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서양에서 온 파라는 뜻으로 지어진 이름이다. 그 서양 채소는 이제 우리네 음식에서 빠질 수 없는 식재료가 됐다. 다양한 요리에 양념처럼 들어가고, 제철 양파는 날로 먹어도 맛이 난다. 익히면 달달한 그 맛의 여운이 깊다.
한살이를 알면 이 채소를 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양파는 오래 자란다. 무더위 막바지인 8월 말에 씨앗을 넣고 모종을 키워, 10월 말에 본밭에다 아주 심는다. 어린 양파는 가녀린 잎 서너 가닥으로 추운 겨울을 나고 이듬해 6월이 돼야 다 자란다. 그러니까 우리가 양파를 먹자면 꼬박 열 달을 길러야 한다. 아마 우리가 먹는 곡식과 채소 가운데 생육기간이 가장 길지 싶다. 양파가 다른 음식과 잘 어울리고 또 자신이 가진 고유한 맛이 깊은 건 바로 이 세월의 맛 때문이 아닐까.
양파가 자라는 걸 본 적이 있는가. 겉모습은 대파와 비슷하다. 잎이라고 해봐야 손가락 굵기 정도 몇 가닥이 전부다. 우리가 먹는 양파는 꽃이 피지 않은 두해살이의 땅속 비늘줄기. 가끔 모종에 따라 두 해째 꽃대가 올라와 꽃이 피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건 예외다. 이런 양파는 상품성이 떨어져 아예 시장에 나올 수 없다.
오래 자라 더 좋은 세월의 맛
양파가 제대로 꽃을 피우려면 긴 세월이 더 필요하다. 그 과정이 좀 복잡하다. 하지 지나 거둔 양파는 잎이 마른 뒤 두어 달 휴면을 한다. 이때 씨를 받기 위한 양파를 따로 골라야 한다. 이를 모구라 한다. 우리말로 하자면 ‘어미양파’.
모구를 휴면 기간 바람 잘 통하는 그늘에 말린 다음, 10월에 본밭에다 다시 심어야 한다. 이 양파는 밭에서 보통 서너 개로 갈라진다. 이를 분구라 한다. 겨우내 저장했던 양파를 먹기 위해 칼로 중간 부분을 가로로 자르면 분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잘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양파는 씨앗을 좀 더 많이, 더 넓게 퍼뜨리고자 이렇게 하는 거다.
분구가 된 상태로 양파는 또 한 번 겨울을 난다. 그다음 5월이 되면 분구마다 꽃대를 올린다. 꽃대 끝에 꽃봉오리가 달리는데 공 모양의 산형꽃차례를 이룬다. 생육기간이 길듯이 이 꽃봉오리 상태로 꽤나 오래간다. 얼추 한 달쯤.
이제 6월 말부터 하나 둘 꽃을 피운다. 이렇게 양파는 씨앗을 뿌린 뒤 두 번 겨울을 나고, 세 번 여름을 맞아야 꽃이 핀다. 골프공보다 좀 더 큰 꽃차례에서 360도 사방팔방으로 뻗어가듯 피어난다. 작고 하얀 꽃이 빈틈없이 빼곡하다. 몇 송이나 될까. 꽃줄기를 젖혀가며 헤아려보다 포기했다. 하나씩 떼면서 헤아리지 않으면 불가능할 정도로 꽃이 많다.
앞뒤가 이렇다 보니 꽃대의 기능이 아주 중요하다. 꽃대 속은 텅 비어 있는데, 힘이 좋은 녀석들은 얼추 1m가량 자란다. 그러니 그 모습 또한 예사롭지 않다. 건축으로 말하면 ‘배흘림기둥’에 가깝다. 즉 기둥 중간이 배가 부르고 아래위로 가면서 점점 가늘어진다. 최순우가 지은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라는 책에 나오는 바로 그 기둥. 누구나 한 번쯤 등을 기대고 싶을 만큼 편하고 정감이 가는 기둥이 아닌가.
군더더기 하나 없는 꽃대
양파 꽃대를 좀 찬찬히 보자. 부드러운 곡선으로 절로 눈이 간다. 아래로 내려가면서 점점 봉곳하다 다시 오목하게 흐른다. 내 눈에는 사람이 만든 그 어떤 기둥보다 예쁘다. 양파가 이런 모습을 가진 주된 이유는 번식에 있다. 1m 남짓 되는 기다란 꽃대를 지탱해 광합성을 하고, 비바람을 이겨내야 한다. 씨앗이 다 여문 뒤에는 어미양파로부터 적당한 거리에 떨어뜨려 놓아야 한다.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이 모든 환경에 능동적으로 적응한 모습이 배흘림이리라. 양파는 사람보다 먼저, 그리고 자연스레 그 이치를 터득했던 게다.
배흘림 꽃대가 예뻐 손으로 만져보니 그 느낌이 예사롭지 않다. 아주 팽팽하다. “이 손 뭐야? 저리 치워!”라고 소리치는 거 같다. 꽃대는 한눈팔지 않고, 군더더기 하나 없이, 오직 꽃을 위해서 온힘을 다하고 있음을 몸으로 말해주고 있었다. 이렇게 양파꽃을 볼 때면 내 몸 관리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남 보란 듯하는 ‘몸짱’까지는 아니어도 기본 몸 관리는 어느덧 필수가 된 세상. 어쩌다 운동하기 싫은 날은 양파 꽃대가 눈앞에서 어른거린다.
양파 : 외떡잎식물 백합과에 속하는 두해살이풀.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먹어온, 아주 오래된 채소다. 보통은 공 모양으로 된 땅속 비늘줄기를 먹지만 뿌리와 껍질, 이파리도 국물로 우려서 먹으면 좋다. 잎은 짙은 녹색으로 원기둥 모양이며 그 속은 비었다. 꽃이 필 무렵 잎은 말라버린다. 꽃대는 50~100cm 높이로 자라며, 원기둥 모양으로 아랫부분이 봉긋하다. 꽃은 6월과 7월 작은 흰색으로, 꽃대 끝에 산형꽃차례를 이루며 공처럼 둥근 모양으로 빼곡하게 핀다. 작은 꽃 하나에 수술은 6개인데 그 가운데 3개의 수술대 밑 양쪽에 잔 돌기가 있으며, 암술은 1개. 충매화로 장마가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씨앗을 받기가 쉽지 않다. 때에 따라 양파는 마늘처럼 가끔 싹눈(주아)을 만들기도 한다.
한살이를 알면 이 채소를 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양파는 오래 자란다. 무더위 막바지인 8월 말에 씨앗을 넣고 모종을 키워, 10월 말에 본밭에다 아주 심는다. 어린 양파는 가녀린 잎 서너 가닥으로 추운 겨울을 나고 이듬해 6월이 돼야 다 자란다. 그러니까 우리가 양파를 먹자면 꼬박 열 달을 길러야 한다. 아마 우리가 먹는 곡식과 채소 가운데 생육기간이 가장 길지 싶다. 양파가 다른 음식과 잘 어울리고 또 자신이 가진 고유한 맛이 깊은 건 바로 이 세월의 맛 때문이 아닐까.
양파가 자라는 걸 본 적이 있는가. 겉모습은 대파와 비슷하다. 잎이라고 해봐야 손가락 굵기 정도 몇 가닥이 전부다. 우리가 먹는 양파는 꽃이 피지 않은 두해살이의 땅속 비늘줄기. 가끔 모종에 따라 두 해째 꽃대가 올라와 꽃이 피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건 예외다. 이런 양파는 상품성이 떨어져 아예 시장에 나올 수 없다.
오래 자라 더 좋은 세월의 맛
양파가 제대로 꽃을 피우려면 긴 세월이 더 필요하다. 그 과정이 좀 복잡하다. 하지 지나 거둔 양파는 잎이 마른 뒤 두어 달 휴면을 한다. 이때 씨를 받기 위한 양파를 따로 골라야 한다. 이를 모구라 한다. 우리말로 하자면 ‘어미양파’.
모구를 휴면 기간 바람 잘 통하는 그늘에 말린 다음, 10월에 본밭에다 다시 심어야 한다. 이 양파는 밭에서 보통 서너 개로 갈라진다. 이를 분구라 한다. 겨우내 저장했던 양파를 먹기 위해 칼로 중간 부분을 가로로 자르면 분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잘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양파는 씨앗을 좀 더 많이, 더 넓게 퍼뜨리고자 이렇게 하는 거다.
분구가 된 상태로 양파는 또 한 번 겨울을 난다. 그다음 5월이 되면 분구마다 꽃대를 올린다. 꽃대 끝에 꽃봉오리가 달리는데 공 모양의 산형꽃차례를 이룬다. 생육기간이 길듯이 이 꽃봉오리 상태로 꽤나 오래간다. 얼추 한 달쯤.
이제 6월 말부터 하나 둘 꽃을 피운다. 이렇게 양파는 씨앗을 뿌린 뒤 두 번 겨울을 나고, 세 번 여름을 맞아야 꽃이 핀다. 골프공보다 좀 더 큰 꽃차례에서 360도 사방팔방으로 뻗어가듯 피어난다. 작고 하얀 꽃이 빈틈없이 빼곡하다. 몇 송이나 될까. 꽃줄기를 젖혀가며 헤아려보다 포기했다. 하나씩 떼면서 헤아리지 않으면 불가능할 정도로 꽃이 많다.
앞뒤가 이렇다 보니 꽃대의 기능이 아주 중요하다. 꽃대 속은 텅 비어 있는데, 힘이 좋은 녀석들은 얼추 1m가량 자란다. 그러니 그 모습 또한 예사롭지 않다. 건축으로 말하면 ‘배흘림기둥’에 가깝다. 즉 기둥 중간이 배가 부르고 아래위로 가면서 점점 가늘어진다. 최순우가 지은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라는 책에 나오는 바로 그 기둥. 누구나 한 번쯤 등을 기대고 싶을 만큼 편하고 정감이 가는 기둥이 아닌가.
군더더기 하나 없는 꽃대
양파 꽃대를 좀 찬찬히 보자. 부드러운 곡선으로 절로 눈이 간다. 아래로 내려가면서 점점 봉곳하다 다시 오목하게 흐른다. 내 눈에는 사람이 만든 그 어떤 기둥보다 예쁘다. 양파가 이런 모습을 가진 주된 이유는 번식에 있다. 1m 남짓 되는 기다란 꽃대를 지탱해 광합성을 하고, 비바람을 이겨내야 한다. 씨앗이 다 여문 뒤에는 어미양파로부터 적당한 거리에 떨어뜨려 놓아야 한다.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이 모든 환경에 능동적으로 적응한 모습이 배흘림이리라. 양파는 사람보다 먼저, 그리고 자연스레 그 이치를 터득했던 게다.
배흘림 꽃대가 예뻐 손으로 만져보니 그 느낌이 예사롭지 않다. 아주 팽팽하다. “이 손 뭐야? 저리 치워!”라고 소리치는 거 같다. 꽃대는 한눈팔지 않고, 군더더기 하나 없이, 오직 꽃을 위해서 온힘을 다하고 있음을 몸으로 말해주고 있었다. 이렇게 양파꽃을 볼 때면 내 몸 관리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남 보란 듯하는 ‘몸짱’까지는 아니어도 기본 몸 관리는 어느덧 필수가 된 세상. 어쩌다 운동하기 싫은 날은 양파 꽃대가 눈앞에서 어른거린다.
양파 : 외떡잎식물 백합과에 속하는 두해살이풀.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먹어온, 아주 오래된 채소다. 보통은 공 모양으로 된 땅속 비늘줄기를 먹지만 뿌리와 껍질, 이파리도 국물로 우려서 먹으면 좋다. 잎은 짙은 녹색으로 원기둥 모양이며 그 속은 비었다. 꽃이 필 무렵 잎은 말라버린다. 꽃대는 50~100cm 높이로 자라며, 원기둥 모양으로 아랫부분이 봉긋하다. 꽃은 6월과 7월 작은 흰색으로, 꽃대 끝에 산형꽃차례를 이루며 공처럼 둥근 모양으로 빼곡하게 핀다. 작은 꽃 하나에 수술은 6개인데 그 가운데 3개의 수술대 밑 양쪽에 잔 돌기가 있으며, 암술은 1개. 충매화로 장마가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씨앗을 받기가 쉽지 않다. 때에 따라 양파는 마늘처럼 가끔 싹눈(주아)을 만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