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84

..

“통 큰 합의로 한국 정치 새 지평 열고파”

‘성완종 메모’ 검찰 수사 미진하면 특검 가야…유승민 ‘신보수’, 진영 논리 벗어나려는 몸부림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5-04-20 09:38: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통 큰 합의로 한국 정치 새 지평 열고파”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의원(사진)은 4선 중진이다. 그는 4선을 기록하는 동안 사무총장, 정책위원회 의장 등 주요 당직과 인연이 없었다. 당내 비주류로 걸어온 그의 정치적 궤적과 무관치 않다. 그런 그가 ‘여의도 정치를 바꾸겠다’며 5월 초 원내대표 경선에 도전한다. 이번이 세 번째 도전.

    이 의원을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마주한 4월 13일은 마침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기념일이었다. 이 의원에게도 뜻깊은 날이 아닐 수 없다. 그의 조부가 안창호 선생과 신민회를 조직하고, 독립군 양성소인 신흥무관학교를 만든 대표적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이다. 독립운동을 기려야 할 이날, 국회는 ‘성완종 메모’ 파문으로 하루 종일 들썩였다. 인터뷰 역시 성완종 메모로 시작했다.

    ▼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메모 파문으로 정국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4대강, 자원외교, 방산비리 등 이명박 정권 차원에서 이뤄진 부실사업에 대한 진상 규명과 그에 대한 책임 추궁을 분명히 하려면 갈 길이 먼데, 예상 밖의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이 의원은 성완종 메모 파문으로 야당이 이명박 정부의 3대 부실사업으로 꼽은 이른바 4자방 의혹이 묻히게 될 것을 우려했다.



    “검찰의 경남기업 수사는 금액이나 관여도로 볼 때 자원비리의 줄기라기보다 변방의 문제가 아니었나 싶어요. 변방에서 시작해 줄기를 찾는 지혜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의혹의 본질을 파헤치려면 줄기를 잡고 빨리 들어가야 하는데, 곁가지를 조사하다 지금의 상황이 벌어진 셈이죠.”

    ▼ 검찰은 성완종 메모와 관련해 특별수사팀을 꾸렸습니다.

    “(검찰은) 한 점 의혹도 남지 않도록 국민에게 (성완종 메모의) 진실을 밝혀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 현직 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이 메모에 등장했다는 점에서 특검(특별검사)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검찰에게 일정 시간을 주고, 그래도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특검으로 가야겠죠.”

    ▼ 4·29 재·보궐선거(재보선)에 성완종 메모 파문이 여권엔 악재, 야권엔 반사이익이 될 것이란 시각이 있습니다.

    “역지사지해서 만약 우리가 여당일 때 그런 사건이 터졌다면 선거는 해보나 마나였을 수 있겠죠. 그런데 새누리당은 다른 측면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 위기의식 속에 오히려 지지층이 더 단결할 수도 있다?

    “그렇습니다.”

    ▼ 문재인 당대표가 취임한 지 두 달이 넘었습니다. 문재인 체제가 안착했다고 봅니까.

    “안보 및 경제 문제에서 (문 대표가) 융통성 있는 행보로 차곡차곡 점수를 따고 있죠. 그런데 아직 견고함이 부족해요. 우리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서 내용과 대안을 갖고 국민에게 인정받아 점수를 따는 것이 중요합니다.”

    ▼ 당내 계파 문제는 일단락됐다고 봅니까.

    “뜻이 맞는 사람끼리 자연스럽게 함께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죠. 인사 배분과 공천 등에서 계파가 패권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신뢰를 준다면 계파와 정파가 마냥 부정적이지는 않다고 봅니다. 다만 패권적으로 기능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요. 지금까지 문재인 대표는 분열적 계파주의에 대한 우려에서 해방될 만큼 유연하고 여유 있는 행보를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당직 인선도 그렇고, 재보선 공천도 잡음 없이 처리했죠.”

    세 번째 원내대표 도전

    ▼ 계파 문제는 공천 과정에서 상대를 배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기 때문일 텐데요.

    “계파 친소 문제로 상식이 뒤집히고 비합리적 선택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면 패권화된 계파가 비판과 비난 대상이 될 수밖에 없죠.”

    ▼ 대표적인 예가 새정치민주연합(당시 민주통합당)의 2012년 총선 공천 때 아닌가요.

    “그렇게들 얘기하죠.”

    ▼ 공천 과정에서 특정 계파의 패권주의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당 지도부의 전략적인 선택으로 국민에게 인적쇄신을 선보이려다 당내 잡음이 커지는 상황보다 당대표가 기득권을 내려놓음으로써 당내 계파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봅니다.”

    ▼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 국민동원 논란이나 역선택 문제 등 우려 시각도 없지 않습니다.

    “여야가 같은 날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하면 홍보가 잘돼 더 많은 국민이 참여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동원에 대한 우려나 역선택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소할 수 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5월 7일 새 원내대표 선출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두 차례 원내대표에 도전했다 낙선한 이 의원은 이번 경선에 세 번째 도전할 예정이다.

    ▼ 세 번째 도전인데, 각오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의원님 한 분 한 분을 직접 찾아뵙고 조언을 많이 듣고 있습니다.”

    ▼ 왜 원내대표가 되려 합니까.

    “정쟁과 갈등으로 국민에게 외면받아온 여의도 정치를 바꿔보고 싶어요.”

    ▼ 가능할까요.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국회 대표연설에서 성장과 복지의 균형 발전을 추구하는 ‘신(新)보수시대’를 열겠다고 했죠. 저는 유 원내대표가 진정성을 갖고 스스로 진영 논리를 벗어나려 몸부림치는 것으로 느꼈습니다. 지금까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경우 절벽 같은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얘기하는 것 같았다면 유 원내대표는 다를 것으로 봅니다.”

    ▼ 내용과 방향이 비슷하기 때문에 대화와 타협이 가능할 것이다?

    “그렇죠. 예를 들어 법인세 인상 문제도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봐요. 방법과 시기에 대해서는 시각차로 논쟁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같은 효과와 결과를 얻고자 하는 진정성을 서로 인정한다면 통 큰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봐요.”

    이 의원은 “반짝 경기부양책으로는 지금의 경제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며 “여야 합의로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에 대한 중장기 플랜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내대표에 세 번째 도전하는 이 의원은 유승민 원내대표와 한국 경제의 활로를 뚫기 위한 협상 테이블에 나설 수 있을까.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새로운 여의도 정치로 한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해보고 싶다는 그의 간절한 바람이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