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주택매매시장에는 다양한 상승과 하락 요인이 있지만, 종합적으로 볼 때 주택경기가 침체 터널에서 벗어나긴 어려울 전망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양상 달라
2014년 주택시장을 전망하려면 주택시장 환경을 분석하는 게 중요하다. 주택시장을 둘러싼 주요 여건 가운데 먼저 국내 경기는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호전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잠재성장률을 넘어설 개연성은 낮다.
금리는 출구전략에 따른 글로벌 시장금리 상승세와 물가상승 등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위험은 상승해 가계대출시장이 위축될 개연성이 높다. 경기침체 장기화와 부동산시장 침체 지속, 비(非)은행 대출 비중 증가 등 여건 악화로 2013년 가계부채 위험은 금융위기 수준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택시장 환경을 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 양상이 다르다. 비수도권 미분양주택은 정부 정책과 지방 주택경기 활황 등으로 2008년 12월 최대치인 13만8671호에서 2013년 8월 3만1216호로 감소했다. 반면 수도권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 6월 1만8922호였으나 2013년 8월엔 3만6903호로 늘어났다. 특히 수도권 미분양주택은 금융위기 이후 대형 평형을 중심으로 증가하다 2012년부터 중소형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수도권 중대형 미분양주택이 금융위기 전후 크게 상승하면서 전체 미분양주택 가운데 60~70%를 차지한다. 특히 질적으로 취약한, 준공 후 미분양주택이 느는 점이 문제다.
2014년 주택시장 관련 거시환경은 상승과 하락 요인이 혼재한 가운데 주택시장 향방은 수급 요인에 좌우될 수 있다. 수요 측면을 보면 향후 수년간 소형가구의 빠른 증가, 중대형가구의 감소가 예상된다. 핵가족화, 고령화, 저출산과 이혼율 급증 등 사회구조 변화로 소형주택 수요층인 3인 이하 가구가 증가하고, 중대형 주택 수요층인 4인 이상 가구가 감소하는 가구 다운사이징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가구추계에 따르면, 향후 4년(2013~2017)간 3인 이하 가구는 약 190만 가구 증가하고, 4인 이상 가구는 약 67만 가구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현상은 수도권, 비수도권 관계없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비수도권 중대형가구의 감소세는 두드러진 현상이다. 3인 이하 가구의 경우 수도권에선 향후 매년 약 18만 가구, 비수도권에선 매년 20만 가구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4인 이상 가구는 수도권에선 매년 약 5만 가구, 중대형가구는 매년 8만 가구 이상 감소된다(그래프2, 3 참조).
약해진 경제 펀더멘털
이번엔 부동산 공급을 살펴보자. 주택건설 실적(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및 건축허가)은 금융위기 전까지 전국적으로 매년 평균 50만 호 수준이던 것이 금융위기 이후 40만 호 이하로 축소됐지만 2011~2012년 비수도권, 소형 위주 주택 건설이 증가하면서 55만 호 이상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1~2012년 주택공급을 지역별로 보면 비수도권의 경우엔 아파트, 수도권의 경우엔 도시형생활주택(주로 다세대주택)이 증가했으며, 규모별로는 수요가 많은 소형주택이 큰 폭으로 늘었다. 일반적으로 준공기간이 2년 이상인 점을 감안할 때 향후 2~3년간 주택 공급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그래프4, 5 참조).
이를 바탕으로 2014년 주택매매시장을 전망하면 다양한 상승과 하락 요인이 있지만 침체 터널에서 벗어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근본적으로 부동산시장을 반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인 경제 펀더멘털이 약하기 때문이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의 경우 상반기 회복세가 지속될 공산이 낮고, 비수도권의 경우 공급물량 증가로 상승세가 둔화될 개연성이 높다. 규모별로는 지역에 관계없이 소형 강세, 중대형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대형은 지역에 관계없이 초과 공급에 따른 약세 현상이 지속될 것이다. 유형별로는 공급과잉을 보이는 아파트와 달리 단독주택의 가격 상승세가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표 참조).
한편 주택임대시장의 불안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기 이후 전세에 대한 초과 수요가 지속되고 있지만 공급 부족으로 거래가 매우 위축된 상태다. 전세수급지수(100 이상이면 전세 초과 수요)는 2009년 하반기 이후 수도권, 비수도권 관계없이 160이라는 높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전세시장 불안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수도권 전세시장의 불안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비수도권에서의 가파른 상승세는 소형주택 공급 증대로 점차 안정될 개연성이 높다.
경제 악영향 최소화할 필요
수도권의 경우 매매시장 불안정, ‘부동산 불패’에 대한 인식 변화 등으로 주택 구매를 미루면서 전세를 찾는 수요가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반면 비수도권의 경우 하반기 들어 2011~2012년 비수도권 지역에 건설한 신규 주택 공급물량이 나와 전세난이 점차 해소될 전망이다.
주택임대시장에서 (보증부) 월세시장 성장도 예상되지만, 전월세전환율과 시장금리 간 격차가 지속되는 한 성장세는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 하에서 보증부 월세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가 최근 임대인과 임차인의 처지 차이에서 비롯한 전세시장과 월세시장 간 수급 불균형 현상이 지속되면서 주춤하는 모양새다. 최근 임대인은 오랜 불황으로 부동산 시세차익보다 안정적인 수입을 추구해 월세를 선호한다. 하지만 임차인은 월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고, 저금리 전세자금 대출을 통해 전셋값을 마련하기가 쉬워진 만큼 전세를 더 선호한다. 전월세전환율과 시장금리 간 격차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월세보다 전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계속 이어져 보증부 월세시장의 성장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시중 은행 정기예금 이자율이 연 3% 내외인 데 비해 전월세전환율은 7~8%로 2배 이상 높다.
이제 정부는 주택시장의 장기 침체와 전셋값 불안정이 국가 및 서민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첫째, 거래활성화를 통한 초과 공급 해소로 수도권 주택시장을 연착륙시키는 게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취득세 감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국회 계류 중인 법안을 통과시켜 시장 심리를 회복해야 한다. 둘째, 임대차 보호기간 연장, 임차인의 계약갱신 청구권 보장 등 임대차 제도 개선을 통해 서민의 안정적인 주거권을 보장해야 한다. 또 전월세전환율을 포함해 거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임대가격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서민의 주거비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