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초 매스컴을 크게 장식한 기사가 하나 있었다. 국립암센터 한 전문의가 논문 3편을 발표하면서 자신의 아들(당시 16세 고등학생)을 논문 제1저자로 등재해 보건복지부의 조사를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기사 제목은 대부분 ‘16세 고등학생 아들이 제1저자, 황당한 연구부정’ ‘고교생 아들을 논문 저자로 올린 국립암센터 과장’ 등 16세 나이가 연구에는 맞지 않는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하지만 아들의 나이가 전문적인 연구를 수행하기에 너무 어리다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은 옳지 않다. 나이보다 그 아들이 실제로 연구와 논문 작성에 충실하게 기여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서는 1998년 초등학교 3학년 학생으로 세계 최고 의학연구지에 논문을 게재해 기네스북에 오른 에밀리 로사(Emily Rosa)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의학 학술지인 ‘미국 의학협회 학술지(Journal of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JAMA)’에 논문을 게재하려면 연구 능력이 뛰어난 의사나 관련 분야 박사학위 소지자가 매우 우수한 논문을 쓰고 엄격한 심사과정도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겨우 초등학교 3학년인 소녀가 논문을 게재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로사가 그 주인공이다.
‘氣치료는 정말 효과?’ 의문 가진 초등생
어느 날 로사는 엄마와 함께 TV를 보고 있었는데 마침 한창 붐이던 기(氣)치료(therapeutic touch)가 방영되고 있었다. 기치료사는 환자의 에너지장(場)을 잘 다스리면 병이 치료된다고 설명했다. 기치료사가 가만히 누워 있는 환자의 몸 10cm 정도 위에 양손을 두고 머리에서 다리 쪽으로 움직이며 기를 감지한 뒤, 병을 일으키는 나쁜 기운을 제거하면 치료가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치료는 세계적으로 100여 개 간호대에서 정규과목으로 가르치고 있고, 북미에서도 최소 80개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정식으로 치료에 사용하고 있으며, 여러 간호기관에서도 기치료의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로사는 실험을 통해 기치료의 효과를 확인하고 싶었고 간호사인 엄마는 방법상의 조언으로 격려해줬다.
기치료가 과연 효과가 있는지를 검증하려면 정교하고 복잡한 임상실험이 필요한데 이는 로사의 능력을 벗어날 뿐 아니라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 그래서 로사는 좀 더 근본적이고 간단한 의문에 초점을 맞췄다. 즉, 기치료사들이 주장하는 대로 기치료가 효과가 있으려면 먼저 그들은 최소한 에너지장, 즉 기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만약 그들이 기조차 느끼지 못한다면 기치료가 효과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이다.
로사는 기치료사들이 과연 기를 느끼는지 실험하기로 했다. 로사와 2명의 공동연구자는 기치료에 대한 기존 보고서 총 853개를 조사했다. 그중에서 분석적인 연구는 74건이지만 직접 실험을 한 경우는 1건도 없었다. 만약 실험을 한다면 과연 그 실험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어떤 제안도 없었다. 로사의 실험은 이 공백을 메우는 시도였다.
로사는 콜로라도 북동부에서 시술하고 있는 기치료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들은 신문에 기치료 광고를 하고 있었다. 로사가 초등학교 과학경시대회에 출품할 실험이라고 밝히며 협조를 부탁한 결과, 그중에서 21명이 실험에 참여했다. 실험은 ‘그림’과 같이 진행됐다.
기치료사와 실험자인 로사는 책상에 마주 앉고 그 사이는 높고 불투명한 가리개(screen)로 막았다(그림 참조). 가리개 밑은 터져 있어 손을 넣을 수 있었고 그 위는 수건으로 덮었다. 기치료사는 가리개 밑으로 두 손을 넣어 손바닥을 위로 하고 양손 간격은 25~30cm로 벌린 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로사는 오른손을 기치료사의 한 손 8~10cm 위에 올려놓았다. 기치료사의 어느 손 위에 로사가 오른손을 올려놓을지는 실험할 때마다 동전던지기로 결정했다. 기치료사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로사 손의 에너지장, 즉 기를 느껴 자신의 어느 손 위에 로사의 손이 있는지를 판단했다. 21명에게 총 280회 실험을 해 기치료사들의 판단 결과를 기록했다.
이 실험에서 로사 손의 위치를 정확히 맞힌 기치료사는 전체의 44%에 불과했다. 이 비율은 기치료사 자격이 없는 사람들도 우연히 맞힐 수 있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로사는 기치료의 효과에 대한 주장은 근거가 없으며 앞으로의 기치료에 대한 정당성도 없다고 결론 내렸다.
로사는 이 실험 결과를 과학경시대회에 발표해 우수상(blue ribbon)을 받았다. 당시 참여자는 모두 최소한 우수상을 받았다. 이 연구는 2명의 공저자와 함께 논문으로 작성됐으며, 2년 뒤 로사가 11세 때 JAMA에 ‘기치료에 대한 심층 연구(A Close Look at Therapeutic Touch)’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JAMA 편집장 조지 런드버그(George Lundberg)는 실험의 간단함과 결과의 유용성에 심사위원들이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결국 로사는 유명과학학술지에 연구를 게재한 최연소자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빅데이터 시대, 분석적 소양 필수
빅데이터를 활용한 분석이 모든 산업과 경영의 기능을 크게 바꾸리라 예상되는 빅데이터 시대에 보통 사람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그 답은 바로 빅데이터 시대에 어느 기업이나 조직이 필요로 하는 인재가 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분석적인 소양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분석적 소양의 중요성에 대해 구글의 수석경제학자인 할 베리언은 이렇게 말했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능력, 즉 데이터를 이해하는 능력, 데이터를 처리하는 능력, 가치를 뽑아내는 능력, 시각화하는 능력, 전달하는 능력이야말로 학생과 직장인, 경영자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오랫동안 매우 중요한 능력이 될 것이다.”
빅데이터 시대 개인의 성공은 개인적이든, 직업적이든, 어느 분야에서 어떤 경력을 쌓고 있든 분석적 능력에 의해 크게 좌우될 것이다. 그리고 로사의 사례는 누구나 다 진지한 관심만 갖는다면 분석적 소양, 즉 관련 데이터를 수집해 유용한 분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어릴 때부터 키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아들의 나이가 전문적인 연구를 수행하기에 너무 어리다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은 옳지 않다. 나이보다 그 아들이 실제로 연구와 논문 작성에 충실하게 기여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서는 1998년 초등학교 3학년 학생으로 세계 최고 의학연구지에 논문을 게재해 기네스북에 오른 에밀리 로사(Emily Rosa)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의학 학술지인 ‘미국 의학협회 학술지(Journal of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JAMA)’에 논문을 게재하려면 연구 능력이 뛰어난 의사나 관련 분야 박사학위 소지자가 매우 우수한 논문을 쓰고 엄격한 심사과정도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겨우 초등학교 3학년인 소녀가 논문을 게재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로사가 그 주인공이다.
‘氣치료는 정말 효과?’ 의문 가진 초등생
어느 날 로사는 엄마와 함께 TV를 보고 있었는데 마침 한창 붐이던 기(氣)치료(therapeutic touch)가 방영되고 있었다. 기치료사는 환자의 에너지장(場)을 잘 다스리면 병이 치료된다고 설명했다. 기치료사가 가만히 누워 있는 환자의 몸 10cm 정도 위에 양손을 두고 머리에서 다리 쪽으로 움직이며 기를 감지한 뒤, 병을 일으키는 나쁜 기운을 제거하면 치료가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치료는 세계적으로 100여 개 간호대에서 정규과목으로 가르치고 있고, 북미에서도 최소 80개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정식으로 치료에 사용하고 있으며, 여러 간호기관에서도 기치료의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로사는 실험을 통해 기치료의 효과를 확인하고 싶었고 간호사인 엄마는 방법상의 조언으로 격려해줬다.
기치료가 과연 효과가 있는지를 검증하려면 정교하고 복잡한 임상실험이 필요한데 이는 로사의 능력을 벗어날 뿐 아니라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 그래서 로사는 좀 더 근본적이고 간단한 의문에 초점을 맞췄다. 즉, 기치료사들이 주장하는 대로 기치료가 효과가 있으려면 먼저 그들은 최소한 에너지장, 즉 기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만약 그들이 기조차 느끼지 못한다면 기치료가 효과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이다.
로사는 기치료사들이 과연 기를 느끼는지 실험하기로 했다. 로사와 2명의 공동연구자는 기치료에 대한 기존 보고서 총 853개를 조사했다. 그중에서 분석적인 연구는 74건이지만 직접 실험을 한 경우는 1건도 없었다. 만약 실험을 한다면 과연 그 실험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어떤 제안도 없었다. 로사의 실험은 이 공백을 메우는 시도였다.
로사는 콜로라도 북동부에서 시술하고 있는 기치료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들은 신문에 기치료 광고를 하고 있었다. 로사가 초등학교 과학경시대회에 출품할 실험이라고 밝히며 협조를 부탁한 결과, 그중에서 21명이 실험에 참여했다. 실험은 ‘그림’과 같이 진행됐다.
기치료사와 실험자인 로사는 책상에 마주 앉고 그 사이는 높고 불투명한 가리개(screen)로 막았다(그림 참조). 가리개 밑은 터져 있어 손을 넣을 수 있었고 그 위는 수건으로 덮었다. 기치료사는 가리개 밑으로 두 손을 넣어 손바닥을 위로 하고 양손 간격은 25~30cm로 벌린 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로사는 오른손을 기치료사의 한 손 8~10cm 위에 올려놓았다. 기치료사의 어느 손 위에 로사가 오른손을 올려놓을지는 실험할 때마다 동전던지기로 결정했다. 기치료사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로사 손의 에너지장, 즉 기를 느껴 자신의 어느 손 위에 로사의 손이 있는지를 판단했다. 21명에게 총 280회 실험을 해 기치료사들의 판단 결과를 기록했다.
이 실험에서 로사 손의 위치를 정확히 맞힌 기치료사는 전체의 44%에 불과했다. 이 비율은 기치료사 자격이 없는 사람들도 우연히 맞힐 수 있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로사는 기치료의 효과에 대한 주장은 근거가 없으며 앞으로의 기치료에 대한 정당성도 없다고 결론 내렸다.
로사는 이 실험 결과를 과학경시대회에 발표해 우수상(blue ribbon)을 받았다. 당시 참여자는 모두 최소한 우수상을 받았다. 이 연구는 2명의 공저자와 함께 논문으로 작성됐으며, 2년 뒤 로사가 11세 때 JAMA에 ‘기치료에 대한 심층 연구(A Close Look at Therapeutic Touch)’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JAMA 편집장 조지 런드버그(George Lundberg)는 실험의 간단함과 결과의 유용성에 심사위원들이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결국 로사는 유명과학학술지에 연구를 게재한 최연소자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빅데이터 시대, 분석적 소양 필수
빅데이터를 활용한 분석이 모든 산업과 경영의 기능을 크게 바꾸리라 예상되는 빅데이터 시대에 보통 사람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그 답은 바로 빅데이터 시대에 어느 기업이나 조직이 필요로 하는 인재가 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분석적인 소양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분석적 소양의 중요성에 대해 구글의 수석경제학자인 할 베리언은 이렇게 말했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능력, 즉 데이터를 이해하는 능력, 데이터를 처리하는 능력, 가치를 뽑아내는 능력, 시각화하는 능력, 전달하는 능력이야말로 학생과 직장인, 경영자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오랫동안 매우 중요한 능력이 될 것이다.”
빅데이터 시대 개인의 성공은 개인적이든, 직업적이든, 어느 분야에서 어떤 경력을 쌓고 있든 분석적 능력에 의해 크게 좌우될 것이다. 그리고 로사의 사례는 누구나 다 진지한 관심만 갖는다면 분석적 소양, 즉 관련 데이터를 수집해 유용한 분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어릴 때부터 키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