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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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6.5%…응답하라, 여의도

숫자로 돌아본 대선 후 1년 한국 정치는 낙제점

  •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jcbae@randr.co.kr

    입력2013-12-23 09: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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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우 6.5%…응답하라, 여의도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대통령선거(대선) 후 1년이 됐지만 한국 정치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박근혜 정부는 인사문제로 출범부터 삐끗했고, 여야는 대선 불복 논란으로 진흙탕 전쟁을 벌인다. 체감경기는 여전히 낮고 서민은 정치가 똑바로 서야 한다며 서릿발 같은 분노를 토해낸다. 어느 해보다도 다사다난했던 대선 후 1년, 국민 응답을 숫자로 되돌아봤다.

    1 1%대 지지율 통합진보당

    2013년 한국 정치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 가운데 하나는 통합진보당의 몰락이다.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로 촉발한 통합진보당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이 의원을 비롯한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구속됐고, 위헌정당해산심판 청구 대상이 돼 정당 자체 존립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11월 6일 리서치앤리서치 조사 결과(전국 1000명, 유무선전화 자동응답 RDD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를 보면,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정당해산심판 청구에 동의하는 의견이 60.1%로 나타났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은 28.5%에 그쳤다.

    통합진보당의 위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시대 변화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다는 점이 첫손에 꼽힌다. ‘종북주의’ 이미지 외에도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민생 정당으로서의 면모가 보이지 않았다. 급기야 11월 13일 리서치앤리서치 조사 결과, 1%대 지지율 정당으로 추락했다(그래프1 참조). 통합진보당 전신인 민주노동당이 2004년 총선에서 얻었던 정당 득표율은 전체의 13.8%였다.

    2 20%대에서 허우적대는 민주당



    민주당은 대선 충격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선 당시 30%대 후반까지 치솟았던 지지율이 새 정부 출범 후 20%대 초반으로 급락했다(그래프2 참조). 대선 후 1년이 지났지만 정당 지지율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 대선 직후 12월 29일 실시한 동아일보와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전국 1000명, 유무선전화 자동응답 RDD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에서 민주당 앞날에 대해 물어봤다. 이에 ‘정당의 이념철학을 더욱 명확히 해달라’는 요구가 32.8%였고 ‘계파 종식을 통한 철저한 당 쇄신’이 22.5%로 그다음이었다. ‘안철수 세력과 연대한 신당 창당’은 17.3%였다.

    대선 직후 나온 조사 결과인 점을 감안하면 국민 여론은 민주당의 방향을 제대로 예측하고 제시한 것이다. 이런 국민 여론에 제대로 귀 기울여 혁신 디딤돌로 삼지 않았다는 것만 남았을 뿐이다. ‘종북 논란’과 ‘대선 불복 논란’ 등 양대 악재로 민주당 지지율은 새누리당 지지율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2014년 지방선거를 고려할 경우, 김한길 대표의 민주당은 지지층에서 이탈한 중도 성향과 진보적 중도 성향 유권자를 끌어모을 묘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3 화려한 컴백, 안철수 신당

    안철수 무소속 의원만큼 2013년 언론에서 주목받은 인물도 드물 것이다. 대선 이후 한동안 정치무대에 등장하지 않으리라는 예상을 깨고 4월 보궐선거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초선의원으로 시작한 의정활동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뉴스는 지속적으로 안 의원을 주시했다. 대선 불복 논란으로 여야 정치권이 모두 비판받는 상황에서 안 의원의 신당 구상이 힘을 얻었다. 실체가 없으리라는 예상을 깨고 정국 변화의 신호탄이 되고 있다.

    12월 10일 리서치앤리서치 조사 결과, 안철수 신당의 기대 지지율은 22.2%로 나타났다(그래프3 참조). 같은 조사에서 새누리당은 35%, 민주당은 10.9%였다. 안철수 신당 지지율의 특징은 정치권의 주관적인 예측과 달리 지지율이 안정적으로 지속된다는 점이다. 안철수 신당의 등장으로 민주당은 큰 위기를 맞았다. 기존 민주당 지지층의 40% 내외가 안철수 신당 지지로 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텃밭인 광주와 전남에서는 초박빙 양상이고, 전북에서는 오히려 안철수 신당이 민주당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낫다.

    안철수 신당에는 빛과 그림자가 공존한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혐오 때문에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고, 지지층도 중도 성향과 2030세대에 편중됐다. 신당이 안 의원의 개인 인기에 의존한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4 40%대 지지에도 정치력 상실한 새누리당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2배에 가까운 40%대 지지율을 유지한다(그래프2 참조). 새누리당 지지율은 잘했다는 평가의 의미보다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편승한 측면이 크다. 게다가 민주당의 경쟁력 상실로 반사이익까지 얻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집권여당이고, 다른 정당에 비하면 지지율도 압도적이다.

    그러나 대선 불복 논란에 대한 정치적 조정 능력은 매우 미흡하다.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을 해소할 만한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함으로써 20%대 지지율의 민주당에 사실상 끌려다녔다. 서울 여의도 중심의 정국 운영을 하지 못함으로써 주도권을 청와대에 빼앗긴 무기력한 집권당의 모습이었다. 야권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대화록 논란과 국가정보원(국정원) 댓글 의혹 논란에 승복하지 못해 장외로 나갔고, 민생 현안은 제대로 처리되지 못했다.

    9월 16일 국회에서 가진 대통령을 포함한 3자회담은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으며, 사전에 정치적으로 조율하지 못한 새누리당과 당대표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10월 국정감사 역시 정쟁의 장으로 변했고, 결국 12월 ‘국정원 개혁특별위원회’에 이르게 됐다. 리서치앤리서치 조사 결과, 새누리당은 안철수 신당이 출현할 경우 수도권과 영남권에서 대결이 불가피하다. 그리고 새누리당 지지층의 10% 정도가 안철수 신당으로 이탈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40%대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이 더 힘들어질 전망이다.

    겨우 6.5%…응답하라, 여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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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50%대 대통령 지지율 ‘빛과 그림자’

    박근혜 대통령은 총 투표 수의 과반인 51.55%로 당선했고, 이는 역대 최다 득표였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대선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국정운영 속도는 현저히 떨어졌고 국정 파트너인 야권과의 협력은 요원해 보인다. 대통령 지지율은 대북정책과 글로벌 외교로 탄력을 받았다. 하지만 인사문제와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논란은 일종의 ‘트라우마’가 돼버렸다.

    리서치앤리서치의 박근혜 정부 시작 후 대통령 지지율 추세를 보자. 글로벌 외교에서 성과를 내고 대북정책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받을 때인 6월 말~9월 초에는 70% 내외로 지지율 고공행진을 보였다(그래프5 참조). 취임 초기 대통령의 허니문 효과를 상쇄한 것은 인사문제였다. 8월 중순 이후 촉발한 양건 감사원장, 채동욱 검찰총장,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연쇄 사퇴는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인 ‘인사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했다.

    대선 후 1년이 지나도록 잠잠해지지 않는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도 대통령의 지지율에 위기 요인이다. 안철수 신당이 출현함으로써 대통령에 대한 2030세대의 긍정 평가가 줄어들었다. 40대도 대통령이 정치적 조정 능력을 더 발휘해줄 것을 주문한다.

    역대 대통령의 대선 후 1년과 비교하면 박 대통령의 성적은 양호한 편이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보다는 낮지만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보다는 높은 지지율을 보인다. 민주화 과정의 대통령에 비해 파격적인 정치이슈가 없는 점을 감안한다면 박 대통령 개인에 대한 지지층이 견고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지지율(그래프4 참조)이 대통령 개인의 지지율보다 10% 이상 낮다는 점은 향후 걸림돌이 될 것이다. 임기 2년 차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경제문제’가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겨우 6.5%…응답하라, 여의도
    6 60% 이상 지지받는 대일본 강경정책

    대선 후 1년이 다 돼가는 시점에 박 대통령은 글로벌 외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5월 미국 방문, 6월 한중정상회담, 11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한국 방문이 있었다. 이는 한반도 주변 강대국과의 정상외교를 통해 경제적 실익과 한반도 평화 안정을 도모하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일본만 제외돼 있다.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일본 정부의 우경화 움직임에 따라 한일관계가 급속히 냉각됐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일본 지도자들의 망언, 독도 영유권에 대한 왜곡 등을 자행해 ‘가깝고도 먼 나라’가 돼버렸다. 일본 일부 출판물에는 박 대통령에 대한 비하 내용이 포함되기도 해 상당 기간 관계 경색이 불가피해졌다.

    국민 여론 역시 ‘일본 도발에 맞서 현재의 강경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가 65.6%로 나타났다.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대화 및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은 29.8%에 그쳤다(동아일보·리서치앤리서치, 11월 6일, 전국 700명, 유무선전화 자동응답 RDD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7%p).

    7 70%대 대북 리더십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로 정의된다.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남북 간 신뢰를 새롭게 형성함으로써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한다는 구상이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특징은 튼튼한 안보에 방점이 찍힌다. 이명박 정부와는 달리 북한 정책에서도 단호한 모습을 보여줬다. 여성대통령인 만큼 안보 리더십에 문제가 있으리라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확고한 대북정책을 견지하면서 대통령 지지율 상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8월 23일 리서치앤리서치 조사 결과(전국 1000명, 유무선전화 자동응답 RDD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 리더십에 대해 77.4%가 긍정적인 의견이었고, 부정적인 응답은 18.1%에 그쳤다. 하지만 추석 직후 추진했던 이산가족 상봉이 무산되고 남북관계에 이렇다 할 진전이 없었다. 산발적인 대북 접촉은 있었지만 남북관계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고, 대통령 지지율에도 대북정책이 더는 별다른 변수가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더욱이 12월 12일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가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한 이후 남북관계는 더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대통령 임기 1년 차에는 대북정책 효과를 오롯이 누렸다면, 앞으로는 어떤 대북 리더십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평가가 엇갈릴 수 있을 것이다.

    겨우 6.5%…응답하라, 여의도

    박근혜 대통령이 9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왼쪽),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3자회담을 했다.

    8 80% 이상 국민, 먹고살기 힘들다

    무항산무항심(無恒産無恒心).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견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국민은 경기침체와 체감물가 상승으로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다. 12월 16일 리서치앤리서치 조사 결과(전국 1000명, 유무선전화 자동응답 RDD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결과를 보면, 국가 경제 상황이 ‘좋다’는 응답은 15.1%에 불과했다. 응답자 10명 중 8명(81.18%)은 ‘그저 그렇거나 좋지 않다’고 답했다.

    다른 어떤 공약도 중요하겠지만 국민에게는 ‘경제 활성화’가 최우선 과제다. 정치권이 ‘NLL 대화록 공방’과 ‘국정원 댓글 의혹’ 시시비비를 가리는 동안 민생 현안은 외면당했다. 대선 후 1년도 채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경제나 복지 공약에 대한 평가가 이를 수도 있다. 하지만 경제 현황과 국민 상황을 고려할 때 임기 2년 차에는 어떤 성과를 만들어냈는지가 대통령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이 될 것이다.

    9 91% 국민, 제구실 못 하는 정치권과 국회의원에 실망

    대선 후 1년이 지났지만 ‘대선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에 대해 ‘국정원 개혁특별위원회’가 구성됐고, 야권의 특검제 실시 요구도 거세다.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채동욱 검찰총장이 낙마하고 민주당은 장외로 나갔다. 새누리당은 집권여당으로서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국민은 중요한 국정감사도 여야의 강 대 강 대치 국면으로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것을 봤다. 중요한 내년도 예산안 처리 과정이 결국 제대로 검토되지 못한 채 졸속으로 이뤄졌고, 법안 하나가 통과되는 데 채 몇 분도 소요되지 않았다.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고, 정치권이 제대로 응답하라는 요구도 거세졌다. 11월 30일 미디어리서치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10명 중 9명은 국회의원이 제구실을 못한다고 혹평했다. 제대로 했다는 응답은 6.5%에 불과했다.

    10 100% 대한민국을 위해

    숫자 10을 백분율로 환산하면 100%다. 박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세대, 이념, 지역을 통합하는 ‘100% 대한민국’을 건설하겠다고 외쳤다. 대통령에게 완벽한 정치를 요구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삶에 지친 민초는 대통령의 더 살가운 소통과 관심을 원한다. 다할 수는 없어도 노력하는 것이 아름답다고 한 대통령의 당선 일성처럼 갈라진 국론을 봉합하고 ‘더 큰 대한민국’호를 이끌어주길 기대하는 것이다. 새해에는 100% 대한민국을 향한 대통합 목소리가 더 크게 울려 퍼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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