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유무선 음성 무제한 통화를 기본으로 제공하는 데이터형 요금제를 내놨다.
하지만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확산하면서 예상치 못했던 역효과도 드러나고 있다. 요금이 저렴할 것으로 생각해 변경했지만, 일부 소비자는 바꾼 요금제 때문에 통신비가 되레 올라가기도 했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실질적인 요금 인하 효과를 위해 기본료를 폐지하고, 데이터 기본 제공량을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자신의 사용 패턴부터 분석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역대 출시된 요금제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는 5월 8일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처음 출시되고 한 달 만에 가입자 수가 22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미래부는 현 추세라면 올해 안에 800만 명가량이 데이터 중심 요금제에 가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요금대별로 보면 3만 원대 요금제 가입자가 전체 56%인 124만 명으로 가장 많았고, 최하 요금인 2만9900원 요금제 가입자가 28%인 61만 명으로 뒤를 이었다.
기대했던 이동통신비 감면 효과도 나타났다. 류제명 미래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은 6월 8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SK텔레콤 가입자를 분석한 결과 데이터 중심 요금제 이용자의 요금이 평균 8330원 감소했다”며 “데이터 중심 요금제에 분리 요금제 할인을 더하면 기존보다 훨씬 싼값에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음성통화 무제한 효과와 단순한 요금구조, 이동통신사의 강력한 마케팅이 어우러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4만~5만 원대 요금제를 사용하던 소비자에게는 기존 요금제와 비슷한 수준의 데이터를 제공받으면서 음성통화를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음성통화가 많은 소비자는 가장 저렴한 요금제인 2만9900원 요금제부터 무제한 통화가 가능하다.
요금구조 단순화도 가입자 전환을 이끄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 요금제는 음성통화, 데이터, 문자메시지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야 했다. 특히 음성통화는 많지만 데이터 사용이 적은 소비자나, 음성통화 사용은 적지만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소비자 등은 남는 음성통화 시간과 데이터양으로 손해를 보는 구조였다. 반면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는 무제한이고, 자신이 필요한 데이터 사용 패턴에 맞춰 데이터양만 결정하면 돼 단순하다.
이동통신사 간 경쟁적인 마케팅도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의 전환에 힘을 실었다. 이동통신 3사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핵심 경쟁 요소로 정하고 요금 인하와 데이터 제공량 확대, 부가서비스 제공 등을 통한 고객 쟁탈전에 나섰다.
처음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출시한 KT는 요금 수준에 따라 무선통화를 무제한 제공하고, 유선통화는 좀 더 높은 요금제에서만 무제한으로 허용했다. 하지만 SK텔레콤이 모든 요금제에서 유무선 통화를 무제한으로 풀자 경쟁사들도 동일한 조치를 취했다. 특정 시간대 데이터 무제한을 제공하는 부가서비스 출시 등 차별화를 통한 고객 잡기도 치열하다.
이동통신시장의 경쟁이 데이터 중심 요금제에 맞춰지면서 ‘알뜰폰’ 사업자들도 동일한 요금제 출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망을 제공하는 이동통신사와 협의를 거쳐 이르면 이달 중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전반적인 요금 인하 효과는 있지만, 모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동통신 이용 패턴에 따라서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의 전환이 손해를 가져올 수도 있다. SK텔레콤의 가입자 분석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전체적으로 8330원 인하 효과가 있었지만, 일부 소비자는 요금이 상승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전환한 소비자의 61%는 요금 인하 효과가 컸고, 28%는 비슷하거나 소폭 인하 효과가 있었다. 반면 소비자의 11%는 평균 8366원 요금이 상승했다.
LG유플러스가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를 무제한 쓸 수 있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 2종을 출시했다(왼쪽). 데이터 이용량에 따라 요금을 선택할 수 있는 KT의 데이터 선택 요금제.
요금제를 선택할 때 착각하기 쉬운 요소도 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 가운데 가장 싼 2만9900원 요금제도 부가세 10%를 더하면 납부금액은 3만2890원이 된다. 다른 요금제 역시 부가세 10%를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반면 기존에 사용하던 요금은 월 납부금액 기준으로 생각한다. 10% 차이로 효과가 달라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약정 할인이 없는 것도 차이다. 기존에는 요금제 대부분이 약정 시 요금을 할인해주는 반면,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이미 할인된 가격으로 요금이 정해진다. 예를 들어 기존 LTE(롱텀에볼루션) 34요금제는 24개월 약정 시 매달 7000원이 할인된다. 부가세까지 감안하면 3만4000원에 부가세 3400원이 더해지고, 여기서 7700원이 할인되는 구조다. 따라서 소비자가 실제 납부하는 금액은 2만9700원이다. 반면 2만9900원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납부금액이 3만2890원으로 기존 요금보다 높다. 음성통화가 많은 사람이라면 전환이 유리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손해다. 따라서 본인의 음성통화와 데이터 사용 패턴을 정확히 알아보고, 기존 요금제와 비교한 후 선택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시민단체들은 실질적인 요금 인하 효과가 적다면서, 기본요금 폐지 등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해관 통신공공성포럼 대표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포함한 다양한 이동통신 요금제에는 1만1000원 내외 기본요금이 포함돼 있다”며 “기본요금 폐지야말로 확실한 가계 통신비 경감 방안”이라고 말했다.
기본 제공 데이터양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현 정의당 통신비인하 TF국장은 “이동통신사가 자랑스럽게 광고하는 3만 원대 요금제의 데이터는 고작 300MB에 불과해 저화질 영화 한 편만 봐도 사라진다”면서 “정부가 업체들이 국민에게 기본적으로 제공해야 할 데이터양을 최소 1GB 정도로 정해줘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