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지진희는 오래된 레고 마니아다. 그는 아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레고에 발을 들인 뒤 마니아 수준까지 오르게 됐다. 인터넷 카페에서 활동하며 레고로 신세계백화점 본점 건물을 만드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이상화도 레고 마니아다. 다 큰 어른이 무슨 레고냐고 한다면 당신은 뭔가를 잘 모르는 사람이다. 지금은 아이 같은 어른인 키덜트족의 시대다.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도 연예계의 대표적인 키덜트족이다. ‘로보트 태권브이’를 비롯해 수많은 피규어를 대표실 가득 모아놓았고, 베어브릭도 모은다. 가수 서태지도 모형비행기와 무선조종(RC) 자동차를 가지고 노는 게 취미고, 피규어 수집이 취미인 가수 이승환의 집에는 장난감숍을 연상케 할 정도로 피규어가 가득하다. 배우 조민기와 이나영은 세계 각국의 아톰 캐릭터를 수집하고, 이시영과 박해진은 유명한 건담 마니아다. 배우 심형탁은 건담 마니아면서 도라에몽 마니아다. 연예계에는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키덜트족이 많은데, 우리 주변에도 키덜트족이 흔할 정도로 늘었다.
어린 시절 향수 자극하는 장난감
2040세대는 어릴 적 갖고 놀던 장난감이나 그때 좋아했던 게임과 애니메이션에 대한 추억을 어른이 돼서도 놓지 않고 있다. 이런 키덜트는 아이가 주류 소비자일 것 같던 완구업계에서 큰손이 됐다. 우리나라 키덜트시장 규모를 연간 5000억 원 정도로 보는데, 매년 20~30%씩 성장할 정도니 꽤나 매력적인 시장임에 틀림없다. 특히 레고코리아의 매출은 2010년 383억 원에서 2013년에는 1460억 원으로 3년 만에 4배 가까이 늘었다.
세상에 나온 지 70년이나 된 레고는 키덜트족에게 유난히 인기 많은 장난감이다. 신상품도 인기지만, 오래된 중고 제품의 거래도 활발하다. 개인 간 중고 레고 온라인 거래장터인 브릭링크(Brick Link)에는 전 세계 회원만 40여만 명이다. 전 세계 레고 마니아는 수백만 명 정도로 추산되며, 레고를 이용해 연간 100만 달러 이상을 버는 사람도 전 세계적으로 8000명 이상이라고 한다. 워낙 마니아가 많다 보니 레고는 투자 대상이 되기도 한다.
영화 ‘명량’이 흥행을 이어갈 때 키덜트 매장에서는 거북선과 판옥선 목재모형 매출이 급증하기도 했다. 설마 이걸 아이들이 샀을 거라 생각하는가. 장난감에 관심을 갖게 된 어른은 어릴 적 향수를 자극하거나 눈높이에 맞는 감성을 장난감에 녹였을 때 특히 잘 반응한다. 나도 집 안을 둘러보니 자동차 미니어처와 피규어가 구석구석 꽤 있다. RC 비행기나 드론도 계속 탐내는 중이다. 오늘의 작은 사치는 어른을 위한 장난감이다. 요즘에는 아트토이라 해서 예술품 수준의 수집용 완구인형도 꽤나 인기다.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백화점에는 ‘토이 앤드 하비’ 테마관이 있다. 키덜트족을 위한 대표적인 장난감 편집매장이다. 주 고객층은 2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까지. 아이가 갖고 노는 장난감보다 훨씬 전문적이고 가격도 비싸다. RC 자동차나 비행기, 헬기 등은 수십만 원에서 100만 원대를 호가한다. 특히 풀세트가 200만 원에 이르는 RC 탱크는 엔진 소리, 전·후진 중 포신 회전, 포 사격 시 반동까지 구현해 실탄 발사만 빼고 모든 것이 실제 탱크와 비슷하다.
소수 마니아만 누리던 RC 장난감이 최근 대중화하고 있다. 정교한 제품이라 주로 일본이나 프랑스 등에서 생산돼 가격이 비쌌던 이 제품들은 5년 전부터 중국과 한국에서 생산되기 시작하면서 가격대가 크게 떨어졌다. 10만 원 미만의 입문용 RC 비행기도 있을 정도다. 요즘에는 키덜트족인 아빠와 함께 RC 장난감을 갖고 노는 아이도 늘어나고 있다. RC 장난감을 갖고 놀면서 기계공학이나 전자, 공기역학 등 과학적 지식까지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을 엄마들이 입소문내면서 초등학생 사이에서도 많이 확산되고 있다. 키덜트족에서 시작된 RC 장난감 유행이 아이들에게까지 이어진 것이다.
장난감 사려고 어린이 세트 구매도
2014년 12월에는 던킨도너츠가 도넛 8개를 사면 핀란드의 유명 캐릭터인 무민인형을 3000원에 살 수 있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일주일에 5만 개씩 4주간 총 20만 개를 생산하기로 하고 시작했는데, 첫 주에 13만 개가 팔려버렸다. 4주는커녕 2주도 못 채울 기세였다. 품귀현상이 생기면서 사은품으로 받은 무민인형을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팔고 사는 일도 벌어졌다.
2014년 6월 있었던 맥도날드 ‘해피밀 대란’의 데자뷔 같았다. 맥도날드는 3500원짜리 해피밀 세트 메뉴를 선택하면 슈퍼마리오 장난감을 증정하는 행사를 했다. 행사 시작은 당일 밤 12시. 그런데 한정판 슈퍼마리오 장난감을 놓치지 않으려는 이들이 밤 12시가 되기 전부터 줄을 서기 시작했고, 100m가량 줄을 선 매장도 많았다. 결국 슈퍼마리오 해피밀 세트는 하루 만에 매진됐다. 통상적으로 해피밀 세트는 4~5주 판매해야 매진된다고 하니 슈퍼마리오 해피밀 세트의 인기가 엄청났음을 보여준다. 해피밀 세트에 끼워준 슈퍼마리오 장난감도 해피밀 세트보다 2~3배 비싼 가격으로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2040 키덜트족이 있다. 해피밀 세트는 어린이를 위한 상품이지만, 어떤 장난감을 끼워주느냐에 따라 어른도 몰리게 된다. 슈퍼마리오는 1984년에 나온 일본 닌텐도의 게임이다. 1980년대 슈퍼마리오 게임과 만화를 즐긴 사람에게는 추억을 자극하는 장난감인 데다, 시중에서 팔지 않아 더 희소성이 있다. 세상에서 제일 갖고 싶은 건 팔지 않는 물건 아니겠는가. 공짜지만 한정판인 장난감이야말로 키덜트족에게는 돈 주고도 사지 못할 가치 있는 물건이 된다. 그렇기에 더 열광하고, 더 갖지 못해 안달하는 것이다.
최근 맥도날드에서는 헬로키티 인형 6종을 내놨다. 6종을 한꺼번에 살 수 있는 세트는 3만5000원부터 시작했지만 판매 첫날 2만 세트가 매진됐다. 놀랄 필요 없다. 어른이 장난감을 좀 탐한다고 해서 이상해할 필요도 없다. 그냥 우린 좀 즐겁고 싶은 것뿐이다. 스스로를 즐겁게, 행복하게 하는 데 쓰는 돈이라면 그야말로 매력적인 소비가 아닐까. 키덜트족에겐 장난감이 바로 작은 사치다. 그냥 남 눈치 볼 필요 없이 행복하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때로 나이는 잊어도 된다.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도 연예계의 대표적인 키덜트족이다. ‘로보트 태권브이’를 비롯해 수많은 피규어를 대표실 가득 모아놓았고, 베어브릭도 모은다. 가수 서태지도 모형비행기와 무선조종(RC) 자동차를 가지고 노는 게 취미고, 피규어 수집이 취미인 가수 이승환의 집에는 장난감숍을 연상케 할 정도로 피규어가 가득하다. 배우 조민기와 이나영은 세계 각국의 아톰 캐릭터를 수집하고, 이시영과 박해진은 유명한 건담 마니아다. 배우 심형탁은 건담 마니아면서 도라에몽 마니아다. 연예계에는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키덜트족이 많은데, 우리 주변에도 키덜트족이 흔할 정도로 늘었다.
어린 시절 향수 자극하는 장난감
2040세대는 어릴 적 갖고 놀던 장난감이나 그때 좋아했던 게임과 애니메이션에 대한 추억을 어른이 돼서도 놓지 않고 있다. 이런 키덜트는 아이가 주류 소비자일 것 같던 완구업계에서 큰손이 됐다. 우리나라 키덜트시장 규모를 연간 5000억 원 정도로 보는데, 매년 20~30%씩 성장할 정도니 꽤나 매력적인 시장임에 틀림없다. 특히 레고코리아의 매출은 2010년 383억 원에서 2013년에는 1460억 원으로 3년 만에 4배 가까이 늘었다.
세상에 나온 지 70년이나 된 레고는 키덜트족에게 유난히 인기 많은 장난감이다. 신상품도 인기지만, 오래된 중고 제품의 거래도 활발하다. 개인 간 중고 레고 온라인 거래장터인 브릭링크(Brick Link)에는 전 세계 회원만 40여만 명이다. 전 세계 레고 마니아는 수백만 명 정도로 추산되며, 레고를 이용해 연간 100만 달러 이상을 버는 사람도 전 세계적으로 8000명 이상이라고 한다. 워낙 마니아가 많다 보니 레고는 투자 대상이 되기도 한다.
영화 ‘명량’이 흥행을 이어갈 때 키덜트 매장에서는 거북선과 판옥선 목재모형 매출이 급증하기도 했다. 설마 이걸 아이들이 샀을 거라 생각하는가. 장난감에 관심을 갖게 된 어른은 어릴 적 향수를 자극하거나 눈높이에 맞는 감성을 장난감에 녹였을 때 특히 잘 반응한다. 나도 집 안을 둘러보니 자동차 미니어처와 피규어가 구석구석 꽤 있다. RC 비행기나 드론도 계속 탐내는 중이다. 오늘의 작은 사치는 어른을 위한 장난감이다. 요즘에는 아트토이라 해서 예술품 수준의 수집용 완구인형도 꽤나 인기다.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백화점에는 ‘토이 앤드 하비’ 테마관이 있다. 키덜트족을 위한 대표적인 장난감 편집매장이다. 주 고객층은 2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까지. 아이가 갖고 노는 장난감보다 훨씬 전문적이고 가격도 비싸다. RC 자동차나 비행기, 헬기 등은 수십만 원에서 100만 원대를 호가한다. 특히 풀세트가 200만 원에 이르는 RC 탱크는 엔진 소리, 전·후진 중 포신 회전, 포 사격 시 반동까지 구현해 실탄 발사만 빼고 모든 것이 실제 탱크와 비슷하다.
소수 마니아만 누리던 RC 장난감이 최근 대중화하고 있다. 정교한 제품이라 주로 일본이나 프랑스 등에서 생산돼 가격이 비쌌던 이 제품들은 5년 전부터 중국과 한국에서 생산되기 시작하면서 가격대가 크게 떨어졌다. 10만 원 미만의 입문용 RC 비행기도 있을 정도다. 요즘에는 키덜트족인 아빠와 함께 RC 장난감을 갖고 노는 아이도 늘어나고 있다. RC 장난감을 갖고 놀면서 기계공학이나 전자, 공기역학 등 과학적 지식까지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을 엄마들이 입소문내면서 초등학생 사이에서도 많이 확산되고 있다. 키덜트족에서 시작된 RC 장난감 유행이 아이들에게까지 이어진 것이다.
장난감 사려고 어린이 세트 구매도
맥도날드에서는 해피밀 세트를 주문하면 한정판 인형을 선물로 준다.
2014년 6월 있었던 맥도날드 ‘해피밀 대란’의 데자뷔 같았다. 맥도날드는 3500원짜리 해피밀 세트 메뉴를 선택하면 슈퍼마리오 장난감을 증정하는 행사를 했다. 행사 시작은 당일 밤 12시. 그런데 한정판 슈퍼마리오 장난감을 놓치지 않으려는 이들이 밤 12시가 되기 전부터 줄을 서기 시작했고, 100m가량 줄을 선 매장도 많았다. 결국 슈퍼마리오 해피밀 세트는 하루 만에 매진됐다. 통상적으로 해피밀 세트는 4~5주 판매해야 매진된다고 하니 슈퍼마리오 해피밀 세트의 인기가 엄청났음을 보여준다. 해피밀 세트에 끼워준 슈퍼마리오 장난감도 해피밀 세트보다 2~3배 비싼 가격으로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2040 키덜트족이 있다. 해피밀 세트는 어린이를 위한 상품이지만, 어떤 장난감을 끼워주느냐에 따라 어른도 몰리게 된다. 슈퍼마리오는 1984년에 나온 일본 닌텐도의 게임이다. 1980년대 슈퍼마리오 게임과 만화를 즐긴 사람에게는 추억을 자극하는 장난감인 데다, 시중에서 팔지 않아 더 희소성이 있다. 세상에서 제일 갖고 싶은 건 팔지 않는 물건 아니겠는가. 공짜지만 한정판인 장난감이야말로 키덜트족에게는 돈 주고도 사지 못할 가치 있는 물건이 된다. 그렇기에 더 열광하고, 더 갖지 못해 안달하는 것이다.
최근 맥도날드에서는 헬로키티 인형 6종을 내놨다. 6종을 한꺼번에 살 수 있는 세트는 3만5000원부터 시작했지만 판매 첫날 2만 세트가 매진됐다. 놀랄 필요 없다. 어른이 장난감을 좀 탐한다고 해서 이상해할 필요도 없다. 그냥 우린 좀 즐겁고 싶은 것뿐이다. 스스로를 즐겁게, 행복하게 하는 데 쓰는 돈이라면 그야말로 매력적인 소비가 아닐까. 키덜트족에겐 장난감이 바로 작은 사치다. 그냥 남 눈치 볼 필요 없이 행복하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때로 나이는 잊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