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트모발이식클리닉의 모발이식 모습.
탈모증은 하루 100개 이상 모발이 빠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어떤 병이든 원인을 알아야 치료를 할 수 있다. 탈모도 마찬가지. 일반적으로 알려진 탈모의 가장 큰 원인은 유전이다. 하지만 조부와 부친에게 탈모증이 있다고 해도 자식이 100% 탈모인이 되진 않는다. 확률적으로는 50% 정도.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과도하게 작용해 일어나는 남성형 탈모도 유전형 탈모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남성형 탈모는 정수리와 앞머리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데, M자형 탈모가 많은 편이다. 해당 부위의 남성호르몬 수용체 밀도가 30% 정도로 높기 때문에 이런 모양의 탈모가 일어난다.
유전적·비유전적 탈모 급증
유전적 요인이나 남성호르몬 작용 외에도 극도의 스트레스나 남성호르몬이 많은 식품 섭취, 도시에 널린 환경호르몬도 탈모를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다. 유전적 요인을 가진 이들에게 이런 비유전적 원인이 발생하면 이른 나이에 탈모가 찾아온다. 2000년 이후 30대 이하 탈모환자가 급증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여성 탈모 또한 주로 남성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 여성의 신체 내에도 일정 정도 남성호르몬이 있는데, 그 비율이 갑자기 높아지는 등 변화가 오거나 이를 받아들이는 수용체의 민감도가 증가하면 탈모가 일어난다. 이런 변화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유전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회생활, 가정, 육아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지나친 다이어트로 인한 영양 불균형, 내분비 이상, 약물 오·남용 등으로 탈모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전체 탈모 치료 인원 중 46~48%가 여성인 것을 보면 비유전적 요인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이윤주 루트모발이식클리닉 대표원장은 “탈모는 그 유형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어떠한 유형의 탈모인지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젊은 탈모는 치료 시기가 빠르면 빠를수록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탈모가 의심된다면 치료 기관을 방문해 자신의 상태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부분 초기에는 탈모 진행을 스스로 인지하기 어렵다는 점. 탈모를 인지했다 해도 먹는 약과 뿌리는 약, 레이저, 고주파, 광선치료, 메조테라피, 두피 스케일링, 모발이식술 등 어떤 방법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에 빠진다. 탈모 초기인 남성은 주로 약물치료를 많이 한다. 약물치료는 탈모가 더 진행되지 않도록 약해진 모발을 튼튼하게 지켜주는 구실을 한다.
하지만 6개월 이상 복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고, 정량을 지키지 않으면 효과를 보기 힘들며, 약을 끊으면 다시 탈모가 진행된다는 단점이 있다. 약도 젊은 층이 평생 먹기엔 부담이 적잖다. 또한 약물의 경우 여성은 사용할 수 없으며 특히 임산부는 절대 먹어선 안 된다. 코로 그 가루만 흡입해도 유산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여성형 탈모 방지용 약물이 등장했지만 그 효과에 대해선 꾸준한 검증이 필요한 상태다.
여성은 뿌리는 약물을 많이 사용하는데 그 치료기전은 정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다만 모발의 생장주기를 연장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뿐이다. 뿌리는 약 역시 탈모 방지와 가늘어진 모발을 굵게 하는 데는 상당한 효과가 있지만 발모 효과는 크지 않다. 이마저도 모근이 살아 있을 때만 효과를 낸다. 따라서 약물치료는 초기 탈모 환자나 평생 동안 고가 약물을 꾸준히 정량 투여할 수 있는 사람이 그 대상이 된다.
그래서 이미 탈모가 진행된 상태라면 모발이식술을 하는 게 투입 비용 대비 효과가 좋다. 여전히 고가지만 모발이식 비용도 예전보다 크게 떨어져 조금이나마 부담이 줄었다. 탈모는 주로 앞머리와 정수리 부위에 집중적으로 일어나는 반면, 옆머리나 뒷머리 모발은 나이가 들어도 잘 빠지지 않는다. 모발이식술은 유전적 요인을 받지 않는 부위의 모발, 즉 주로 뒷머리 모발을 채취해 탈모 부위에 이식한다. 따라서 모발이식술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선 뒷머리 모발 밀도가 촘촘해야 한다. 옮겨 심어야 할 머리카락이 적으면 그 효과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30대 초반 모발이식 환자의 수술 전(왼쪽)과 후 모습.
젊은 탈모 환자가 먹거나 바르는 약보다 모발이식술을 택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 있다. 일단 옮겨 심을 모발이 많은 데다 한번 이식하면 이식한 부분은 더는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완전 대머리의 경우 평생 동안 약을 먹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젊은 탈모 환자는 대부분 탈모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이식한 후에도 탈모 치료제를 꾸준히 먹어야 추가 탈모를 막을 수 있다. 이윤주 대표원장은 “모발이식술을 받았다고 해도 노화가 진행되면서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탈모는 막을 수 없다. 따라서 모발이식술을 받은 후 꾸준한 진료로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2차 탈모를 방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모발이식술은 높은 가격과 수술에 대한 만족도, 안전성 등 여러 이유로 많은 탈모 환자, 특히 젊은 탈모 환자는 선뜻 선택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 하지만 제22회 세계모발이식학회(ISHRS)에서 발표된 ‘모발이식술에 대한 한국인 만족도 분석결과’는 이런 부정적 인식도 조금씩 무너지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루트모발이식클리닉이 학회에서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1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12개월 이상 추적 관찰이 가능한 모발이식 환자 755명을 분석한 결과 ‘만족했다’고 응답한 환자가 72.5%(548명)에 달했다는 것. 특히 20, 30대 만족도가 73% 정도로 높게 나타났다. 가장 만족도가 높은 연령층은 60대 이상으로 84%에 달했다. 모발이식술로도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는 평균 4.5%의 낮은 수치로 나타났다.
모발이식술을 선택하는 데 가장 큰 벽이기도 했던 가격도 크게 떨어졌다. 5년 전만 해도 500만~600만 원을 호가해 20, 30대 젊은 탈모 환자는 엄두도 내기 힘들었지만 최근 200만~300만 원 수준으로 대폭 떨어뜨린 클리닉도 늘어났다.
이학규 루트모발이식클리닉 대표원장은 “모발이식술은 국내에서 20년 이상 탈모치료수술로 사용돼 왔고, 그 연구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수술법이다. 여러 탈모치료 방법이 있지만, 현재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탈모치료 방법은 수술이라 할 수 있다. 모발이식술의 안전성과 효과를 높이기 위해 꾸준한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