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신승반점’의 짜장면(왼쪽)과 ‘변가네 옹진냉면’의 물냉면.
지리적 요건 때문에 인천에는 산둥 출신 노동자가 많이 들어왔다. 산둥성(山東省)은 중국에서도 손꼽히는 면의 본고장이다. 산둥인이 즐겨 먹던 작장면(炸醬麵·Zhajiangmia)이 인천에 등장한 것은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한국인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집집마다 장을 담가 먹듯 화교들도 집에서 장을 담가 면에 넣어 먹었다. 1930년대 신문이나 잡지, 소설에는 중화요릿집에서 짜장면을 판 기록이 여럿 남아 있다.
20세기 중반 중국이 공산화하면서 반공 성향의 화교들은 대만이나 한국, 일본으로 넘어온다. 중국 본토와 교류가 끊길 무렵 한국식 면장(麵醬)인 춘장(春醬)이 만들어진다. 춘장은 중국에는 없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중국식 소스로 중국의 2대 면장 첨면장과 감칠맛을 내는 황장(黃醬)의 장점이 골고루 섞였다. 첨면장은 단맛이 나고 황장은 감칠맛이 나는 게 특징. 춘장은 이 둘을 함께 기름에 볶아 걸쭉하게 만든 것으로 단맛과 감칠맛이 나고 만들기도 쉽다.
1960년대 분식장려운동이 본격화되면서 춘장을 이용한 한국식 짜장면은 국민적 외식으로 등극한다. 면 요리에 능숙했던 중국식당 주방은 호떡집에 불난 듯 난리가 났다. 20세기 초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영업하던 식당 가운데 지금까지 정확하게 대를 이어온 곳은 없다. 일제강점기부터 유명했던 ‘공화춘’은 현재 짜장면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고, 지금의 ‘공화춘’은 옛 공화춘 창업주의 자손들과 관계가 없다. 차이나타운 입구에 있는 ‘신승반점’은 옛 공화춘 창업주의 외손녀가 운영하고 있다. 장의 차이 등을 고려하면 옛 공화춘의 짜장면과는 상당히 다른 짜장면을 팔고 있다. 다행히 이 집 짜장면 맛이 나쁘지 않아 지금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인천 냉면은 백령도식 냉면과 화평동식 서민 냉면으로 크게 양분돼 있다. 백령도식 냉면은 해주를 중심으로 한 평안도 실향민들이 옹진군 백령도에서 피난 생활을 하면서 생겨난 음식문화다. 메밀가루에 밀가루를 섞은 굵은 면발과 까나리액젓을 넣어 단맛이 강하게 나는 육수가 공통된 특징이다. ‘부평막국수’와 ‘변가네 옹진냉면’이 유명하다. 화평동 냉면 골목은 1980년대 인근 화수자유시장에서 시작됐다. 전성기 때는 냉면집이 30곳 넘을 정도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냉면 맛은 평범하지만 엄청나게 많은 양을 커다란 그릇에 담아주면서 ‘세숫대야냉면’으로 불리며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유행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인기는 많아 아직도 가게 10여 곳이 영업 중이다.
인천에서 태어난 또 다른 면은 쫄면이다. 인천시청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쫄면에 관한 내용이 상세하게 나온다. 1970년 중구 인현동 분식점 골목은 정점에 있었다. 이곳에 면을 납품하던 광신제면 창업주가 냉면용 면을 만들다 우연히 굵은 면이 나와 이를 분식점에 소개했고, 이를 당시 유명했던 ‘맛나당’의 주방장 노승희 씨가 면이 쫄깃하다 해서 쫄면이라 이름 붙였다. 냉면도 밀가루로 만들어야 했던 70년대 상황이 나은 사생아인 쫄면은 매콤하고 달콤한 소스와 쫄깃한 면발로 여름 인기 분식 메뉴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