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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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FIFA 회장 도전은 시작됐다

최근 독일서 플라티니 UEFA 회장 만나 FIFA 개혁 방안 논의

  •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입력2015-06-15 11: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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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축구연맹(FIFA)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버금가는 위상을 자랑하는 국제스포츠단체다. 단일종목 세계 최고 이벤트인 월드컵을 4년마다 개최하면서 다양한 스폰서 유치와 TV 중계권 마케팅 활동 등으로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다. FIFA 회장은 돈·명예·권력을 한 손에 넣는 ‘세계 축구 대통령’으로 불린다. 그렇다 보니 ‘검은돈’ 거래와 관련한 루머가 끊이지 않는다. ‘FIFA 집행위원이 되면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쥘 수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일각에서는 FIFA를 ‘마피아 집단’이라고까지 표현할 정도다.

    17년 독재 블라터의 퇴장

    ‘무소불위의 권력자’로 불리던 조제프 블라터(78·스위스) FIFA 회장이 6월 초 전격 사임했다. 1998년 선거에서 유력 후보였던 렌나르트 요한손 당시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을 꺾고 FIFA 회장에 선출된 그는 올해 5월 말 열린 FIFA 총회에서 5선에 성공했지만 연이은 비리에 대한 수사 압박이 자신에게로 향하자 끝내 백기를 들었다.

    블라터는 FIFA 회장 취임 당시부터 뇌물 의혹을 일으키는 등 재임 기간 내내 돈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직업군인 출신으로 시계회사 론진 회장, 스위스 아이스하키연맹 회장을 거쳐 1975년 FIFA 기술위원으로 축구와 인연을 맺은 블라터는 사무총장에 이어 회장에 오르면서 17년간 세계 축구를 쥐락펴락했다.

    블라터 재임 기간 FIFA는 외형적으로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1998년 5600만 달러(약 620억 원)에 불과하던 수입은 2014년 57억 달러(약 6조3071억 원)로 늘어났고, 회원국 수도 190개국에서 209개국으로 증가했다. 블라터는 천문학적인 수익금 가운데 일부를 약소국 축구 발전을 위해 지원하면서 자신의 지지 세력을 키웠다. 이렇게 확보한 지지 세력은 블라터의 지위를 공고하게 했지만, 블라터 지지 세력 가운데 일부가 FIFA로부터 받은 발전기금을 중간에서 착복했고 블라터는 이를 알고도 묵인해왔다는 의혹을 받았다.



    FIFA 집행위원회에서 결정하는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은 철저히 비밀에 싸여 있다. 뇌물 수수 등 각종 비리 의혹이 제기됐지만 블라터는 그동안 이 같은 주장을 철저히 무시했다. 특히 이례적으로 한꺼번에 결정된 2018 러시아월드컵, 2022 카타르월드컵 선정 과정은 각종 의혹과 추문을 양산했다. 그 와중에 2010 남아공월드컵 선정 과정에서 북중미축구협회(CONCACAF) 집행위원들에게 1000만 달러(약 110억 원)의 뇌물이 전달된 사실이 공개되면서 블라터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5월 말 FIFA 총회 때 경쟁자인 알리 빈 알 후세인(40) 요르단 왕자의 중도 포기로 재신임을 받았을 때까지만 해도 블라터는 회장직에서 사퇴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수락 연설에서 “나를 공격한 이들을 용서하겠지만, (최근 일어난 일들을) 잊지는 않겠다. FIFA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리 연루설에 시달리고 있지만 자리를 지키겠다는 확고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회장 선거가 끝난 뒤에도 미셸 플라티니(60·프랑스) UEFA 회장 등 반대 진영은 블라터를 향한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플라티니 회장은 1998년 블라터가 회장 자리에 오르는 데 도움을 주는 등 대표적 지지 세력이었지만, 2011년 이후 반기를 들었다. UEFA는 “2018 러시아월드컵 예선에는 참여하지만, FIFA 집행위원회 활동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또 일부에선 UEFA가 FIFA를 탈퇴하고 그에 대항할 새 기구를 창설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블라터는 총회 후에도 사그라지지 않는 ‘반(反)블라터’ 운동에 부담을 느꼈고, 최측근의 비리 연루설이 퇴진에 결정적 구실을 한 것으로 보인다. FIFA의 ‘2인자’ 제롬 발케(55·프랑스) 사무총장은 2010 남아공월드컵 선정 과정에서 약 1000만 달러의 뇌물을 수수해 일부 집행위원에게 전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FIFA의 비리를 수사하는 미국 검찰은 블라터의 승인을 받아 발케 사무총장이 돈을 건넸을 것으로 보고 있다. FIFA는 이를 부인했지만, 만약 발케 사무총장이 수사를 받는다면 블라터도 자유로울 수 없다. 더욱이 블라터가 2010 남아공월드컵 개최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도 최근 제기된 데다, 2018 러시아월드컵과 2012 카타르월드컵 선정 과정에서 뇌물이 오갔다는 의혹이 거듭 제기되면서 급기야 두 나라의 개최권 박탈 가능성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차기 회장 선거는 FIFA 정관에 따라 이르면 올해 12월, 늦어도 내년 3월 이전에 치를 것으로 보인다. 새 회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FIFA의 방향성이 결정된다. 특히 ‘반(反)블래터’ 진영에서 집권하면 ‘마피아’ FIFA의 민낯이 만천하에 공개될 공산이 크다.

    정몽준, FIFA 회장 도전은 시작됐다

    정몽준 국제축구연맹(FIFA) 명예부회장이 차기 FIFA 회장에 도전할지 주목된다.

    反블라터 진영의 집권 가능성

    영국 일간 ‘가디언’은 5월 FIFA 회장 선거에 출마했던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를 비롯해 포르투갈 축구 레전드 루이스 피구(43), 플라티니 UEFA 회장, 미카엘 판프라흐(68) 네덜란드축구협회장 등이 선거에 재출마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모두 반블라터 진영이다. 이사 하야투(69·카메룬) 아프리카축구연맹 회장, FIFA 국제국장을 지낸 제롬 샹파뉴(57·프랑스), 셰이크 아흐마드 알 파흐드 알사바(52·쿠웨이트) 아시아올림픽평의회장 등도 출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했다. 이 중 하야투 회장, 알사바 회장은 친(親)블라터 인사다.

    블라터 회장 재임 시절, FIFA 부회장을 맡았던 정몽준 FIFA 명예부회장 겸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도 잠재적인 출마 예상자로 꼽힌다. 5월 회장 선거 당시 공식 입장을 발표하며 블라터 낙선 운동을 벌이기도 했던 그는 블라터 사퇴 직후 “차기 회장 출마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보겠다. 국제축구계의 여러 인사를 만날 기회가 되면 경청한 다음 판단하도록 할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미국 CNN의 30분 쇼 ‘아만포’의 앵커 크리스티안 아만포와 인터뷰에서도 “FIFA 개혁은 거대한 작업이기 때문에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축구 관계자들과 만나 의견을 들어본 뒤 (회장 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정 명예부회장은 블라터 사퇴 이후 예정에 없던 해외 출장을 다녀오는 등 이미 ‘대권 경쟁’에 뛰어든 것 아니냐는 시선을 받고 있다. 그는 6월 7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벤투스 FC와 FC 바르셀로나의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앞서 플라티니 회장 등을 만나 FIFA 개혁 방안 등을 논의하는 등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 명예부회장은 지난해 6·4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에서 낙선한 뒤 한동안 잠행기를 거쳤다. 최근에는 부인 김영명 씨가 운영하는 재단법인 예올이 있는 서울 종로구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면서 내년 총선 때 종로에서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내 정치계에서 재기하기 위해서라도 FIFA 회장 도전은 의미 있는 행보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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