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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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기, 싸우기, 떠나보내기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15-07-13 14: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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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살기, 싸우기, 떠나보내기
    “93세가 된 부모님은 점점 쇠약해지고 있었다. 그간 두어 번의 낙상이 있었고(어머니), 차를 끓인 후 불을 끄는 것을 잊은 사고가 몇 번 있었다(아버지). 두 사람은 점점 아파트를 나서지 않게 됐다. 최근에 90대의 어머니를 돌보던 친구 하나가 노인 전문 변호사에 대해 알려주어서 나는 변호사를 만나 보기로 했다. 부모님과 내가 논의하기 가장 힘들어하는 두 가지 주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이 노인 전문 변호사다. 죽음 그리고 돈. 유언이나 유산 관리, 연명치료 관련 지침 같은 주제 말이다.”

    누구나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그 순간이 온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 출신 만화가 라즈 채스트의 부모도 그랬다. ‘죽음’이란 말을 입에 담지만 않으면 절대 ‘죽음’이 일어나지 않으리라 믿는 것. 하지만 아흔 살을 넘기고 몇 차례 병치레를 한 뒤 부모의 삶은 천천히 무너져내린다. 이제 부모의 보호자가 된 외동딸은 이별을 준비한다. 이것을 ‘마지막의 시작’이라고 했다.

    ‘우리 딴 얘기 좀 하면 안 돼?’는 라즈 채스트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내리막길에 들어선 부모 곁을 지키고 그들을 떠나보낸 과정을 솔직하게 그린 만화 에세이다. 아흔 살이 넘었는데도 “지금 내 뚜껑이 열리려고 해!”를 외치는 불같은 성격의 엄마, 운전은커녕 토스터도 사용할 줄 모르는 기계치에 “네 엄만 지금 어디 있니?”만 외치는 소심쟁이 아빠, 나이 든 부모를 혼자 책임져야 하는 불안함과 점점 줄어드는 은행 잔고를 걱정하는 딸. 책을 읽다 보면 웃기는데 눈물이 난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6년간 치매 초기인 어머니를 홀로 모시며 간병일기를 썼다. 2014년 7월 20일 일기는 짧다.

    “어제 귀가하면서 닭을 몇 마리 샀다. 오늘 점심에 요리해드릴 예정이다. 어제 저녁은 전복죽을 사왔다. 이제는 정말 죽을 쑤는 방법을 배워야 할 것 같다. 어머니가 투덜거리시는 것은 죽이 싫어서가 아니라 가격이 비싸다는 것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쓴 간병일기가 ‘나는 어머니와 산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이 책에서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이런 거다. 누군가의 아들이나 딸인 이상 간병을 해야 하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것. 몸이 불편한 부모를 간병하는 일을 지레 겁먹을 필요 없다. 가끔은 자그락자그락하기도 하고 가끔은 안아주기도 하면서 “내가 어머니를 모시는 것인지 어머니가 나를 돌보는 것인지 모르게” 살아가면 된다.

    독일 저널리스트 마티아스 이를레가 쓴 ‘노인은 늙지 않는다’는 나이가 들면 성격은 어떻게 변할까, 왜 노년에는 기억이 변하는가, 외로움은 어떻게 막을 수 있는가, 죽음은 어떻게 진행되는가에 대해 묻고 대답한 책이다. ‘두려움 없이 행복하게 나이 드는 법’을 말해주는 책이라고 하지만 막상 나와 내 가족의 문제가 되면 죽음은 두려울 수밖에 없다. 이때는 아툴 가완디가 쓴 ‘어떻게 죽을 것인가’(부키)가 큰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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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대한 생존 :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나무 이야기

    레이첼 서스만 지음/ 김승진 옮김/ 윌북/ 305쪽/ 2만5000원


    미국 캘리포니아 주 리버사이드에 있는 파머 참나무의 나이는 1만3000살, 호주 퀸즐랜드 주 레밍턴 국립공원에 있는 남극 너도밤나무는 1만2000살. 저자는 10년간 생물학자들과 함께 세계 곳곳에서 2000살이 넘은 생명체들의 사진을 찍고 기록했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질문과 함께 보존 가치를 강조한다. 고령 생물들은 어떻게 해서 이렇게 오래 살 수 있었을까. 그리고 왜 이렇게나 오래 살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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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야모토 소위, 명성황후를 찌르다

    이종각 지음/ 메디치미디어/ 312쪽/ 1만5000원


    1895년 10월 8일 새벽 일본 군대와 낭인들이 경복궁 담을 넘어 왕비를 살해한 을미사변. 범인이 일본인이라는 사실만 알 뿐 정체가 알려지지 않았으나 저자는 당시 우치다 영사가 하라 외무차관에게 보낸 한 통의 비밀서한에서 단서를 찾는다. ‘이를 살해한 자는 우리 수비대의 어느 육군소위로서’에 나오는 인물은 경성수비대의 미야모토. 120년 만에 밝혀지는 을미사변의 일본 군부 개입 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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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은 왜 고려를 멸망시키지 않았나

    김운회 지음/ 역사의아침/ 240쪽/ 1만4000원


    2006년 ‘대쥬신을 찾아서’를 통해 한국인의 뿌리 찾기와 함께 한국사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온 저자가 이번엔 한·몽 관계사를 정리했다. 고조선 멸망 후 일부는 고구려 건국에 참여하고 일부는 선비, 오환 등으로 불리며 몽골의 기원이 됐다는 민족적 유사성을 비롯해 구국항쟁의 상징이 된 30년 대몽항쟁의 진상, 결혼동맹과 공녀 송출의 진실 등 새로운 시각으로 고려와 몽골의 특수관계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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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현대사 열한 가지 질문

    박세길 지음/ 원더박스/ 320쪽/ 1만5000원


    ‘절망’과 ‘희망’을 키워드로 ‘청년 세대의 고통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민족 분단은 피할 수 없었던 일인가’ 등 질문 10개를 차례로 던지고 답하면서 마지막에 ‘어떻게 해야 통일을 블루오션으로 만들 수 있나?’를 통해 미래를 향한 우리의 도전을 제시했다. 1990년대 중반 교양 필독서였던 ‘다시 쓰는 한국 현대사 1, 2, 3’의 저자가 20년 만에 다시 쓰는 한국 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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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의 힘

    서경식 지음/ 서은혜 옮김/ 현암사/ 296쪽/ 1만4000원


    ‘재일조선인 디아스포라 사상가’라 부르는 저자의 첫 문학 에세이이자 모어와 모국어, 말과 글 사이 ‘언어의 감옥’에 대한 비평집이다. 첫 글은 동일본 대지진을 주제로 한 사이토 미쓰구의 시집 ‘너는, 티끌이니’에 부친 ‘의문형의 희망’이고, 두 번째 글은 숙명여대 강연을 정리한 ‘나는 왜 글쟁이가 되었는가’다. 분단과 이산의 민족적 아픔을 타자와의 연대로 승화하는 법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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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 있는 과거 : 한국문학의 어떤 맥락

    염무웅 지음/ 창비/ 384쪽/ 2만 원


    올해로 평론활동 51년째를 맞은 염무웅의 여섯 번째 문학평론집. ‘문학이 문학다워짐을 통해서만 현실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 문학다움의 실체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가지고 객관적 현실, 작가의 표현 의지와 작품적 결과 사이의 복잡한 변증법을 역사적으로 해명하는 것을 비평 목표로 삼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발표한 평론과 단문들이 수록돼 있다.

    함께 살기, 싸우기, 떠나보내기
    도쿄대 리더육성수업 전2권

    도쿄대 EMP·요코야마 요시노리 엮음/ 정문주 옮김/ 라이팅하우스/ 과제설정의 사고력 편 240쪽, 문제해결의 사고력 편 264쪽/ 각 권 1만3800원


    EMP(Executive Management Program)는 경영학 수업이나 MBA만으로는 풀 수 없는 복잡한 문제에 대응할 인재를 키워내고자 일본 도쿄대가 만든 리더 육성 프로그램이다. EMP 교육의 핵심 내용을 ‘과제설정의 사고력 편’과 ‘문제해결의 사고력 편’으로 압축했다. 현재 인류가 직면한 미지의 영역은 무엇인지, 그 과제를 찾아내는 능력과 문제를 해결하는 리더는 어떻게 탄생하는지를 보여준다.

    함께 살기, 싸우기, 떠나보내기
    사마천 한국견문록

    이석연 지음/ 까만양/ 316쪽/ 1만5000원


    ‘사기’를 통해 본 한국 사회의 자화상. 2009년 중국사마천학회 정회원에 임명됐고, 올해 3월 한국사마천학회 초대 이사장을 맡은 저자는 ‘사마천이 지금 한국에 살아 있다면 무슨 말을 했을까’라는 생각에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세월호 선장이 보여준 ‘악의 평범성’, 직언 없는 정치, 곡학아세하는 지식인, 대권 쟁취자들의 고질병, 변절이 미화되는 세태 등 오늘날 한국 사회에 대한 반성문이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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