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1 부동산대책을 발표한 이후 국내 주택시장은 정부가 시장을 이끄는 모양새다. 4·1대책, 7·24대책, 8·28대책, 12·3대책 등 굵직한 정책을 주기적으로 발표했을 뿐 아니라, 대책 내용 또한 규제 완화부터 공급 조절, 금융 지원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이었다. 특히 1~2% 금리로 20년간 주택구매자금을 대출해주는 공유형 모기지를 2차례에 걸쳐 도입하는 등 시장을 회복시키겠다는 정부 의지는 뜨거웠다.
이미 시장 거래 및 가격에 반영?
그러나 시장 반응은 미지근했다. 지난해 초 거래절벽이라고까지 부르던 거래 감소 현상은 4·1대책 이후 상당 부분 해소됐지만, 가격 면에서는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지 못했다. 대책 발표 이후 1~2개월간 지표가 호전됐다 다시 부진에 빠지는 롤러코스터 현상이 반복된 것이다. 주택을 매입하면 손해 볼 수 있다는 불안심리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여전한 데다, 가계부채 부담, 주택경매 증가 같은 리스크 요인도 시장을 계속 압박한다. 한편, 정치권 이견으로 일부 조치의 국회 통과가 지연된 점도 정부 대책의 파급 효과가 예상에 못 미친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결국 12월에 이르러 취득세율 인하, 리모델링 수직 증축 허용,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같은 주요 정부 대책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취득세율 인하는 8·28 전월세대책에 포함됐던 것으로 6억 원 이하, 9억 원 이상 주택에 대해 취득세율을 1%p씩 인하하는 내용이다. 수직 증축 허용은 4·1대책에서 처음 언급됐는데, 이번 주택법 개정을 통해 15년 이상 된 아파트를 리모델링할 경우 3개 층까지 수직으로 증축(14층 이하는 2개 층)하고 가구 수도 최대 15%까지 늘릴 수 있게 됐다.
이번 조치에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의 경우, 2주택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가 주택을 양도할 때 50~60%의 중과세율을 부과하던 것을 없애고 양도 차익 범위에 따라 9~38%의 일반세율만 부과하도록 했다.
지난해 거론된 주요 부동산대책 중 분양가 상한제를 제외한 대부분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주택시장이 회복되리라는 기대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전세 수요자 일부가 매매로 돌아설 개연성이 있는 데다 지난해 4분기 미약하지만 수도권 주택가격도 상승세로 돌아선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조치로 지난해 한시적으로 도입했던 양도세 감면(85㎡ 이하 또는 6억 원 이하 신규주택이나 1가구 1주택자가 보유한 기존 주택의 경우)이 종료되는 악재를 덮는 효과도 봤다.
하지만 실제 파급 효과는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개연성이 높다. 먼저 취득세율 인하는 2013년 8월 말부터 사실상 시행이 거의 확정된 상태였기 때문에 이미 시장 거래 및 가격에 반영됐을 공산이 크다.
수직 증축의 경우는 수혜 대상지역이 제한적이라는 문제점이 있다. 현재 수도권에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는 곳은 30개 단지 2만3000가구가량이다. 그러나 이번 수직 증축 허용으로 실제 혜택을 보는 곳은 일부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리모델링보다 사업성이 뛰어난 재건축도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리모델링 사업 방식을 다양화하는 수직 증축만으로는 사업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폐지도 마찬가지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는 2005~2007년 도입한 제도로, 금융위기 이후 시장이 부진하자 2009년부터 사실상 중과를 유예해왔다.
반면 2009년 이전 주택을 매입한 다주택자의 경우 2주택자 50%, 3주택 이상인 자 60%의 중과세율을 부과해왔는데, 이번 중과 폐지로 일반세율만 적용받음으로써 그 차이만큼 이익을 보게 됐다. 다만 지방에 있는 기준 시가 3억 원 미만 주택은 원래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다. 지방 소재 주택은 대부분 가격이 3억 원 미만이므로, 사실상 양도세 중과 폐지가 지방 주택시장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이번 조치로 실제 혜택을 받는 사람은 2009년 이전 수도권 소재 주택을 2채 이상 매입한 다주택자다.
정부는 이번 중과 폐지로 양도 차익을 실현한 다주택자가 신규주택 매입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다음 달에는 전문기업이 임대주택에 대해 포괄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택임대관리업도 시행되므로, 다주택자가 다수 주택을 매입해 임대로 운영하다 시장회복기에 매각하는 형태의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도 기대한다.
그러나 중과 폐지 수혜층이 수도권 다주택자로 제한되는 반면, 시세 차익과 임대수익 두 측면에서 수도권 주택시장 여건이 그다지 좋지 못하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수도권 주택가격은 최근 소폭 상승세를 보이지만 향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여전하다. 또한 수도권 주택가격이 고평가돼 있어 임대수익률 측면에서는 지방 소재 주택에 비해 불리하다. 일례로 수도권 아파트의 경우 임대수익률이 3%대에 불과하고, 비교적 수익률이 높은 오피스텔은 공급 과잉으로 최근 공실이 증가하는 추세다.
자체 회복 능력 검증시기 될 듯
오히려 2014년은 시장의 자체 회복 능력을 검증하는 시기가 될 개연성이 높다. 이번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이 시행되면서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더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반면 가계부채 부담, 하우스푸어 문제 등 주택대출과 관련한 시장의 리스크 요인은 아직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경매가 증가하면서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이 점차 부각되는 추세다.
미국과 영국 등 최근 주택가격이 재상승하는 국가에서는 가계부채를 축소하는 과정을 어느 정도 거친 후 시장 회복세가 시작됐다. 해외 주요국에 비해 국내 가계 부문의 부채 수준이 높고 부채를 상환하기에는 가계 금융자산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국내 주택시장 사이클은 가계부채 문제와 궤를 같이할 개연성이 높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해외처럼 가계부채를 축소하는 과정이 시작될지, 혹은 현 가계부채를 충분히 감내하면서 시장 재반등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시장 공감대가 형성될지 지켜보는 것도 올해 주택시장의 주요 체크포인트라 할 수 있다.
이미 시장 거래 및 가격에 반영?
그러나 시장 반응은 미지근했다. 지난해 초 거래절벽이라고까지 부르던 거래 감소 현상은 4·1대책 이후 상당 부분 해소됐지만, 가격 면에서는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지 못했다. 대책 발표 이후 1~2개월간 지표가 호전됐다 다시 부진에 빠지는 롤러코스터 현상이 반복된 것이다. 주택을 매입하면 손해 볼 수 있다는 불안심리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여전한 데다, 가계부채 부담, 주택경매 증가 같은 리스크 요인도 시장을 계속 압박한다. 한편, 정치권 이견으로 일부 조치의 국회 통과가 지연된 점도 정부 대책의 파급 효과가 예상에 못 미친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결국 12월에 이르러 취득세율 인하, 리모델링 수직 증축 허용,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같은 주요 정부 대책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취득세율 인하는 8·28 전월세대책에 포함됐던 것으로 6억 원 이하, 9억 원 이상 주택에 대해 취득세율을 1%p씩 인하하는 내용이다. 수직 증축 허용은 4·1대책에서 처음 언급됐는데, 이번 주택법 개정을 통해 15년 이상 된 아파트를 리모델링할 경우 3개 층까지 수직으로 증축(14층 이하는 2개 층)하고 가구 수도 최대 15%까지 늘릴 수 있게 됐다.
이번 조치에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의 경우, 2주택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가 주택을 양도할 때 50~60%의 중과세율을 부과하던 것을 없애고 양도 차익 범위에 따라 9~38%의 일반세율만 부과하도록 했다.
1월 15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아파트 주변 공인중개사사무소에 시세판이 나붙어 있다.
하지만 실제 파급 효과는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개연성이 높다. 먼저 취득세율 인하는 2013년 8월 말부터 사실상 시행이 거의 확정된 상태였기 때문에 이미 시장 거래 및 가격에 반영됐을 공산이 크다.
수직 증축의 경우는 수혜 대상지역이 제한적이라는 문제점이 있다. 현재 수도권에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는 곳은 30개 단지 2만3000가구가량이다. 그러나 이번 수직 증축 허용으로 실제 혜택을 보는 곳은 일부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리모델링보다 사업성이 뛰어난 재건축도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리모델링 사업 방식을 다양화하는 수직 증축만으로는 사업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폐지도 마찬가지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는 2005~2007년 도입한 제도로, 금융위기 이후 시장이 부진하자 2009년부터 사실상 중과를 유예해왔다.
반면 2009년 이전 주택을 매입한 다주택자의 경우 2주택자 50%, 3주택 이상인 자 60%의 중과세율을 부과해왔는데, 이번 중과 폐지로 일반세율만 적용받음으로써 그 차이만큼 이익을 보게 됐다. 다만 지방에 있는 기준 시가 3억 원 미만 주택은 원래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다. 지방 소재 주택은 대부분 가격이 3억 원 미만이므로, 사실상 양도세 중과 폐지가 지방 주택시장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이번 조치로 실제 혜택을 받는 사람은 2009년 이전 수도권 소재 주택을 2채 이상 매입한 다주택자다.
정부는 이번 중과 폐지로 양도 차익을 실현한 다주택자가 신규주택 매입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다음 달에는 전문기업이 임대주택에 대해 포괄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택임대관리업도 시행되므로, 다주택자가 다수 주택을 매입해 임대로 운영하다 시장회복기에 매각하는 형태의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도 기대한다.
그러나 중과 폐지 수혜층이 수도권 다주택자로 제한되는 반면, 시세 차익과 임대수익 두 측면에서 수도권 주택시장 여건이 그다지 좋지 못하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수도권 주택가격은 최근 소폭 상승세를 보이지만 향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여전하다. 또한 수도권 주택가격이 고평가돼 있어 임대수익률 측면에서는 지방 소재 주택에 비해 불리하다. 일례로 수도권 아파트의 경우 임대수익률이 3%대에 불과하고, 비교적 수익률이 높은 오피스텔은 공급 과잉으로 최근 공실이 증가하는 추세다.
자체 회복 능력 검증시기 될 듯
오히려 2014년은 시장의 자체 회복 능력을 검증하는 시기가 될 개연성이 높다. 이번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이 시행되면서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더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반면 가계부채 부담, 하우스푸어 문제 등 주택대출과 관련한 시장의 리스크 요인은 아직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경매가 증가하면서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이 점차 부각되는 추세다.
미국과 영국 등 최근 주택가격이 재상승하는 국가에서는 가계부채를 축소하는 과정을 어느 정도 거친 후 시장 회복세가 시작됐다. 해외 주요국에 비해 국내 가계 부문의 부채 수준이 높고 부채를 상환하기에는 가계 금융자산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국내 주택시장 사이클은 가계부채 문제와 궤를 같이할 개연성이 높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해외처럼 가계부채를 축소하는 과정이 시작될지, 혹은 현 가계부채를 충분히 감내하면서 시장 재반등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시장 공감대가 형성될지 지켜보는 것도 올해 주택시장의 주요 체크포인트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