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소득 불평등을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지니계수로 측정한 한국의 세전 소득 불평등은 0.338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다. 미국(0.508)은 말할 필요도 없고 스웨덴(0.435)이나 캐나다(0.438), 독일(0.506), 프랑스(0.512)보다도 낮다. OECD에 보고되는 정부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평등한 국가에 속한다. 이 결과를 믿을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이는 체감 불평등이 세전 소득이 아니라 세후 소득에 좌우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한국은 세금도 낮고 복지도 부족해 분배의 불평등 개선 정도가 약하다. 세후 불평등 지니계수는 0.307로 독일, 프랑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북유럽 복지국가인 스웨덴(0.273)이나 노르웨이보다 높지만, 미국(0.389)이나 영국보다 확실히 낮다. 불행히도 이 결과 역시 쉽게 믿기지는 않는다.
정부 공식 통계와 달리 국세청 납세 자료를 이용한 김낙년 동국대 교수의 추정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에 이어 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소득 불평등 수준이 높다. 김 교수의 불평등 수준은 납세 자료에 누락된 다수 소득을 임의로 추정해 계산한 것이므로 방법론에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김 교수만 한국의 소득 불평등이 공식 통계보다 높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2000년 한국의 소득 불평등 수준은 미국, 멕시코에 이어 OECD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높다고 판단한 바 있다.
어느 통계가 맞을까. 정답은 ‘알 수 없다’이다. 황당하게 들리겠지만 우리는 한국 사회의 정확한 소득 불평등 수준을 모른다. 공식 통계를 산출하는 통계청이 이를 조작하기 때문은 아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지표는 가계소득조사라는 표본 설문조사에 의존한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등 다른 많은 국가도 표본 설문조사를 소득 불평등 계산에 사용해왔다. 필자는 미국 표본 설문인 CPS(Current Population Survey)와 미 국세청 세부자료를 비교해 소득 불평등을 계산할 기회가 있었는데, 양자의 격차는 작았다. 이들 나라와 달리 한국은 소득 설문자료의 오차가 클 개연성이 높다.
이 문제를 타개하는 가장 쉽고 정확한 방법은 국세청 행정자료와 통계청 표본자료를 통합해 새로운 자료를 만드는 것이다. 행정자료를 이용해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는 것은 21세기에 등장한 세계적 경향이다. 유럽이 가장 앞서 있고, 미국은 뒤처져 있지만 개선 중이다. 지난해 미 과학 전문 주간지 ‘사이언스’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2006~2008년만 해도 영향력 순위가 높은 경제학 저널에 실린 논문 가운데 5~10%만 행정자료를 사용했지만 2013~2014년에는 그 비중이 절반에 이를 정도로 늘었다.
이들 국가는 행정자료를 연구자들에게 공개함으로써 정확한 실태 파악에 주력하고 있는 반면, 유독 한국과 일본만 그러한 흐름에 뒤처져 있다. 표본 설문조사의 소득 정보가 믿을 만한 국가들도 행정자료를 이용해 더 정확한 정보를 얻고자 노력하는 것과 비교하면 아이러니하다. 한국이야말로 그러한 노력을 배가해야 옳지만, 정보 비밀주의가 정확한 실태 파악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닌가.
불평등 문제와 관련해 전 세계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킨 토마 피케티 교수의 ‘21세기 자본’은 700쪽에 이르는 두꺼운 책이다. 이 책에서 한국 사회에 가장 유효한 문장을 꼽자면 바로 다음일 것이다. ‘현대사회 여러 계급의 소득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사회의 경제적, 사회적 역사에 대한 유용한 지식을 창출할 수 있다는 희망도 없다.’
이는 체감 불평등이 세전 소득이 아니라 세후 소득에 좌우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한국은 세금도 낮고 복지도 부족해 분배의 불평등 개선 정도가 약하다. 세후 불평등 지니계수는 0.307로 독일, 프랑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북유럽 복지국가인 스웨덴(0.273)이나 노르웨이보다 높지만, 미국(0.389)이나 영국보다 확실히 낮다. 불행히도 이 결과 역시 쉽게 믿기지는 않는다.
정부 공식 통계와 달리 국세청 납세 자료를 이용한 김낙년 동국대 교수의 추정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에 이어 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소득 불평등 수준이 높다. 김 교수의 불평등 수준은 납세 자료에 누락된 다수 소득을 임의로 추정해 계산한 것이므로 방법론에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김 교수만 한국의 소득 불평등이 공식 통계보다 높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2000년 한국의 소득 불평등 수준은 미국, 멕시코에 이어 OECD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높다고 판단한 바 있다.
어느 통계가 맞을까. 정답은 ‘알 수 없다’이다. 황당하게 들리겠지만 우리는 한국 사회의 정확한 소득 불평등 수준을 모른다. 공식 통계를 산출하는 통계청이 이를 조작하기 때문은 아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지표는 가계소득조사라는 표본 설문조사에 의존한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등 다른 많은 국가도 표본 설문조사를 소득 불평등 계산에 사용해왔다. 필자는 미국 표본 설문인 CPS(Current Population Survey)와 미 국세청 세부자료를 비교해 소득 불평등을 계산할 기회가 있었는데, 양자의 격차는 작았다. 이들 나라와 달리 한국은 소득 설문자료의 오차가 클 개연성이 높다.
이 문제를 타개하는 가장 쉽고 정확한 방법은 국세청 행정자료와 통계청 표본자료를 통합해 새로운 자료를 만드는 것이다. 행정자료를 이용해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는 것은 21세기에 등장한 세계적 경향이다. 유럽이 가장 앞서 있고, 미국은 뒤처져 있지만 개선 중이다. 지난해 미 과학 전문 주간지 ‘사이언스’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2006~2008년만 해도 영향력 순위가 높은 경제학 저널에 실린 논문 가운데 5~10%만 행정자료를 사용했지만 2013~2014년에는 그 비중이 절반에 이를 정도로 늘었다.
이들 국가는 행정자료를 연구자들에게 공개함으로써 정확한 실태 파악에 주력하고 있는 반면, 유독 한국과 일본만 그러한 흐름에 뒤처져 있다. 표본 설문조사의 소득 정보가 믿을 만한 국가들도 행정자료를 이용해 더 정확한 정보를 얻고자 노력하는 것과 비교하면 아이러니하다. 한국이야말로 그러한 노력을 배가해야 옳지만, 정보 비밀주의가 정확한 실태 파악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닌가.
불평등 문제와 관련해 전 세계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킨 토마 피케티 교수의 ‘21세기 자본’은 700쪽에 이르는 두꺼운 책이다. 이 책에서 한국 사회에 가장 유효한 문장을 꼽자면 바로 다음일 것이다. ‘현대사회 여러 계급의 소득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사회의 경제적, 사회적 역사에 대한 유용한 지식을 창출할 수 있다는 희망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