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케토 다퀴는 이탈리아 북동부 피에몬테(Piemonte) 주에서 만드는 발포성 레드 와인이다. 로마시대에는 이 와인을 Vinum Acquense라고 불렀는데, 당시 귀족들은 이 와인에 강력한 최음 효과가 있다고 믿었다. 로마가 패망하면서 Vinum Acquense의 인기도 사그라지고 그 이름도 잊혔지만 피에몬테의 아퀴 테르메(Acqui Terme) 마을에선 Vinum Acquense의 전통을 살려 브라케토 다퀴를 생산하고 있다.
브라케토 다퀴는 다른 품종을 섞지 않고 브라케토 포도로만 만든다. 일교차가 큰 아퀴의 기후는 더운 낮엔 포도 안에 당분을 축적하고 서늘한 밤엔 진한 향을 만들도록 돕는다. 석회암과 모래가 많은 토양은 포도에 섬세한 맛을 더해준다. 그 덕에 아퀴에서 생산하는 브라케토는 진한 향과 달콤함, 우아함까지 갖추고 있다.
레드 와인이면서 달콤하고 기포도 있는 브라케토 다퀴. 레드 와인으로는 결코 흔하지 않은 이 세 가지 요소를 어떻게 한 와인 안에 모두 담은 것일까. 루비색은 포도를 으깬 뒤 포도껍질을 이틀간 포도즙에 담가 그 붉은빛이 배어들게 한 것이다. 단맛은 포도즙 안의 당분이 모두 알코올로 변하기 전 발효를 멈춤으로써 와인 안에 잔당을 남겨서 얻는다. 발효는 압력탱크에서 진행하는데, 발효하는 동안 이산화탄소가 날아가지 않고 와인에 녹아들어 기포를 만든다.

브라케토 다퀴는 알코올 도수가 5~6%로 낮아 하루 중 어느 때라도 편하게 마실 수 있다. 주말 오전 느긋하게 브런치를 즐긴다면 차가운 브라케토 다퀴를 프렌치토스트나 팬케이크에 곁들여보자. 차나 주스와는 또 다른 상큼함이 느껴진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즐기는 파티에 내놓아도 좋다. 입맛을 돋우는 전채요리와도 잘 어울리고 달콤한 디저트와 함께 마시기에도 그만이다. 레드 와인은 좀처럼 디저트와 어울리지 않지만 브라케토 다퀴는 단맛이 있어 과일과 케이크는 물론 초콜릿과도 궁합이 잘 맞는다. 브라케토 다퀴는 한식 안주와 함께해도 좋다. 알코올 도수가 낮아 매운맛과 부딪히지 않고 입안에 남은 맵고 짠맛을 기포가 씻어주기 때문이다.
브라케토 다퀴는 음미하며 마시기보다는 가볍고 편하게 즐기는 사랑스러운 와인이다. 가격도 2만~3만 원대로 저렴한 것이 많아 부담이 없다. 시원한 브라케토 다퀴 한 잔으로 잠시나마 더위를 잊어보는 것. 말복 더위를 향긋하게 물리치는 꽤 괜찮은 여름나기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