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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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낭만 밀려오고 근심과 한숨 쓸려가고

헌팅턴·샌타모니카·라구나 3곳 해변 언제 찾아가도 ‘기분 up’

  • 백승선 여행칼럼니스트 100white@gmail.com

    입력2014-09-01 10: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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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도 소리와 바닷바람은 생동감이 있어 언제나 기분을 좋게 한다. 눈을 감으면 그 살아 있는 느낌이 밀려든다. 누구에게나 기억나는 인상적인 해변이 있겠지만 나에겐 그 어느 곳보다 캘리포니아, 그중에서도 미국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LA) 근처에 위치한 해변들이 떠오른다. 헌팅턴, 샌타모니카, 라구나 해변. 그곳은 세상 모든 사람이 가보고 싶어할 만큼 아름다운 해변들이다.

    ◇ 헌팅턴 해변(Huntington Beach)

    물살이 굉장히 센 서핑 중심지

    캘리포니아를 상징하는 무수히 늘어선 야자수와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들, 그리고 파란 하늘과 오렌지색 구름. 마치 영화 속 아름다운 풍경 같은 곳이 헌팅턴 해변이다. 캘리포니아 주 남서쪽 오렌지카운티에 위치한 해변으로 LA 다운타운에서 1시간여 거리에 있다. 오렌지카운티 내에서 가장 크고 긴(백사장 길이 13.7km) 해변이다.

    이곳이 특별히 유명한 이유는 ‘서핑’ 때문이다. 물살이 굉장히 세다 보니 해수욕을 하려는 관광객보다 서퍼가 즐겨 찾는다. 캘리포니아 서핑 문화의 중심지인 ‘서프시티 USA(Surf City USA)’라는 트레이드마크가 붙어 있다. 하와이 출신 올림픽 수영선수 카하나모쿠가 1911년 서핑을 본토에 소개한 곳이 여기이며, 바다로 이어지는 잔교(棧橋)에는 그의 동상이 서 있다. 그 외 서핑에 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국제서핑 박물관(International Surfing Museum)이 있는 해변이다.



    자유와 낭만 밀려오고 근심과 한숨 쓸려가고

    미국 캘리포니아 주 오렌지카운티 내에서 가장 큰 해변인 헌팅턴 해변은 ‘서핑’ 장소로 유명하다.

    ◇ 샌타모니카 해변(Santa Monica Beach)

    유난히 긴 나무다리 명성

    자유와 낭만 밀려오고 근심과 한숨 쓸려가고

    미국 시카고에서 로스앤젤레스(LA)까지 4000km에 이르는 최초의 대륙횡단 도로인 66번 도로. 끝 지점이 바로 샌타모니카다. 샌타모니카 해변을 상징하는 490m 길이의 나무다리 옆에 놀이공원인 퍼시픽 공원이 있다. LA 3대 해변으로 손꼽는 샌타모니카 해변(위부터).

    샌타모니카는 LA 3대 해변(샌타모니카, 베니스, 마리나 델레이) 가운데 하나로 꼽을 만큼 유명한 곳이다. 평일에도 관광 인파가 넘쳐난다. 이곳에는 유난히 넓고 긴 잔교가 바다로 이어져 있고, 그 주변으로 각종 해변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 또 거리 악사 등 볼거리도 많아서 왕복 1km 남짓한 잔교를 오가는 데 1시간 이상 걸린다. 샌타모니카 해변을 상징하는 이 나무다리는 1909년 만들어졌는데, 서부해안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영화 ‘스팅’을 촬영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 나무다리 옆에 놀이공원인 퍼시픽 공원이 들어서 있는데, 롤러코스터와 샌타모니카 해변의 아름다운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관람차를 운행해 어린이, 어른 모두에게 인기다. 푸른 바다와 붉은 태양, 하얀 모래와 푸른 하늘을 1년 내내 볼 수 있는 이곳에서 자유와 낭만, 여유를 만났다.

    샌타모니카는 시카고에서 LA까지 4000km에 이르는 최초의 대륙횡단 도로인 66번 도로(Route 66)가 끝나는 지점이다. 장거리 자동차 여행 붐을 일으키며 미국인의 꿈과 자유를 상징하던 이 도로는 서부로 꿈을 찾아 떠났던 사람들에게 희망의 도로이기도 했다. 생명력이 느껴지는 도로라고 해서 ‘어머니 길’(Mother Road)이라 부르기도 하고, 미국 도로의 중심이 되는 길이라고 해서 메인 스트리트 오브 아메리카(Main Street of America)라고 부르던 미국 역사의 상징이다.

    미국의 주와 주를 이어주는 고속도로가 늘어나면서 도로 기능을 잃고 지도상에서 이름이 사라진 1985년까지 60년간 협곡과 사막, 평야를 가로지르고 험준한 산맥을 넘던 사람들의 향수와 낭만이 가득한 도로가 바로 66번 도로다. 지금은 대부분 포장되고 일부는 고속도로에 편입돼 본래 모습을 많이 잃었지만 미국 문화와 예술, 그리고 도전정신을 만날 수 있는 66번 도로는 추억을 회상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미국인이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도로인 것이다. 이방인에겐 그저 오래된 도로 가운데 하나일 뿐이지만 거기에 애정을 쏟는 그들의 낭만이 부러웠다.

    나무 계단을 오르다 누군가 바닥에 새겨 놓은 문구를 봤다. ‘내가 사랑하는 도시(My beloved City).’ 자기가 살고 있는 도시를 가장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런 도시에선 정말 살아볼 만하지 않을까.

    자유와 낭만 밀려오고 근심과 한숨 쓸려가고

    하얀 백사장이 아름다운 라구나 해변에서는 맨발로 해변을 걸어야 한다.

    ◇ 라구나 해변(Laguna Beach)

    가족이 좋아할 만한 바닷가

    헌팅턴 해변이 10, 20대가 서핑하기 좋은 곳이라면 라구나 해변은 한결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라 30대 이상, 그리고 가족이 좋아할 만한 바닷가다. 특히 라구나 해변 주변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부자동네로 유명하다. 오렌지카운티에 사는 사람은 누구나 라구나 해변 하우스에서 사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라구나 해변은 각종 예술 갤러리와 아기자기한 소품 가게, 그리고 럭셔리한 호텔과 고급 레스토랑이 자리 잡고 있는, 그야말로 ‘비싼’ 해변이다.

    이곳에서 구매한 잡지에서 보니 ‘라구나 해변에 가면 맨발로 해변을 걸으라’는 글이 있었다. 어느 바닷가에서든 그러는 거 아닌가, 유난스럽네 하고 기사를 넘겨버렸는데 정작 라구나 해변에 가니 정말 맨발로 걷고 싶어졌다. 개인적으로 신발 벗는 것을 귀찮아 하고 더구나 물가에 가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여기서만은 그 말대로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신발을 벗고 맨발로 모래 위를 걸어 물이 밀려오는 바닷가까지 갔다.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나가자 물기를 머금은 모래가 마치 카펫처럼 부드럽게 느껴졌다. ‘맨발로 걸으라’고 한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 특별한 감촉은 정말 신기할 정도였다. 모래밭을 걷고 또 걸었다. 결국 해변 반대쪽 끝까지 갔다가 돌아오느라 애를 먹었지만 예상치 못했던 즐거운 경험을 안겨준 곳이었다.

    자유와 낭만 밀려오고 근심과 한숨 쓸려가고

    라구나 해변의 랜드마크인 라이프가드 건물. 라구나 해변에 온 사람은 누구나 이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예술가가 모여 살아 크고 작은 갤러리가 많은 라구나 해변은 매년 여름 어바인 볼(Irvine Bowl)에서 개최하는 40년 역사의 라구나 예술제로도 유명하다.

    화려한 꽃들로 가득한 작은 공원,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벤치 옆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를 만났다. 하얀 콧수염이 매력적인 나이 지긋한 화가는 자신을 이탈리아에서 온 지노라고 소개했다. 3년 전 여행을 왔다가 이곳의 매력에 빠져 아예 터를 잡았다며 라구나 해변에 대한 사랑을 전했다.

    “여긴 해수욕만 하는 바다가 아니라서 좋아. 곳곳에 놓인 벤치에 앉아 바라만 봐도 영감이 떠오르는 그런 물빛이 있는 바다지. 여기서 티셔츠만 걸친 채 의자에 앉아 모래밭 속에 발을 밀어 넣고 책을 보는 것보다 행복한 일은 없을걸. 난 항상 여기에서 그림을 그려. 하지만 단 한 번도 같은 풍경을 본 적이 없어. 라구나는 날마다 새로워.”

    작별인사를 하고 떠나려는 순간 그가 가방에서 하얀 티셔츠를 꺼내더니 유화물감을 짜서 무엇인가를 적었다. 그러곤 나에게 그것을 건네며 선물이라고 말하고 손을 흔들었다. 그 티셔츠에는 푸른색 물감으로 ‘라구나가 참 바다라네’(Laguna is Real Sea)라고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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