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한 아이돌 여가수가 입국 당시 손에 쥐고 있던 휴대전화 케이스가 눈길을 끌었다. 2010년 숨진 위안부 피해자 심달연 할머니의 압화를 활용해 만든 제품이라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 한순간에 그 여가수는 ‘개념 아이돌’로 등극했고 이 제품은 품귀 현상을 빚었다. 사회적 기업 ‘마리몬드’는 그렇게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훼손된 존귀함 찾아드리는 일
꽃을 소재로 만든 휴대전화 케이스, 에코백, 노트 등을 판매하는 마리몬드. 알고 보면 그 시작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있다. 지역사회를 돕는 비즈니스 모델 구상 연합 동아리 ‘인액터스’에서 활동하던 한 청년이 광주 ‘나눔의 집’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할머니들의 작품을 보고 반했고 그것을 제품화하기로 마음먹은 뒤 어렵사리 세상에 나왔다. 그 청년이 바로 윤홍조(29) 마리몬드의 대표다. 회사를 설립한 지 올해로 3년째.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회사에서 윤 대표를 만나 위안부 할머니, 그리고 브랜드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궁극적인 사업 목표를 묻자 윤 대표는 “모든 이의 훼손된 존귀함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 첫 번째 동반자가 바로 위안부 할머니들이라고. 피해자로만 인식되는 할머니들이 사실은 존귀한 존재라는 점을 세상에 알리고자 그들의 작품을 활용한 제품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원래 사업할 생각은 없었어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할머니들을 처음 뵀고, 그분들이 직면한 현실을 경험하면서 점점 위안부 문제에 깊이 빠져들었죠. 그러던 중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통해 할머니들이 만드신 작품을 접했는데 마치 인사동 어느 갤러리에 걸려 있을 법한 예술성 있는 작품들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 친구와 의기투합해 창업까지 이어지게 됐습니다.”
그의 머릿속에는 사업 아이디어가 가득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막연하게 스카프를 만들겠다고 제품화에 뛰어들었는데 섬유를 제대로 알지 못해 완성도가 떨어졌다. 또 피부에 직접 닿는 제품이라 무명 브랜드로는 판매가 쉽지 않았다. 그는 “재고를 쌓아두고 지인들에게 나눠줬지만 그 과정을 거치면서 비즈니스 모델이 정리가 됐다. 이후 시행착오를 줄여가면서 틀을 잡았다”고 말했다.
또 할머니들의 작품만으로는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는 문제에도 부딪혔다. 사실 윤 대표는 “디자이너가 아니기 때문에 실패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했다. 결국 그는 전문가인 디자이너를 스카우트했다. 그 덕에 할머니들의 작품을 다양한 방식으로 응용하는 것 외에도 꽃을 모티프로 한 콘텐츠도 개발했는데, 이는 현재 회사의 중요한 자산이 되고 있다.
마리몬드에서 제품화한 할머니들의 작품은 10개 남짓. 위안부 할머니 가운데 공개를 허용한 이의 작품만 사용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묻자 그는 “김순악 할머니께서 자신의 얼굴을 꽃으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답했다. 지난겨울 털장갑으로 만들어 판매했는데 젊은 여성 방문자가 많은 온라인 편집숍에서 ‘올해의 상품’에 선정될 만큼 반응이 좋았다.
“브랜드 가치 인정받을 때 자부심 느껴”
마리몬드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제품 콘텐츠가 탄생한 과정과 위안부 할머니들의 소식을 회사 공식 인터넷 블로그에 올리고 있다. 그중에는 ‘수요집회’ 소식도 있다. 윤 대표를 비롯해 마리몬드 직원들은 2013년부터 매주 수요집회에 참석해 사진과 글로 현장을 알린다.
“브랜드를 유지하는 데 동기부여가 필요해요. 수요집회 참석은 의무감이라기보다 아이디어를 얻고 사업의 의미를 찾기 위해 계속하고 있어요. 전 직원이 참석하는 건 아니고 돌아가면서 하는데, 사무실을 벗어날 수 있는 외근으로 여겨 쉬고 오는 셈 치죠.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왜 이 사업을 하는가에 대한 답을 얻는 시간이기 때문에 함께하는 겁니다. 수요집회가 없어질 때까지 계속 참석할 생각이에요.”
이들은 수익의 30% 이상을 기부한다.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가 만든 전시 성폭력 피해자 지원금인 ‘나비기금’을 비롯해 국내외 위안부 할머니들의 복지지원금,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는 비정부기구(NGO) 등에 꾸준히 기부하고 있다. 지금까지 기부한 액수만 1억2768만 원에 이른다. 윤 대표는 “창업의 목적의식을 잃지 않고 회사를 유지, 성장시킬 수 있는 선에서 기부하고 있고 앞으로도 꾸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쪽에서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작품을 활용해 돈을 버는 마리몬드를 삐딱하게 보기도 한다. 이에 대해 윤 대표는 “위안부 할머니를 모티프로 하는 만큼 그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는 것이 먼저다. 특히 기업의 투명성 부분이나 제품 질에 대한 지적은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반영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마리몬드는 9월 프랑스에서 열린 위안부 할머니들과 관련된 전시를 준비 중이다. 해외에 위안부 문제를 알리려면 그 나라의 여성 문제와 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자료를 찾고 있다. 또 10월에는 브랜드 플랫폼을 리뉴얼할 계획이다.
“처음에는 피해자이기 때문에 불쌍할 것이란 선입견이 있었어요. 그런데 할머니들을 만나보면 보통 할머니들과 똑같이 유쾌하고 밝은 분이 많아요. 이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컸기에 사업으로까지 이어졌죠. 할머니의 작품을 알려줘 고맙다는 가족들과 좋은 일한다고 응원해주는 고객을 만나면 말할 수 없는 희열을 느껴요. 우리가 하는 일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니까요.”
훼손된 존귀함 찾아드리는 일
꽃을 소재로 만든 휴대전화 케이스, 에코백, 노트 등을 판매하는 마리몬드. 알고 보면 그 시작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있다. 지역사회를 돕는 비즈니스 모델 구상 연합 동아리 ‘인액터스’에서 활동하던 한 청년이 광주 ‘나눔의 집’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할머니들의 작품을 보고 반했고 그것을 제품화하기로 마음먹은 뒤 어렵사리 세상에 나왔다. 그 청년이 바로 윤홍조(29) 마리몬드의 대표다. 회사를 설립한 지 올해로 3년째.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회사에서 윤 대표를 만나 위안부 할머니, 그리고 브랜드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궁극적인 사업 목표를 묻자 윤 대표는 “모든 이의 훼손된 존귀함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 첫 번째 동반자가 바로 위안부 할머니들이라고. 피해자로만 인식되는 할머니들이 사실은 존귀한 존재라는 점을 세상에 알리고자 그들의 작품을 활용한 제품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원래 사업할 생각은 없었어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할머니들을 처음 뵀고, 그분들이 직면한 현실을 경험하면서 점점 위안부 문제에 깊이 빠져들었죠. 그러던 중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통해 할머니들이 만드신 작품을 접했는데 마치 인사동 어느 갤러리에 걸려 있을 법한 예술성 있는 작품들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 친구와 의기투합해 창업까지 이어지게 됐습니다.”
그의 머릿속에는 사업 아이디어가 가득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막연하게 스카프를 만들겠다고 제품화에 뛰어들었는데 섬유를 제대로 알지 못해 완성도가 떨어졌다. 또 피부에 직접 닿는 제품이라 무명 브랜드로는 판매가 쉽지 않았다. 그는 “재고를 쌓아두고 지인들에게 나눠줬지만 그 과정을 거치면서 비즈니스 모델이 정리가 됐다. 이후 시행착오를 줄여가면서 틀을 잡았다”고 말했다.
또 할머니들의 작품만으로는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는 문제에도 부딪혔다. 사실 윤 대표는 “디자이너가 아니기 때문에 실패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했다. 결국 그는 전문가인 디자이너를 스카우트했다. 그 덕에 할머니들의 작품을 다양한 방식으로 응용하는 것 외에도 꽃을 모티프로 한 콘텐츠도 개발했는데, 이는 현재 회사의 중요한 자산이 되고 있다.
마리몬드에서 제품화한 할머니들의 작품은 10개 남짓. 위안부 할머니 가운데 공개를 허용한 이의 작품만 사용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묻자 그는 “김순악 할머니께서 자신의 얼굴을 꽃으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답했다. 지난겨울 털장갑으로 만들어 판매했는데 젊은 여성 방문자가 많은 온라인 편집숍에서 ‘올해의 상품’에 선정될 만큼 반응이 좋았다.
“브랜드 가치 인정받을 때 자부심 느껴”
마리몬드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제품 콘텐츠가 탄생한 과정과 위안부 할머니들의 소식을 회사 공식 인터넷 블로그에 올리고 있다. 그중에는 ‘수요집회’ 소식도 있다. 윤 대표를 비롯해 마리몬드 직원들은 2013년부터 매주 수요집회에 참석해 사진과 글로 현장을 알린다.
“브랜드를 유지하는 데 동기부여가 필요해요. 수요집회 참석은 의무감이라기보다 아이디어를 얻고 사업의 의미를 찾기 위해 계속하고 있어요. 전 직원이 참석하는 건 아니고 돌아가면서 하는데, 사무실을 벗어날 수 있는 외근으로 여겨 쉬고 오는 셈 치죠.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왜 이 사업을 하는가에 대한 답을 얻는 시간이기 때문에 함께하는 겁니다. 수요집회가 없어질 때까지 계속 참석할 생각이에요.”
이들은 수익의 30% 이상을 기부한다.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가 만든 전시 성폭력 피해자 지원금인 ‘나비기금’을 비롯해 국내외 위안부 할머니들의 복지지원금,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는 비정부기구(NGO) 등에 꾸준히 기부하고 있다. 지금까지 기부한 액수만 1억2768만 원에 이른다. 윤 대표는 “창업의 목적의식을 잃지 않고 회사를 유지, 성장시킬 수 있는 선에서 기부하고 있고 앞으로도 꾸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쪽에서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작품을 활용해 돈을 버는 마리몬드를 삐딱하게 보기도 한다. 이에 대해 윤 대표는 “위안부 할머니를 모티프로 하는 만큼 그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는 것이 먼저다. 특히 기업의 투명성 부분이나 제품 질에 대한 지적은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반영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마리몬드는 9월 프랑스에서 열린 위안부 할머니들과 관련된 전시를 준비 중이다. 해외에 위안부 문제를 알리려면 그 나라의 여성 문제와 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자료를 찾고 있다. 또 10월에는 브랜드 플랫폼을 리뉴얼할 계획이다.
“처음에는 피해자이기 때문에 불쌍할 것이란 선입견이 있었어요. 그런데 할머니들을 만나보면 보통 할머니들과 똑같이 유쾌하고 밝은 분이 많아요. 이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컸기에 사업으로까지 이어졌죠. 할머니의 작품을 알려줘 고맙다는 가족들과 좋은 일한다고 응원해주는 고객을 만나면 말할 수 없는 희열을 느껴요. 우리가 하는 일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