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는 신차 개발과 스마트카 서비스에 가장 적극적이다.
스마트카가 지향하는 모습이다. 스마트카는 통신기술을 이용해 자동차를 ‘탈 것’에서 ‘서비스 기기’로 바꿔놓는다.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태블릿PC) 기술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혁신에 대한 열망이 스마트카로 옮겨가고 있다. 새롭게 서비스 모델을 발굴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자동차인 것이다.
특히 스마트카의 최종 목표는 운전자 ‘안전’ 극대화이다. 스마트카는 자동차와 도로 인프라 정보를 연계해 안전성을 높여 궁극적으로 교통사고율이 ‘0’인 자동차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런 만큼 이들 신규 서비스는 ‘있으면 좋은 것’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차츰 정착하게 될 전망이다. 모든 차량에 이 같은 서비스를 장착한다면 관련 시장 규모는 어마어마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증명하듯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미국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와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중심에는 스마트카가 있었다. 모터쇼에서나 볼 수 있던 첨단 자동차가 이제 IT 기기 및 서비스 일환으로 공개되는 현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전체 산업에 미치는 파장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5년간 우리나라 휴대전화 관련 산업은 ‘아이폰 쇼크’를 통해 변화했다. 아이폰 등장으로 국내 휴대전화 산업은 순식간에 위기에 봉착했다. 이동통신사와 휴대전화 제조사의 폐쇄적 관계는 더는 설 자리도 없어졌다. 휴대전화 관련 산업은 애플리케이션(앱) 스토어라는 개방형 생태계를 채택하면서 큰 변화를 겪었다. 마찬가지로 스마트카 쇼크를 예상해볼 수 있다. 자동차가 엔진 중심 기계 산업에서 IT와 접목한 전자시스템 산업으로 변하면서 산업 양상 또한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IT 접목한 ‘스마트카 쇼크’
스마트카 서비스 초기 단계는 이미 시작됐다. 스마트폰과 자동차를 연동해 편리한 자동차를 만들어낸 것이다. 현대·기아자동차(현대·기아차)는 블루링크라는 이름의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스마트폰에 자동차 관리 앱을 만들어놓으면 시동 걸기 등 각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한 예로, 자동차를 타기 전 집 안에서 블루링크로 시동을 켜고 차 안 온도를 일정 수준에 맞춰 놓을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신형 싼타페에 이 서비스를 적용했다.
이러한 서비스와 관련한 국제표준규격도 생겨났다. 미러링크(Mirror Link)라는 기술이 그것이다. 미러링크는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스마트폰 연결을 지원하는 국제표준규격이다. 자동차 업체와 스마트폰 업체로 이뤄진 국제협의기구 CCC(Car Connectivity Consortium)에서 표준을 만들며, 2011년 미러링크 1.01이 나온 후 계속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미러링크는 스마트폰이 서버가 되고 자동차는 일종의 클라이언트가 되는 구조다. 지난해 도요타는 iQ 모델에서 이를 처음으로 상용화했으며 조만간 4~5개 모델에 추가로 적용, 출시할 예정이다.
제너럴 모터스(GM)도 마이링크 서비스를 공개했다. 7인치 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과 연동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마이링크에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재생할 수 있으며, 블루투스로 연결해 스마트폰의 전화통화 기능과 연락처 검색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스마트카 서비스에 가장 적극적인 자동차회사는 포드다. ‘싱크’와 ‘마이포드 터치’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마이포드 터치는 차량 계기판이나 차량 온도 등을 개인 맞춤형으로 설정할 수 있게 해준다. 싱크는 음성인식 시스템으로, 전화나 MP3 플레이어 같은 기능을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다. 포드는 아예 스마트폰 회사처럼 오픈 앱마켓을 열었다. 최근 포드싱크 모바일앱 개발자용 도구 ‘싱크 앱링크’를 공개한 것이다. 스마트폰 앱을 개발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시장을 열어놓은 것과 비슷한 구조다.
이번 CES와 MWC는 모터쇼를 방불케 할 만큼 자동차 관련 기업의 참여 열기가 뜨거웠다. CES에는 현대·기아차, GM, 포드, 크라이슬러, 렉서스, 스바루, 아우디 등 8개 자동차회사와 델파이, 보쉬 등 주요 부품업체가 대거 참여했다. 도로주행 정보와 내비게이션 정보 등을 차량 앞 유리에 투영한 헤드업 디스플레이, 앞차 속도 변화에 맞춰 차 속도를 조절하고 정지시키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같은 기능을 선보였다. 또한 주차장에서 평행주차가 가능한 구역을 찾아 주차해주고, 원격에서 스마트폰으로 차량 시동을 거는 기술도 소개했다.
MWC에서는 통신과 융합한 자동차가 대거 출시됐다. GM은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 이동통신을 적용한 자동차를 전시했다. 이를 위해 GM은 미국 이동통신사 AT·T와 손잡고, 자동차를 LTE망에 연결해 음악을 듣거나 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기능은 내년께 상용화할 예정이다.
포드는 음성 인식을 기반으로 한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올뉴 에코스포트’를 처음 선보였다. 또한 음성을 인식하는 ‘포드 싱크 앱링크’를 통해 여러 서비스를 구현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포드 싱크 앱링크는 2015년까지 유럽 내 포드 차량 350만 대에 적용될 예정이다.
MWC 앱 개발자 행사에 CCC가 마련한 행사도 포함되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국내 이종 기업 간 융합 시급
스마트폰과 연동해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대 ‘모젠’.
CES에서 기아자동차는 구글과 협력해 북미 판매 차량에 구글 지도 및 지역정보를 제공하는 텔레매틱스 시스템 ‘UVO’를 소개했다. UVO는 긴급 상황에서 스스로 지역을 파악해 911을 호출하는 구실을 한다. 차량 진단과 속도 감속 알람, 그리고 영화, 음악,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등도 다양하게 지원한다. 아우디는 A7 모델 내비게이션에 구글 지도를 적용했다. 운전자에게 주행경로를 3차원(3D) 입체와 항공사진으로 제공함으로써 좀 더 손쉽게 자기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돕는다.
완성차 회사와 이동통신사 간 제휴도 활발하다. GM과 모토롤라는 합작해 ‘온스타(On-Star)’ 서비스를 개발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독일 이동통신사 도이치텔레콤과 스마트카 개발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이종 기업 간 융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해외 기업들에 비해 국내 전자와 자동차 산업 간 융합 시도는 미진한 편이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삼성, LG, SK를 포함한 4대 그룹 간 미묘한 경쟁 심리가 융합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카를 중심으로 모든 서비스 및 플랫폼 관련 회사들이 속속 완성차 회사와 손잡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독일, 일본 같은 자동차 선진국이 자국 내 연구개발 카르텔을 통해 원천 기술을 선점한 추세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