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창단한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스위스 루체른에서 매년 여름 말러 교향곡 연주를 이어가면서 루체른은 ‘말러의 성지’로 떠올랐다.
2014년 4월 6일 스위스 루체른에서 부활절 페스티벌 기간에 ‘아바도 추모공연’이 열렸다. 그가 11년 동안 이끌었던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다시 루체른 문화회의센터(KKL) 콘서트홀에 모였고, 그로부터 페스티벌 음악감독 자리를 이어받은 라트비아 지휘자 안드리스 넬손스가 지휘봉을 들었다. 그의 단짝 파트너였던 콜리야 블라허는 스케줄 탓인지 불참했고, 그 대신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악장인 제바스티안 브로이닝거가 악장 자리에 앉았다.
카라얀 사망 이후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제5대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클라우디오 아바도.
이후 첫 곡 슈베르트 ‘미완성 교향곡’의 제1악장이 연주되면서 본 공연이 시작된다. ‘미완성 교향곡’ 또한 아바도가 2013년 여름 페스티벌에서 지휘했던 곡이다. 당시 브루크너가 남긴 또 하나의 미완성작 ‘교향곡 제9번’과 나란히 연주돼 화제를 모았고, 그 공연은 결과적으로 아바도가 우리에게 던진 마지막 화두로 남았다.
그런데 이 곡에서부터 가슴 뭉클한 장면이 연출된다. 먼저 단원들이 입장해 하나 둘씩 자리에 앉는다. 그러나 지휘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그대로 연주가 시작된다. 그렇다. 비록 아바도의 몸은 지휘 단상 위에 없지만 그의 영혼만은 그 자리에서 동료들과 영원히 함께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한편으론 누구도 그를 대신할 수는 없다는 극상의 존경 및 예우의 표시이기도 하다. 브로이닝거가 평소보다 큰 몸짓으로 동료들을 이끌고 음악은 더없이 치열하게 웅변적으로 흐른다.
다음 순서는 그 여운 사이로 독일 배우 브루노 간츠가 걸어 나오면서 시작된다. 아바도의 ‘절친’이던 간츠는 그가 가장 좋아했던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횔덜린의 ‘빵과 포도주’를 겸손하게 낭송한다. 그리고 낭송이 마무리될 무렵 다음 곡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그가 만년에 자주 호흡을 맞췄던 독일 바이올리니스트 이자벨 파우스트가 독주를 맡은 베르크의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어느 천사를 추억하며’라는 부제가 붙은 곡이다.
그 후 영상은 타계 1주일 후 그의 고향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스칼라 극장에서 진행된 추모공연 현장을 잠시 비춘다. 텅 빈 극장에서 다니엘 바렌보임의 지휘로 ‘에로이카 교향곡’의 ‘장송행진곡’이 연주되는 동안 광장에 모인 군중은 말없이 안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서 있다.
공연의 피날레는 넬손스가 지휘한 말러 ‘교향곡 제3번’의 마지막 악장이 장식한다. 아바도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지만 그의 정신은 누군가 반드시 이어가야 하기에 연주를 마칠 즈음 너 나 할 것 없이 눈물범벅이 된 단원들의 모습에서 다시금 그의 존재를 마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