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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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엔저’ 심화…수출 큰일 났다

수출 한국 경쟁력 약화 ‘경고등’…엔 캐리트레이드 유입 가능성도 매우 커

  • 이효찬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ecoviewer@woorifg.com

    입력2013-12-30 09: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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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고-엔저’ 심화…수출 큰일 났다

    원·엔 환율이 5년 2개월 만에 최저 수준까지 하락하고 엔·달러 환율이 6개월 만에 처음으로 103엔대를 돌파한 2013년 12월 3일 오후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에서 직원이 엔화를 세고 있다.

    엔저 현상이 다시 심화하면서 엔·달러 환율 상승세와 원·엔 재정환율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2013년 11월 초 이후 급등세를 지속하며 12월 들어 전고점인 103엔대까지 상승했다. 반면 원·엔 재정환율은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11월 초 이미 2013년 저점이던 1076원(9월 19일)을 하향 돌파해 102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국가별 화폐 구매력을 평가해 발표하는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도 엔화는 2012년 하반기 100p 후반에서 2013년 5월 80p대 중반까지 하락해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그에 비해 원화는 6월 이후 강세가 심화하며 105p대까지 상승하는 등 원고-엔저 국면이 깊어지는 상황을 반영한다.

    원고-엔저 현상이 심화하는 것은 양국 통화가치에 영향을 주는 여러 대내외적 요인이 겹친 탓이다. 먼저 엔화 약세 유발 요인부터 살펴보자. 미국 상황을 보면 2013년 3분기 경제성장률 수정치(3.6%)가 추정치(2.8%)를 훨씬 상회하고 실업률이 7% 초반으로 낮아지는 등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양적완화 축소 시행이 공식화하면서 시중금리 수준이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양국 통화가치 영향 끼친 요인들

    반면 일본의 경우에는 2013년 9월 이후 소비자물가지수가 급등해 1%를 넘어서는 등 2012년부터 시행된 일본은행의 자산 매입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른 일본의 시중금리 하락으로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를 나타내는 10년 만기국채의 스프레드는 2013년 초 100~150bp(1bp=1/100) 수준에서 근래 들어 200bp 이상으로 급속히 확대됐다.



    한편 장기간 지속되는 일본의 무역적자도 엔화 약세를 유발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일본 무역수지는 2013년 10월까지 16개월 연속 적자였으며, 회계연도 상반기(4~9월)에는 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무역적자(4.9조 엔)를 기록했다. 그동안 진행된 엔화 약세가 수출 증가보다 주로 에너지와 원재료 수입 증가를 유발해 무역적자 폭을 확대했고, 이것이 다시 엔화 약세 심리를 유발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원자재를 주로 수입하는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 비중이 절반 이상인 상황이 이를 반영한다.

    그렇다면 원화 강세 유발 요인은 뭘까. 원화 강세는 일본과 정반대로 그 규모가 확대되는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흑자와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 증가에서 기인한다.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그동안 원화 강세에도 세계적인 스마트 기기 수요 확대로 반도체와 정보기술(IT) 기기 수출이 증가하면서 2012년 2월 이후 22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하고 있다. 2013년 11월까지 무역흑자 규모는 405억 달러로 2010년 이후 3년 만에 400억 달러 수준을 회복했다.

    포트폴리오 투자 측면을 살펴보면 그동안 원화 강세의 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던 외국인 채권투자는 미국 시중금리 상승에 따라 차츰 감소세로 전환됐지만, 외국인 주식투자의 유입이 이를 상쇄하면서 전체 포트폴리오 투자는 7월 이후 증가세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외국인의 전체 증권보유액은 2013년 10월 534조 원을 기록해 사상 최고 수준을 갱신했다.

    이와 같은 대내외적 요인으로 점차 심화하는 원고-엔저 국면은 향후 수출기업에 대한 부정적 영향과 함께 엔 캐리트레이드 유입 가능성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먼저 각 업체 체감경기를 전망하는 수출기업 경기실사지수(BSI)를 살펴보면, 원고-엔저 현상이 본격화한 2013년 11월 8p(86→78)나 급락했다(그래프1 참조). 같은 기간 내수기업 BSI가 1p(78→79)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수출 환경 악화 가능성에 대한 업체들의 우려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또한 한국무역협회가 얼마 전 발표한 ‘2014년 수출입 전망’도 엔화 약세에 따른 일본 기업의 가격경쟁력 상승을 2014년 수출 환경에 가장 부정적인 요인으로 언급한다. 이 밖에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내 34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원·달러 환율 손익분기점은 1,066.4원이었지만 환율 수준이 이를 하향 돌파하는 등 원화 강세로 수출경쟁력 약화가 본격화될 개연성이 높다.

    ‘원고-엔저’ 심화…수출 큰일 났다
    지금 상황은 시작에 불과할 수도

    반면 금융시장에서는 원화에 대한 ‘엔 캐리트레이드 지수’가 급등세를 보이는 등 일본 단기자금의 국내 유입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그래프2 참조). ‘엔 캐리트레이드 지수’는 저금리 통화인 엔화를 조달해 고금리 통화인 원화로 투자할 경우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이 수치가 상승하면 엔 캐리트레이드의 수익성이 높아진다. 최근 원고-엔저 국면과 함께 확대되는 한일 간 금리 차를 고려할 때 일본 내 투자자들이 원화 채권투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 기회는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단기 차익을 목적으로 엔 캐리트레이드 자금이 유입되던 사례를 감안하면, 단기간에 엔화자금이 급속히 유입될 경우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더 커질 공산이 크다.

    문제는 앞으로다. 과연 원고-엔저 국면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먼저 우리나라 상황을 살펴보면, 무역흑자와 포트폴리오 투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정부당국이 원화 강세 속도를 조절하려고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재무부가 2013년 10월 발표한 환율보고서는 원화가 2~8% 저평가됐고 국내 외환보유고(11월 기준 3450억 달러) 수준이 과도하다고 언급하는 등 한국 정부의 시장 개입에 대해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미국에 대한 한국의 정치적 의존도와 더불어 정부가 가입을 추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비관세 장벽 철폐 항목이 포함됐음을 고려할 때 향후 외환당국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다음으로 일본 상황을 살펴보자. 먼저 일본은행의 경기부양을 위한 양적완화가 장기화될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얼마 전 자산 매입 목표인 2% 물가상승률을 달성한 이후에도 이를 유지하려고 양적완화 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외환시장에 엔화 공급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를 유발해 엔화 약세를 심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러한 대내외적 환경을 종합해보면 현재의 원고-엔저 기조는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비하는 국내 수출기업의 경쟁력 확보 노력이 절실한 이유다. 더불어 엔화자금이 급속히 유입되는 데 대비해 정부당국의 시장 모니터링 강화도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지금 상황은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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