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3

..

영화 한 편 안 보면 허전하지

  • 강유정 영화평론가·강남대 교수 noxkang@daum.net

    입력2014-09-01 11:06: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영화 한 편 안 보면 허전하지
    영화 ‘명량’의 회오리 물결이 멈추지 않고 있다. 1600만 관객을 돌파하고도 기세가 여전하다. 입소문을 탄 코미디 영화 ‘해적’도 600만 명을 동원했다. 온통 조선시대, 바다, 해군이 넘실댄다. 게다가 올해는 추석이 무척 빨리 다가왔다. 아직 불볕더위가 낮은 포복으로 숨어 있는 늦여름, 잠잠한 더위도 어쩐지 가을의 위장처럼 여겨지는 9월 초 스크린 속 파도와 물결은 여전히 거세다.

    올해 추석 연휴 극장가 풍경은 ‘명량’과 ‘해적’이 얼마나 많은 관객을 불러 모으느냐에 따라 달라질 듯싶다. 현 추세로 볼 때 추석에 모인 가족 가운데 이 영화들을 본 사람이 안 본 사람보다 더 많을 확률이 높다. 그럼에도 재관람이 이어져 ‘명량’과 ‘해적’ 스코어가 더 상승할지, 아니면 연령과 세대별로 서로 다른 영화를 택하면서 이 작품들의 흥행세가 한풀 꺾일지가 이번 추석을 기점으로 결정될 것이라는 의미다.

    이 두 작품을 제외한 극장가 영화 구성은 상당히 다채로운 편이다. 한국 영화의 대표적 성수기임에도 ‘명절용 영화’라고 할 만한 가족 영화가 보이지 않는 반면, 다양한 영화가 이 빈자리를 채운다. 추석 극장가 화제작을 관전 포인트로 살펴봤다.

    포인트 1 : 꽃미남 청춘 배우의 정면승부

    ‘두근두근 내 인생’ VS ‘타짜-신의 손’



    영화 한 편 안 보면 허전하지

    ‘두근두근 내 인생’

    ‘두근두근 내 인생’은 작가 김애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워낙 소설 속 상황이 독특한 데다 베스트셀러여서 제작 전부터 누가 아버지, 어머니 역을 맡을지 화제였다. 16세에 아이를 가져 32세에 16세 아들을 둔 32세 부모. 송혜교와 강동원이 그 배역을 맡았다는 점에 관객은 반신반의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송혜교나 강동원 모두 생물학적으로는 30대를 훌쩍 넘겼다. 그러나 이들이 연기하는 부모는 조로증에 걸려 16세에 여든 살 얼굴을 한 아들을 가진, 깊은 삶의 질곡을 겪는 부모 아닌가. CF로 낯이 익은 두 배우가 이 지난한 삶의 음영을 어떻게 표현했는지에 작품 성패가 달렸다.

    영화 속에서 조로증에 시달리는 아름이는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른다. 하지만 불치병을 대하는 자세는 태연하고 당당하다. 아름이에게 세상은 힘들고도 아름다운 곳이다. 영화는 힘든 면도 보여주지만 아름다운 점을 더 강조한다. 희귀병을 앓는 아이를 대하는 세상의 태도에 분노가 일지만, 그럼에도 존재하는 사랑에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한다. 맑고, 깨끗하고, 게다가 어떤 잘못도 저지르지 않는 아이와 그 가족이 겪는 체험은 관객에게 말간 울음을 주기에 충분하다. 따뜻한 눈물이 가득하다는 점에서 연휴 기대작이다.

    영화 한 편 안 보면 허전하지

    ‘타짜-신의손’

    여기에 대적할 한국 영화는 이미 브랜드가 된 ‘타짜’다. 허영만 작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두 번째 영화 ‘타짜-신의 손’ 말이다. 그런데 이 영화의 가장 큰 적은 전작 ‘타짜’가 아닐까 싶다. 조승우, 김혜수, 김윤석, 유해진 같은 대배우가 등장해 “나 이대 나온 여자야” 같은 대유행어까지 만든 작품이니 아무래도 전작과 비교당할 수밖에 없다.

    속편 주연은 빅뱅의 탑 최승현, 신세경, 이하늬 등 젊은 배우로 바뀌었다. 유해진과 김윤석이 등장하긴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면 전적으로 젊은 배우들에게 기댄 영화다. 마법 같은 편집을 보여준 최동훈 감독이 ‘써니’의 강형철 감독으로 바뀐 점도 눈여겨볼 점이다. ‘과속스캔들’과 ‘써니’ 두 편을 흥행시킨 강형철 감독은 전작 ‘타짜’에 담겼던 인생의 아이러니나 스릴러적 긴장 대신 유머와 웃음을 전면에 내세웠다. 유머러스한 상황과 재치 있는 대사로 관객의 웃음을 유발하려 한다. 이 변화가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지가 흥행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영화 한 편 안 보면 허전하지
    포인트 2 : 신구 액션 화끈한 대결

    ‘루시’ VS ‘오드 토머스’

    ‘루시’는 독특한 분위기의 액션 영화로 유명한 뤼크 베송 감독의 화려한 복귀작이다. 뤼크 베송 하면 떠오르는 대표작이 ‘니키타’와 ‘레옹’인데, ‘루시’도 이 작품들처럼 여전사로 거듭나는 여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게다가 그 여전사가 최근 가장 각광받는 배우 스칼릿 조핸슨이니 기대가 배가될 수밖에 없다. ‘루시’는 7월 25일 북미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오리지널 액션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명량’에서 이순신 역을 맡은 최민식이 지독한 악역으로 등장한다는 점, 그리고 그동안 할리우드에 진출했던 다른 국내 배우들과 달리 그가 한국어로 연기한다는 점 등에서 우리나라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거리도 많다. 최민식은 극중에서 평범한 여성 루시를 조련해 여전사로 만드는 ‘미스터 장’ 배역을 맡았다.

    한편 ‘오드 토머스’는 ‘미이라’ 등 오락 어드벤처 영화에서 실력을 발휘해온 스티브 소머즈 감독의 작품이다. 전작을 통해 짐작할 수 있듯 ‘오드 토머스’의 액션은 ‘루시’보다 좀 더 밝고 가볍다. 롤러코스터 같은 짜릿한 오락을 원하는 관객에게 딱 맞는 팝콘 무비라는 점이 강점이다.

    ‘오드 토머스’의 원작자 딘 쿤츠는 스티븐 킹, 파울로 코엘료, 조앤 K. 롤링 등과 함께 ‘1억 부 클럽’멤버인 인기 작가다. 원작이 베스트셀러인 만큼 스토리가 탄탄하다. 죽은 자를 볼 수 있고, 죽음을 예견하는 살인예언자 오드 토머스가 죽음의 사신 바다흐와 대결을 펼치는 이야기를 SF와 스릴러 영화의 문법으로 만들어냈다.

    영화 한 편 안 보면 허전하지
    포인트 3 : 온 가족이 함께 가볍게

    ‘닌자터틀’ VS ‘스텝 업:올인’

    지금 부모 세대에게 ‘닌자거북이’는 매우 낯익은 애니메이션 캐릭터일 것이다. 유명 화가 이름에서 따온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도나텔로, 레오나르도 등 주인공의 이름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이도 많을 것 같다. 슈퍼 히어로가 무척이나 심각하게 지구를 구하던 1960~70년대 애니메이션의 진중함을 비꼬면서 등장한 캐릭터들이었다.

    실수투성이에 장난기도 가득한 이 돌연변이 거북이들은 1980~90년대에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2014년 거대 자본을 투자해 순진한 동심을 영상화하는 데 탁월한 실력을 발휘해온 마이클 베이 감독이 이 캐릭터들을 실사로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변신 로봇을 ‘트랜스포머’로 만들어냈듯, 이번엔 닌자거북이를 불러낸 것이다.

    메가폰은 ‘타이탄의 분노’를 연출한 조너선 리브스만이 잡았지만, ‘닌자터틀’은 제작자 마이클 베이의 DNA를 타고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진짜인지 그래픽인지 구분조차 하기 어려운 거북이 주인공들은 ‘트랜스포머’가 선사했던 기술적 감탄을 주기에 충분하다. 환상의 피조물을 시각적으로 그럴듯하게 재현하는 할리우드의 그래픽 기술력 역시 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인정하게 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보면 ‘트랜스포머’가 로봇만 보여줄 뿐 이야기가 없어 아쉬웠던 것과 동일한 이유로, 이 영화도 아쉽다. 닌자거북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함과 유치함을 즐기는 것 외에는 지나치게 평면적이다. 오락 영화로 손색없기는 하지만 오락 이상의 무엇이 되기엔 부족하다.

    ‘스텝 업 : 올인’은 댄스 영화의 대명사로 통하는 ‘스텝 업’의 다섯 번째 시리즈물이다. 연휴를 즐기고 싶은 연인 또는 가족과의 시간이 달갑지 않은 20대가 친구들과 함께 보기에 딱 좋은 작품이다. 제2의 ‘맘마미아’를 꿈꾸는 뮤지컬 영화 ‘선샤인 온 리스’도 음악 영화를 원하는 젊은 관객에겐 색다른 선택이 될 듯싶다.

    ‘다른 영화’를 꿈꾸는 당신이라면…

    뻔한 영화가 질릴 때 ‘아트버스터’가 제격

    영화 한 편 안 보면 허전하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멀티플렉스 극장에 걸린 뻔한 대중영화가 지루한 관객에게는 꾸준히 관객을 모으는 ‘아트버스터’ 영화가 제격이다.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관객 수를 늘리고 있는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프랜시스 하’ ‘족구왕’, 그리고 최근 개봉한 ‘비긴 어게인’ 같은 작품이 여기 속한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1932년 한 호텔에 머물던 대부호 여성과 그에게 사랑받았던 호텔 매니저 구스타브의 이야기를 다룬다. 구스타브가 대부호 여성에게 어마어마한 가치를 가진 그림을 유산으로 받은 뒤 이를 두고 벌어지는 해프닝을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시선으로 보여준다.

    ‘프랜시스 하’와 ‘족구왕’은 대단한 재능도 능력도 스펙도 갖지 못한 20대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미국 뉴욕에 사는 무용수 지망생(‘프랜시스 하’)이나 잘하는 거라곤 족구밖에 없는 이 땅의 20대(‘족구왕’)나 답답한 현재를 살아가기는 마찬가지 아닐까. 이들이 젊음을 무기로, 희망을 토대로 씩씩하게 한 발 내딛는 과정을 통해 청춘에게 포근한 격려를 주는 작품들이다.

    ‘비긴 어게인’은 영화 ‘원스’ 제작진의 두 번째 음악 영화다. 이번엔 키이라 나이틀리, 마크 러펄로 같은 실력파 배우를 기용하고, 마룬5의 리드 보컬 애덤 러빈까지 캐스팅했다. 탄탄한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과 섬세한 감성 표현이 눈길을 끈다. ‘명량’을 꺾고 당당히 예매율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지지하는 영화팬이 많은 작품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