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로버트 인디애나, 높이 365cm, 1971년, 미국 뉴욕 맨해튼 6번가와 55번가 코너.
성인 키의 2배보다 큰 이 작품은 미국 뉴욕 대로변에 설치돼 있습니다. 저도 출장을 갔다 숙박한 호텔 바로 옆에 이 작품이 놓인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작품인데 대로변에 세워져 있고 지나치는 사람들도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작품 표면은 빨간색, 내부는 파란색으로 아주 매끄럽게 페인팅돼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LOVE를 한 줄로 쓰지만 인디애나는 2단으로 나눠 표현했습니다. 상단에는 L과 O, 하단에는 V와 E를 배치한 거죠. 특히 오른쪽 상단에 있는 O를 우측으로 살짝 기울인 데서 작가의 재치와 센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나머지 글자인 L, V, E는 끝 부분이 에지 있게 마무리돼 만져보고 싶은 충동이 생깁니다.
인디애나의 LOVE는 크기로 보면 5종류가 있습니다. 가장 작은 조각이 높이 45cm이고 그다음부터는 91cm, 121cm, 182cm로 커지는데 가장 큰 것이 높이 365cm짜리입니다. 개인 소장가들은 45cm를 선호해 경매시장에서 이 크기가 가장 활발하게 거래됩니다. 미술관 등 기관에서는 91cm나 121cm짜리 작품을 주로 소장하고 있습니다. 작품의 두께는 높이의 절반 정도입니다. 즉 높이가 365cm인 작품 두께는 182cm입니다.
LOVE 조각의 기본 색상 역시 빨강, 초록, 파랑, 골드, 하양 등 몇 가지로 정형화돼 있습니다. 보통 외부 색과 내부 색으로 나눠 페인팅하기 때문에 제한된 기본 색상 중 2가지만 골라 조합합니다. 이 작품은 빨강과 파랑으로 심플하게 채색됐습니다.
인디애나는 어린 시절 교회 벽에 쓰인 한 줄의 성경 문구를 보게 됩니다. ‘신은 곧 사랑(God is Love)’이란 문구였는데, 여기서 LOVE가 특별히 인상 깊었던 모양입니다. 이후 1964년 뉴욕현대미술관(MoMA) 측 의뢰로 크리스마스카드를 만들며 본격적으로 LOVE 조각을 시작했고, 71년 사진 속 작품을 전시하면서 큰 호응을 얻습니다. 특히 73년에는 LOVE가 밸런타인데이 우표로 제작돼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로 홍보되는 효과를 얻게 됩니다. 이제 LOVE는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작품이자 미술교과서에서도 실리는 작품이 됐습니다.
인디애나의 LOVE는 문자를 모티프로 정사각형 구도, 2가지 채색, 정형적인 5가지 크기, 알루미늄 재질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습니다. 얼마 전 필자가 유치원생과 LOVE를 감상하면서 “특이한 점이 무엇인가요?”라고 묻자 아이들은 경쟁하듯 서로 손을 들면서 즉시 LOVE의 특징들을 명쾌하게 알아맞혔습니다. 다음 날 단체 관람을 온 직장인들에게 같은 질문을 하자 너무 깊게 생각한 탓인지 오히려 엉뚱한 답변을 하더군요. 나이가 들면서 사랑을 너무 깊게 생각하는 것 아닐까요? 이번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비누나 찰흙으로 LOVE를 만들어보세요. 사랑이 넘치는 가정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