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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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묘한 꽃 색깔 관상용으로 ‘딱’

새우난초

  • 이유미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조사과장 ymlee99@forest.go.kr

    입력2013-02-01 17: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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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묘한 꽃 색깔 관상용으로 ‘딱’
    우리 꽃을 만나 하나하나 알아가는 과정은 참 경이롭습니다. 이름 모를 산야의 꽃 한 송이가 눈에 들어오면, 이내 마음에 담아뒀다가 두고두고 되새기곤 합니다. 거기에 꽃 각각에 깃든 사연과 의미들을 더하다 보면 안타깝고 놀랍고 즐거운 감정이 교차하면서 결국 입가에 미소를 띠게 되고, 그럼 어느새 꽃과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한 사람이 돼 있습니다.

    새우난초도 그런 꽃 가운데 하나입니다. 겨울 끝자락에 볼 수 있는 꽃으로, 원래 자생지에서는 제대로 된 봄에 피지만 분에 담아 실내에서 키우면 훨씬 일찍 꽃구경을 할 수 있지요. 자생난초라고 하면 춘란이라고 부르는 보춘화와 여러 변이품종이 좀 알려졌고, 거기에 더해 희귀한 한란(겨울이 시작할 즈음 소개드렸던 한란 기억나시나요?)의 쭉쭉 뻗는 잎사귀들을 보면서 뭉뚱그려 그냥 동양란이라고 부르며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우리 숲에는 야생 난초가 매우 다양하게 있고, 그중 화려하면서도 아름다운 꽃을 가진 난도 제법 여럿입니다. 그 가운데 새우난초와 그 집안 식구들이 관상용으로 가꾸기엔 최고인 듯합니다. 복주머니난이나 광릉요강꽃처럼 꽃으로 치면 더욱 화려한 것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자생지에서도 멸종 위기에 처한 종들이다 보니 보전하는 일이 더 급하고, 설령 곁에 두고 가꾸려 해도 키우는 일 자체가 매우 까다로워 죽이기 쉽습니다. 그러니 아예 포기하는 편이 낫지요.

    새우난초를 들여다보면 일단 꽃 색깔이 참 오묘합니다. 흰색과 분홍색과 갈색이 적절히 어우러져 특별히 무슨 색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색을 갖고 있습니다. 포기마다 안정감이 있는 전체적인 모습도 좋고, 약간 연한 느낌이 나는 주름진 잎사귀도 보기 좋답니다. 하지만 새우난초가 가진 진짜 재미는 같은 집안 식구인 금새우난과 피를 섞었을 때 경험할 수 있지요. 샛노랗고 화려한 꽃잎을 가진 금새우난과 새우난초를 교잡하면 그사이에서 정말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꽃 색깔이 나오고, 이들을 각기 품종화하면 고가에 거래할 수도 있습니다.

    새우난초는 제주를 비롯한 남해 섬 지방에서 드물게 자랍니다. 위로는 안면도에서까지 볼 수 있는 여러해살이풀이지요. 밑부분이 포개지고 주름이 깊은 잎사귀가 2~3장 나오고, 그 가운데서 꽃대가 쭉 올라오면 키가 어른 무릎쯤 됩니다. 새우난초 잎은 상록성이지만 다음 해 봄에 교체되지요. 꽃은 원래 봄에 피며, 자생지에서는 4~5월이 개화 적기입니다. 꽃자루가 올라오고 여기에 줄줄이 꽃송이가 달리는데, 열 개쯤 될까요.



    새우난초라는 이름은 뿌리를 보면 마치 새우등처럼 마디가 있어서 붙은 것 같습니다(이 마디는 1년에 하나씩 생긴다고 하네요). 또한 속명이 칼란데(Calanthe)인데, 이는 ‘아름답다’는 뜻을 가진 희랍어 칼로스(calos)와 꽃이라는 뜻을 가진 안토스(anthos)의 합성어라 하니 아름다운 꽃의 대명사라 할 만하지요. 한방에서는 구자련환초(九子連環草)라는 생약명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편도염, 림프샘염, 타박상, 종기로 인한 독 등에 쓰인다고 합니다. 보기도 아까운 꽃을 먹다니 아무래도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새우난초 꽃구경이나 하면서 남은 추위를 이겨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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