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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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있고 똑똑한 차가 몰려온다

2015 제네바 국제 모터쇼…스마트폰과 연결되는 스마트카, 핸들 접히는 콘셉트카 선보여

  • 김성규 동아일보 기자 sunggyu@donga.com

    입력2015-03-16 10: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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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쓸모 있고 똑똑한 차가 몰려온다

    현대자동차가 ‘2015 제네바 국제 모터쇼’에서 처음으로 공개한 ‘올 뉴 투싼’.

    스위스는 중립국이다. 정치·군사적으로서뿐 아니라 자동차 산업에서도 그렇다. 스위스는 독일(폴크스바겐·BMW·벤츠 등), 프랑스(르노·푸조 등), 이탈리아(피아트 등)라는 쟁쟁한 자동차 강국 사이에 끼어 있으면서도 자체 완성차업체가 없다. 이 때문에 스위스에는 다양한 국적과 모델의 차가 모두 모여 있다. 어디에도 치우침 없이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는 것이다.

    ‘제네바 국제 모터쇼’(제네바 모터쇼)의 권위와 성공은 이곳에서 나온다. 제네바 모터쇼는 파리, 프랑크푸르트, 디트로이트, 도쿄 모터쇼와 함께 세계 5대 모터쇼로 꼽힌다. 이 중 관람객 규모는 가장 작지만, 유일하게 자동차 비생산국에서 열리기 때문에 어떤 업체의 입김으로부터도 자유롭다. 모든 업체가 매년 거의 같은 위치, 같은 크기 부스에서 행사에 참가한다. 또 유럽에서 매년 가장 처음 열리는 모터쇼이기 때문에 세계 자동차시장을 이끄는 유럽의 자동차 트렌드를 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거주인구가 20여만 명에 불과한 작은 도시지만, 제네바 모터쇼에는 매년 70여만 명의 관람객이 몰린다.

    SUV·미니밴·해치백 등 실용성 강조

    2015 제네바 모터쇼를 취재하기 위해 3월 2일(현지시간) 저녁 제네바 국제공항에 내렸다. 폴크스바겐 그룹 나이트(기업 자체의 전야제 행사) 현장으로 가는 셔틀을 타려고 공항 지하주차장에 들어섰는데 세아트, 스코다, 오펠 등을 포함해 국내에선 보기 힘든 다양한 브랜드와 종류의 차들이 서 있었다. 도시 어디를 둘러봐도 세계 자동차업계가 모두 모인 전시장이었다. 교통체증을 뚫고 도착한 폴크스바겐 그룹 나이트 현장에는 포르셰, 아우디, 벤틀리, 람보르기니 등 그룹 내 12개 브랜드의 신차를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모여든 관계자와 기자 1000여 명으로 서 있을 자리조차 찾기 힘들 정도였다. 행사가 있던 날 오후 ‘유럽 올해의 차’에 폴크스바겐 파사트가 선정되면서 여기저기서 축하의 말이 오가는 등 행사는 축제 분위기로 더욱 달아올랐다.

    올해 제네바 모터쇼에는 약 220개 업체가 900여 대 차를 전시했다. 이 중 130대는 세계 또는 유럽에서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한국 업체 중에는 현대·기아자동차와 쌍용자동차가 참여했고, 한국 GM(제너럴모터스)의 대주주인 미국 GM과 르노삼성자동차의 대주주인 프랑스 르노도 당연히 참가했다. 업체마다 약 15분 단위로 돌아가며 열린 언론공개 행사에서는 각 브랜드의 최고경영자(CEO) 등 고위 관계자들이 신차나 콘셉트카의 성능과 특징을 직접 설명했고, 자사의 지난해 실적과 올해 목표 등도 밝혔다.



    행사장을 돌아다니면 페라리, 맥라렌, 애스턴마틴 등 수억 원대 가격을 자랑하는 화려한 슈퍼카가 시선을 잡아끌지만, 일단은 판매량이 많은 브랜드부터 살펴봐야 한다. 폴크스바겐, 메르세데스 벤츠, 도요타, 현대자동차 등 세계 유수 업체들이 선보이는 신차가 모터쇼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이들 업체가 이번 제네바 모터쇼에 내놓은 차는 대부분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미니밴, 왜건, 해치백(트렁크가 뒷좌석과 이어진 형태) 등 실용성을 강조한 모델들이었다. 폴크스바겐이 세계 최초로 공개한 ‘파사트 올트랙’은 세단인 파사트에 SUV를 접목한 형태로, 모든 도로를 다 다닐 수 있는 점을 강조했다. 신형 ‘투란’과 신형 ‘샤란’도 내놨는데, 모두 다목적 차량(MPV)이라 부르는 미니밴 모델이다. BMW도 7인승 MPV ‘2시리즈 투어러’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프랑스 업체는 해치백, 일본 업체는 SUV로 눈길을 끌었다. 르노는 QM3와 QM5 중간쯤 되는 ‘카자르’를 선보였고, 푸조는 ‘뉴 208’을 공개했다. 인피니티는 소형 SUV ‘QX30’을, 혼다는 자사의 간판 SUV인 ‘CR-V’보다 한 단계 작은 ‘HR-V’를 내놨다. 이것들은 모두 실용성이 높은 SUV를 원하지만 큰 크기를 부담스러워하는 젊은 세대를 겨냥한 모델이다. 롤랜드 크루거 인피니티 최고경영자(CEO)는 현장에서 “QX30은 곧 나올 양산형 모델도 콘셉트카와 거의 비슷한 모습이 될 것”이라고 밝혀 기대감을 높였다.

    한국 업체들도 실용주의 흐름에 합세했다. 특히 중형 SUV ‘올 뉴 투싼’을 공개한 현대차 부스와 왜건형 콘셉트카 ‘스포츠스페이스’를 선보인 기아차 부스에는 수백 명이 몰려 여느 유수의 외국 업체 못지않은 관심을 받았다.

    쓸모 있고 똑똑한 차가 몰려온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막한 ‘2015 제네바 국제 모터쇼’에서 르노 ‘카자르’(왼쪽), 인피니티 ‘QX30’ 등이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폴크스바겐 회장도 관심 보인 투싼

    언론공개 행사가 있던 3월 3일 오후 2시쯤에는 마르틴 빈테르코른 폴크스바겐 그룹 회장이 현대차 부스를 방문해 약 10분간 머물면서 투싼의 이곳저곳을 유심히 살펴봐 눈길을 끌었다. 토마스 슈미트 현대차 유럽법인 판매담당 부사장은 “독일 차는 차가워 보이는 반면, 유럽에서 현대차는 감성적이고 따뜻한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다른 브랜드에게 이런 점이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그래서 많은 사람이 찾는 듯하다”고 말했다.

    스포츠스페이스는 앞모습은 간판 세단인 K5를 닮았으면서도 뒷모습은 왜건인 독특한 모습으로 현장에서 외신 방송기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쌍용차도 국내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소형 SUV ‘티볼리’를 세계 시장에 선보였다. 특히 티볼리의 전기차 버전 콘셉트카인 ‘티볼리 EVR’는 저유가 때문인지 친환경 차량 출품이 다소 적었던 이번 모터쇼에서 더욱 돋보였다.

    한편 모터쇼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수억 원대 슈퍼카와 미래 자동차 기술을 엿볼 수 있는 첨단 콘셉트카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였다. 특히 슈퍼카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페라리 부스에 관람객이 몰려들어 진행 요원들이 일정 인원 이상 진입을 못 하게 막는 모습이었다. 마세라티는 남성 패션 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와 협업한 모델을 선보여 고급스러움을 뽐냈고, 맥라렌과 코닉세그 등은 탄소섬유를 이용해 무게를 줄인 슈퍼카를 선보였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스마트폰과 연결되는 스마트카를, 스위스 린스피드는 핸들이 조수석으로 넘어가거나 자율주행할 때 핸들이 접히기도 하는 콘셉트카를 선보여 관심을 끌었다.

    쓸모 있고 똑똑한 차가 몰려온다

    기아자동차가 선보인 왜건형 콘셉트카 ‘스포츠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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