재벌이 되려면 ‘여러 개의 기업’과 ‘막강한 재력’과 ‘거대한 자본’이 필요하다. 실제 한국 사회에서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춘 곳은 ‘재벌’밖에 없다.
재벌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양가(모순)감정’을 가진 것 같다. 산업화의 주역, 대규모 고용의 주체, 자수성가의 전범(창업자) 같은 찬사와 더불어 정부 특혜, 자기 계열사 밀어주기, 하청업체 쥐어짜기, 경영권 세습 같은 비판도 따른다. 특히 최근 경영권 세습을 둘러싼 몇몇 대그룹의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최근 롯데그룹을 비롯해 경영권 세대교체가 이뤄질 때 불거진 형제간 갈등은 기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자극한다. 언론에서는 ‘형제의 난’ 등 마치 봉건시대 왕권을 둘러싼 갈등처럼 보도하는데, 기업이 근대 자본주의 산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이러니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경영권 승계의 딜레마
우리 사회에는 정치적 견해나 가치관에 따라 재벌의 공과를 바라보는 데 뚜렷한 시각차가 존재한다. 공에 좀 더 무게를 두는 사람도 있을 테고, 과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가치의 문제는 잠시 유보하고, 투자 관점에서 최근 불거진 경영권 갈등에 대해 짚어보기로 한다.
자본시장의 시각에서 볼 때 최근 삼성물산과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엘리엇)의 소송전이나 롯데그룹의 형제간 갈등의 본질은 ‘기업의 지배구조’의 문제다. 지배구조의 핵심은 ‘누가 기업의 주인이냐’ 하는 것과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견제 시스템’이다.
기업의 주인은 주주(株主)다. 1주는 의사결정의 한 단위다. 1인 1표인 정치적 투표와 달리 기업에서는 많은 주식 수를 가진 사람이 의사결정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경영권은 바로 누가 더 많이 주식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을 뜻한다. 한국 대기업들이 툭 하면 행동주의 투자를 표방하는 미국 등의 헤지펀드로부터 공격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대주주가 가지고 있는 주식 수가 적기 때문이다.
자본이 부족한 상황에서 기업을 확장하는 방법은 ‘레버리지’와 각 계열사가 서로 지분을 출자하는 ‘순환출자’를 활용하는 것이다. 레버리지와 순환출자는 낮은 지분율로도 기업이 경영권을 유지하는 양대 축이다. 그런데 일부 해외 헤지펀드로부터 공격받는 시점은 공교롭게도 경영권의 세대교체 전후일 때가 많다. 상속을 위한 세금 비용을 마련해야 하고, 또 지분을 2세나 3세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기업 가치와 상관없이 경영권 이전을 위해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국 기업들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과거와 달리 수많은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자본시장의 큰손으로 성장한 연기금이 더는 과거처럼 침묵할 수도 없고, 자산운용사 같은 기관투자자들도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다하려면 기업 가치와 상관없는 의사결정에 제동을 걸 수밖에 없다.
반면 기업들은 자식 세대에게 상속할 때마다 지분율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세금도 내야 하고, 형제자매 간 배분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경영권을 승계받은 자식 세대의 경영자는 창업 세대처럼 기업을 경영할 수도 없다. 승계 과정에서 논란을 줄여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창업자 세대와는 다른 지배구조에 대한 고민이 본격화할 것이다.
배당금과 지배구조
개인투자자들이 지배구조 문제에 대응하는 방법 중 하나는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배당 관련 주식을 담아두는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배당보다 증자에 열을 올렸다. 주가가 상승하면 대거 증자에 나서 자금을 조달하고, 그 돈으로 다른 기업을 인수 혹은 설립하거나 부채를 갚았다. 증자 물량이 상장되면 ‘주가 희석화’가 진행돼 개인투자자는 별재미를 보지 못했다. 배당할 이유도 별로 없었다. 대주주 지분율이 적은 상황에서 배당해봤자 남 좋은 일만 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배당하느니 사내에 현금을 쌓아놓고 있는 기업도 적잖다.
그러나 앞으로 지배구조 논란이 심화할수록 기업들은 배당 정책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지배구조에 대한 시장의 비판적 목소리가 거센 상황에서 이를 무마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대표적인 정책이 바로 배당금을 늘리는 것이다. 연기금의 성장도 배당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될 개연성이 높다. 국민연금 같은 연기금은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를 한다. 주식의 장기투자 수익 원천에서 배당이 갖는 중요성은 장기투자자에게는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단기투자와 달리 장기투자에서 배당은 빼놓을 수 없는 수익의 원천이다.
배당을 꾸준히 잘 주는 기업은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 및 요구가 불일치할 개연성이 낮다. 주주 친화적인 배당 정책을 펼치는 기업은 대주주 지분율이 높고, 영업활동도 견실한 편이다. 적은 지분으로 기업을 경영하는 곳보다 배당에 더 적극적이다. 돈을 벌어 배당을 잘 주면 대주주도 좋고 다른 주주들도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즈니스 모델이 견실하고 대주주 지분율이 높으며 꾸준한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기업은 소액주주에게 지배구조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투자처라 할 수 있다.
배당주나 배당주 펀드는 포트폴리오의 보호막 기능을 한다는 점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배당주는 주가 폭락기에도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배당이라는 안전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배당금이 일정하면 주가가 하락할수록 배당 수익률은 올라간다. 다행스럽게도 좋은 배당주는 매년 비슷한 금액의 배당금을 주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하면 배당 수익률이 올라 배당금을 노린 투자자들이 새로 유입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배당주의 변동성은 낮아진다.
개인투자자가 행동주의 투자자처럼 행동하기란 쉽지 않다. 소액주주들이 단결해 경영진을 압박하는 일도 쉽지 않다. 그리고 국내에 몇몇 지배구조 관련 펀드가 나와 있지만 다른 펀드와의 변별력이 높은 편도 아니다. 지배구조라는 이슈를 개인투자자가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배당주 펀드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배당은 단순히 현금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배당 정책에는 지배구조에 관한 정보도 담겨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