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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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약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를 묻다

지난해 파라벤 파동 후 유럽 치약 인기몰이…치약보다 중요한 건 칫솔질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입력2015-05-26 13: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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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약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를 묻다

    치과 전문의들은 어떤 치약과 칫솔을 선택하느냐보다 얼마나 칫솔질을 잘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30대에 들어서면서 치아 관리에 부쩍 신경 쓰게 된 직장인 박지혜(33) 씨. 지난해 인터넷상에서 ‘치약계의 샤넬’이라 부르는 이탈리아산 치약 ‘마비스’를 우연히 접한 뒤로 유럽산 치약의 세계에 푹 빠졌다. 마비스는 포장 디자인이 감각적이고 향과 성분에 따라 민트, 재스민, 시나몬 등 7가지 종류로 나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국내에서 유해성 논란이 불거진 보존제 파라벤과 항균제 트리클로산이 들어 있지 않은 것도 인기 요인이다. 개당 1만5000원에 달할 정도로 비싼데도 많은 20, 30대 여성이 해외 직접구매(직구)를 통해 들여와 사용하고 있다.

    박씨도 마찬가지로 마비스 치약을 해외 직구로 구매해 반 년째 사용 중인데 만족감이 높다고. 그는 “일반 치약과 달리 거품이 많이 나지 않아 양치 도중 침이 주르륵 흘러 내려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됐다. 그 대신 양치 후 입안에 잔여물이 많이 남지 않아 텁텁한 느낌이 덜하다. 여러 번 헹궈도 입안에 치약 맛이 남는 일반 치약과 달리 깨끗이 헹궈지는 느낌이라 사용감이 좋다. 다른 유럽산 치약들도 이와 비슷하게 순하다는 평이 많아서 다양한 제품을 구매해 사용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치약 해외 직구족 늘어

    치약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를 묻다

    유럽산 치약들에는 유해물질이 덜 하다는 소문이 인터넷상에 퍼지며 인기를 끌고 있다. 독일산 아조나 치약(왼쪽)과 이탈리아산 마비스 치약.

    직장인 이혜영(34) 씨도 최근 유럽산 치약만 사용하고 있다. 그는 마비스 치약 외에도 자체 개발한 소독 성분과 100년 전통의 역사를 강조하는 영국 치약 ‘유시몰’, 60년 역사의 독일산 고농축 치약 ‘아조나’, 합성 계면활성제를 빼고 천연 실리카 성분을 첨가한 스위스산 천연 치약 ‘벨레다’ 등 4가지 치약을 돌아가며 쓰고 있다. 제품은 모두 해외 직구로 들여왔는데 가격은 개당 5000~1만 원 선이다.

    제품을 선택하게 된 경위에 대해 이씨는 “최근 인터넷상에서 유행 따라 화장품을 이것저것 써보듯 치약도 마찬가지로 이름난 제품들을 다양하게 사서 쓰는 추세다. 대체로 유해물질 함유량이 낮거나 없는 유럽 또는 미국 치약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 치약들은 성분이 강한 데 비해 이들 치약은 대부분 순한 편이고, 기능성이 강화된 제품도 다양해 골라 쓰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가격이 비싼 데 대해서는 “보존제, 항균제 등 유해물질을 넣지 않고 천연성분을 강화해 가격이 올라간 것이라 본다. 건강에 좋다면 조금 비싸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이렇듯 치약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진 것은 지난해 10월 초 언론을 통해 시판 치약의 60% 이상이 인체 유해성분 판정을 받은 파라벤과 트리클로산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국내 치약 보존제로 사용되는 파라벤의 함량 기준은 0.2% 이하로 관리하고 있다. 이 기준은 0.4% 이하인 유럽연합과 일본, 그리고 기준을 두지 않고 있는 미국에 비해 국제적으로 엄격한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최근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국내 치약 생산업체들도 파라벤과 트리클로산을 빼는 추세다.

    치약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를 묻다

    국내 치약 생산업체들이 판매하는 각종 기능성 치약들.

    현재 우리나라는 식약처에서 표준기술고시를 통해 치약에 들어가는 성분을 정해놓고 있다. 치약에는 기본적으로 치석 제거와 광택을 내는 세마제, 세정력을 높이고 거품이 나게 하는 계면활성제, 충치 예방에 효과적인 불소, 방습제, 수분 보급제, 인공감미료, 방부제 등이 들어간다. 전문가들은 기능성 치약을 제외하고 국내에서 생산되는 일반 치약은 함량 차이만 있을 뿐 성분은 대동소이하다고 평가한다.

    치과 관련 기자재 연구개발업체 올일원바이오 대표이사인 윤홍철 치의학 박사는 “국내 치약 생산업체는 식약청이 제시한 레시피 안에서 함량을 조절해 특색 있는 치약을 만들고 있다. 이 때문에 특정 치약을 놓고 성분이 좋다 나쁘다 말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된 파라벤에 대해서도 윤 박사는 “파라벤은 화장품과 의약품 등에서 보존제로 사용하는 성분으로, 이를 빼면 치약이 변질될 수 있다. 매일 사용하는 만큼 기온이나 유통기한 등 외부 요인에 따라 치약이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량의 파라벤을 넣는 것이다. 파라벤 논란은 지난해 식약처가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이미 종식된 사안”이라면서 소비자들이 지나치게 불안해하는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유럽산 치약들이 최근 안전성을 이유로 인기를 끄는 것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박용덕 경희대 치과대 예방치과학 교수는 “유럽산 치약 가운데 유해성 논란이 된 물질들을 뺀 제품이 많기는 하지만 그 이유로 더 좋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파라벤이나 트리클로산이 함유된 제품이라도 양치 후 7~8번 이상 충분히 헹궈내면 대부분 입안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에 어떤 치약을 쓰느냐보다 얼마나 잘 헹궈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치아 상태 맞는 치약 선택 필요

    치약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를 묻다

    동화약품의 치주질환 치료 치약 잇치.

    최초의 치약은 충치 예방을 목적으로 1880년대 일본에서 만들어졌다. 국내에서 처음 출시된 치약은 LG생활건강의 전신인 락희화학에서 1954년 내놓은 ‘럭키치약’이다. 이후 치약 사용이 보편화하면서 생산업체가 늘어났고 시간이 갈수록 기능에 따라 치약 제품군도 다양해졌다. 오늘날 전문가들은 기능성 치약을 크게 충치 예방, 치주질환 치료(잇몸 치료), 시린 이 치료, 치아 미백 등 4가지로 구분한다.

    국내 치약시장 추이를 살펴보면 가장 처음 선보인 기능성 치약은 20년 전 출시된 치주질환 치료 치약이다. 치약 속 캐머마일과 몰약 성분이 잇몸질환을 유발하는 구강 병원균을 살균하는 항균성 성질을 갖고 있다. 대표적으로 부광약품 ‘파로돈탁스’가 꼽히는데 오랜 기간 부동의 1위 자리를 유지해오다 2011년 동화약품에서 선보인 치약형 잇몸치료제 ‘잇치’가 인기를 끌며 시장이 다양화되는 추세다.

    이후 2000년대 중반 치아 미백 제품이 속속 출시돼 인기를 끌었다. 당시 커피와 와인 문화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누렇게 변색돼가는 치아를 하얗게 만드는 데 효과적인 치아 미백 치약의 판매도 급격히 늘어났다. 미백 효과를 주는 것은 치약 속 과산화수소 때문. 치과에서 미백 시술 시 사용하는 미백제의 과산화수소 농도는 15~35%인 데 반해 시판되는 치아 미백 치약의 과산화수소 농도는 대부분 3% 안팎이다. 최근에는 LG생활건강 ‘클라이덴’, 애경 ‘2080 뉴샤이닝화이트’ 등 다양한 제품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다.

    가장 마지막으로 등장한 것이 2000년대 후반 출시된 시린 이 치료 치약이다. 치아 성분인 탄산아파타이트를 나노입자로 만들어 넣은 이 치약들은 양치 과정에서 시리게 하는 치아 구멍을 막아준다. 대부분 2주 정도 사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부광약품 ‘시린메드’,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센소다인’이 있다.

    박용덕 교수는 “자신의 치아 상태를 전문의 진단을 통해 정확히 인지하고 그에 맞게 시중에 나와 있는 기능성 치약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현재 다양한 기능성 치약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흡연 억제 성분이 함유된 기능성 치약과 임플란트를 집중 관리하는 기능성 치약 등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그는 “머지않아 더욱 다양한 기능성 치약을 접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치약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를 묻다
    부위마다 10번씩 닦고, 마지막에 10번 헹궈야

    지난해 식약처에 신고된 국내 치약 생산 허가업체 수는 83곳, 품목 수는 1600여 개에 이른다. 업체들은 저마다 기능성을 강조하며 마케팅 경쟁을 벌이는데 ‘충치 예방’ 측면에서 치약 성능은 대부분 엇비슷하다. 그 이유는 불소 때문. 불소 이온이 치아우식증(충치) 발생을 억제하는데 식약처는 치약 제품의 적정 불소 함유 한도를 1500ppm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치과 전문의들은 어떤 치약을 선택하느냐보다 하루 3번, 식후 3분 이내, 한 번에 3분 동안 올바르게 칫솔질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인터넷 국가건강정보포털(http://health.mw.go.kr)에 공시된 올바른 칫솔질 방법은 칫솔머리가 어금니 2개 정도 크기인 칫솔에 치약을 콩알만큼 짠 뒤 한쪽 윗니 바깥 잇몸에서 시작해 반대 끝 방향으로 칫솔을 위에서 아래로(아랫니는 아래에서 위로) 쓸어주듯 닦는 것이다(안쪽도 마찬가지 방식). 또 칫솔모가 닿는 한 부위마다 10번씩 닦아야 하며 치아와 잇몸뿐 아니라 입천장과 혀도 깨끗이 닦는 것이 좋다. 양치 후에는 반드시 10번 정도 물로 헹궈내야 치약 성분이 말끔히 빠져나간다.

    국가건강정보포털에서는 치실 또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하며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치과 전문의들 또한 치실은 칫솔과 함께 필수 요소라고 지적하는데, 하루에 한 번씩 치실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올바른 치실 사용법은 치실을 30~40cm로 잘라 양쪽 가운뎃손가락에 여러 번 감고 엄지와 검지로 잡은 뒤 치아 사이에 끼워 넣고 치아를 C자 모양으로 감싼 후 치아 끝 쪽으로 쓸어내듯 음식물 찌꺼기를 닦아내는 것이다. 이와 함께 보건복지부는 1년에 한두 번 치과에서 정기검진과 스케일링을 받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칫솔도 천차만별, 알고 사용하자!

    오늘날 칫솔은 1938년 미국 화학회사 듀폰사가 나일론 모를 사용한 칫솔을 시판한 이후 지속적인 개발 과정을 거치며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다. 칫솔모를 최대한 가늘게 만든 초미세모 칫솔, 치아의 움푹 파인 곳까지 닿도록 굴곡진 모양으로 만든 칫솔, 은이온 모를 사용해 자체 항균효과를 지닌 칫솔 등 종류도 천차만별이다.

    일반 칫솔 외 많은 이가 사용하는 전동칫솔은 1939년 스위스에서 최초로 발명됐다. 당시에는 손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환자나 장애인, 제대로 칫솔질을 못하는 어린이나 노인을 위해 만들어졌다. 현재 전동칫솔은 상하진동과 좌우회전을 동시에 하는 ‘충전식 전동칫솔’, 칫솔모가 진동하면서 발생시키는 공기방울로 세정하는 ‘음파식 전동칫솔’ 2가지로 나뉜다. 필립스 소닉케어, 브라운 오랄비에서 출시된 전동칫솔이 10만 원 안팎에 판매되고 있다.

    1990년대 들어 양치질 후에도 입안에 남는 음식 잔류물을 효과적으로 제거해주는 ‘구강세정기’가 출시됐다. 구강세정기는 수압을 이용해 치아와 잇몸 사이 이물질을 제거하는 기기로, 물통이나 샤워기에 연결해 사용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워터픽, 파나소닉, 오랄비 등의 업체에서 내놓은 제품이 10만~20만 원 선에 판매되고 있다.

    치과 전문의들은 구강 건강을 위해 칫솔질의 효과를 강조한다. 일부는 치약을 사용하지 않고 칫솔질만 제대로 해도 충치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칫솔질만으로도 치석과 치태를 깨끗이 제거하는 데 무리가 없기 때문. 전동칫솔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하는데, 이는 회전력에 의존해 칫솔질을 구석구석 하지 않거나 힘 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해 잇몸에 무리가 가는 등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치과 전문의들은 구강세정기도 필수 요소는 아니며 그보다 양치질을 제대로 하는 것이 먼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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