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북도 향산읍 묘향산 초대소를 찍은 구글어스 위성사진. 2004년 촬영한 사진(위)에서는 초대소 건물이 뚜렷하지만 2013년 사진(아래)에서는 완전 철거돼 사라졌다.
평양에서 직선거리로 120km 남짓, 평안남도와 북도, 자강도가 맞닿은 지점에 자리한 이 초대소는 김 전 주석이 애용한 휴양시설로 잘 알려져 있다. 1990년 10월 방북한 가네마루 신 일본 자민당 부총재 등 외국 귀빈을 영접하는 데도 자주 활용됐다.
1994년 7월 25일로 예정돼 있던 김영삼·김일성 정상회담 때도 이 초대소가 김 대통령 일행의 숙소로 정해져 있었다. 사망 당시 김 주석은 사전점검 차원에서 이 시설에 머무르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직후 공개된 북한의 기록영화 ‘수령님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7월 초 이 초대소에서 진행한 관련 회의 등 김 주석의 마지막 활동을 전하고 있다.
2004년 촬영한 첫 번째 사진을 보면 묘향산 초대소는 가로 200m, 세로 100m 내외의 대형시설이다. 2월 촬영해 눈에 덮인 모습이지만 공들여 지은 건물임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위성사진 범위를 확대해보면 동쪽에는 근무자 숙소로 보이는 집단건물이, 남쪽에는 호수가 자리하고 묘향산 자락을 관통하는 터널을 통해 향산읍 시가지로 이어지는 도로도 찾을 수 있다.
관리하지 않은 채 방치한 듯
가네마루 부총재 방북 당시 일본 ‘산케이신문’이 방문객들의 설명을 전한 기사에 따르면, 초대소는 산기슭에 위치한 흰색의 서양풍 건물로 내부에는 전면이 유리로 된 원형 레스토랑이 있어 경치를 내다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구조다. 레스토랑 맞은편에는 세계 각국에서 김 주석에게 보낸 선물을 진열한 국제친선전람관도 있었다.
반면 2013년 촬영한 두 번째 사진에서는 건물이 완전히 사라져 평지가 됐고, 묘목으로 보이는 나무만 드문드문 심어져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주변 지원시설이나 진입도로 등은 남아 있는 반면 초대소 건물 자체만 사라졌다는 사실. 1980년대 초 건축한 초대소가 노후화하자 신축을 위해 철거한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인근 풍광이나 주변시설 지붕이 심하게 녹슬어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채 방치한 것이라는 추정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정보분석 분야에서 일했던 한 전직 군 관계자는 “그간 조부인 김 주석의 이미지를 차용해 권력 승계에 활용해온 김정은 체제의 행보를 감안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전에 철거됐을 개연성이 높다고 봐야 할 것”이라면서 “김일성·김정일 부자관계가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사뭇 달랐다고 유추할 수 있는 근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