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초만 해도 엔화는 1달러에 79엔 선이었으나, 그 후 일본 국회 해산과 총선거가 확실해지면서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엔저(円低) 유도를 강력히 주장해온 아베 내각의 등장이 예견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거 과정에서 아베 총리가 엔저 유도와 관련한 강경 발언을 할 때마다 약세를 보이던 엔화는 1월 18일 1달러당 90엔을 기록한 후 1월 말 현재 85~90엔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과거에도 일본 정부는 엔저 유도에 주력했지만 이번 경우는 성격이 확연히 다르다. 2000년대 중반 엔저기에는 일본 정부가 35조 엔을 넘는 막대한 자금을 외환시장에 투입하는 시장개입 정책을 통해 엔저를 유도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일본 정부의 뚜렷한 개입 정책 없이 아베 내각의 엔저 유도 정책에 대한 기대만으로 엔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엔저와 인플레이션 유발
아베 내각은 그동안 일본 경제의 고질적 문제로 인식돼온 디플레이션과 엔고 악순환을 차단해 일본 경제를 부흥시키는 것을 지상 과제로 삼았고, 이러한 정책 의지에 따라 엔화가 약세를 보인다고도 할 수 있다. 아베 내각은 일본 경제가 어려운 이유를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상황 속에서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기업 투자, 소비 위축이 계속되기 때문이라고 본다. 따라서 엔화를 대량 발행함으로써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일본 경제를 회생시키는 것이 아베 내각 경제 정책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아베 총리는 지난해 선거 과정에서 일본은행법을 개정해서라도 인플레이션 타깃 정책을 도입하거나 정부 국채를 시중에 유통시키지 않고 일본은행이 직접 인수하도록 하겠다는 등 초강경 발언을 해왔다. 이러한 발언은 일본은행 독립성을 크게 위협하는 것이다. 일본은행은 법 개정을 피하고 독립성을 유지하려고 어쩔 수 없이 아베 총리의 인플레이션 정책에 순응하는 길을 선택했다. 결국 일본은행은 1월 22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물가상승률을 2%로 끌어올리는 데 책임지겠다는 인플레이션 타깃 정책을 정식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함께 아베 내각은 공공사업 확충에 주력한다. 1월 11일 일본 정부는 총사업규모 20조2000억 엔에 달하는 긴급 경제대책을 결정했다. 이 대책의 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 동일본대지진과 관련한 부흥 및 방재 공공사업 규모는 5조5000억 엔(국가 지출 3조8000억 엔)으로, 대지진 복구와 노후화한 인프라 보수에 사용하지만 일부는 유력 정치인을 위한 신규 도로 건설에도 사용한다.
둘째, 민간투자를 촉진하는 성장 전략에 12조3000억 엔(국가 지출 3조1000억 엔)을 투입한다. 이 자금으로 에너지 절약 기술 도입이나 전기자동차 보급을 위한 충전소 인프라 구축, 재생의료 연구, 신소재 개발, 중소기업 지원, 고용대책 같은 사업을 진행한다.
셋째, 생활 안정과 지역 활성화에 2조1000억 엔을 투입한다. 저출산 대책과 함께 자위대 및 재해 대응 분야에 대한 지출은 여기에서 충당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과거 민주당 정권이 ‘콘크리트에서 사람으로’라는 구호 아래 고도경제성장기에 토목 및 건설 위주 공공투자에서 서민복지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조한 것과 달리, 아베 내각은 ‘사람에서 콘크리트’로의 복고풍이라 볼 수 있으며, 기업 지원도 강조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아베 내각은 금융완화, 재정확대에 더해 경제 정책의 세 번째 축으로 민간투자를 촉진하는 성장전략에 주력한다.
아베 총리는 1월 23일 산업경쟁력회의를 처음 주재했으며, 여기서 일본 최대 인터넷 쇼핑회사 라쿠텐의 미키타니 사장 등 민간위원 10명 등과 규제개혁 방향에 관해 논의했다.
금융, 재정, 신성장 전략 등 세 가지 ‘화살’로 이뤄진 아베노믹스로 일본 경제가 회생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엔화가 상당한 약세를 보이고 주가가 지난해 말 이후 상승세를 나타낸다는 점은 일본 경제에 긍정적 신호이긴 하다. 20조 엔이 넘는 경기부양책의 효과도 있어 일본 경제는 단기적으로 회복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지난해 2분기 이후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일본 경제가 올 1분기에는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에도 웃을 수 있을까
그러나 금융완화와 재정확대를 통한 수요 확대 정책은 1990년대 이후 장기 불황 과정에서 일시적 효과에 그쳤다. 엔저와 인플레이션 정책으로 경제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임금과 기업소득이 늘어날 수 있지만, 이러한 효과가 나오기 전에 물가와 금리 부담만 가중될 수도 있다. 이 경우 가계는 생활고에 빠지고, 일본 기업도 극심한 임금 인상 요구로 고민하게 될 것이다.
일본은 연간 국민총생산의 2배, 1000조 엔이 넘는 막대한 국가채무를 안고 있다. 이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기대로 국채 금리가 급상승할 경우 막대한 금리 부담 때문에 재정이 극심하게 압박받을 수 있다. 단순 계산으로 1000조 엔의 국채 금리는 1%p만 올라도 10조 엔의 추가 부담이 예상되는데, 이는 2011년 일본 국가 예산에서 소비세 세입 규모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다. 국채 금리가 2~3%p 상승하면 일본 정부의 예산 책정 자체도 어려워질 수 있다. 또한 국채 금리가 급등할 경우 기업의 회사채 금리도 동반 상승하기 때문에 기업 경영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결국 아베노믹스의 성공 여부는 금융 및 재정 분야 대책이 효과를 거두고 엔저 기조가 지속되는 동안 성장 전략이 성과를 거두느냐가 관건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세계경제가 건실하게 성장하는 등 양호한 대외경제 여건도 필요하다. 금융 완화와 엔저 유도 정책만으로 일본은행이 약속한 대로 물가상승률을 2%로 끌어올리는 일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세계경제 환경이 악화하고 세계 각국 투자자들의 리스크 회피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경우 다시 엔고 압력이 커질 수도 있다.
또한 성장 전략이 성과를 내려면 기득권을 과감하게 조정하면서 규제 완화를 추진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일본 행태로 봐서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 산업발전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가 중요한 과제로 인식되지만, 농업계 등의 반대로 쉽지 않은 실정이다. 아베노믹스의 출발은 화려했지만 마지막에도 웃을 수 있을지 아직까지는 상당히 불확실하다.
과거에도 일본 정부는 엔저 유도에 주력했지만 이번 경우는 성격이 확연히 다르다. 2000년대 중반 엔저기에는 일본 정부가 35조 엔을 넘는 막대한 자금을 외환시장에 투입하는 시장개입 정책을 통해 엔저를 유도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일본 정부의 뚜렷한 개입 정책 없이 아베 내각의 엔저 유도 정책에 대한 기대만으로 엔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엔저와 인플레이션 유발
아베 내각은 그동안 일본 경제의 고질적 문제로 인식돼온 디플레이션과 엔고 악순환을 차단해 일본 경제를 부흥시키는 것을 지상 과제로 삼았고, 이러한 정책 의지에 따라 엔화가 약세를 보인다고도 할 수 있다. 아베 내각은 일본 경제가 어려운 이유를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상황 속에서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기업 투자, 소비 위축이 계속되기 때문이라고 본다. 따라서 엔화를 대량 발행함으로써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일본 경제를 회생시키는 것이 아베 내각 경제 정책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아베 총리는 지난해 선거 과정에서 일본은행법을 개정해서라도 인플레이션 타깃 정책을 도입하거나 정부 국채를 시중에 유통시키지 않고 일본은행이 직접 인수하도록 하겠다는 등 초강경 발언을 해왔다. 이러한 발언은 일본은행 독립성을 크게 위협하는 것이다. 일본은행은 법 개정을 피하고 독립성을 유지하려고 어쩔 수 없이 아베 총리의 인플레이션 정책에 순응하는 길을 선택했다. 결국 일본은행은 1월 22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물가상승률을 2%로 끌어올리는 데 책임지겠다는 인플레이션 타깃 정책을 정식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함께 아베 내각은 공공사업 확충에 주력한다. 1월 11일 일본 정부는 총사업규모 20조2000억 엔에 달하는 긴급 경제대책을 결정했다. 이 대책의 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 동일본대지진과 관련한 부흥 및 방재 공공사업 규모는 5조5000억 엔(국가 지출 3조8000억 엔)으로, 대지진 복구와 노후화한 인프라 보수에 사용하지만 일부는 유력 정치인을 위한 신규 도로 건설에도 사용한다.
둘째, 민간투자를 촉진하는 성장 전략에 12조3000억 엔(국가 지출 3조1000억 엔)을 투입한다. 이 자금으로 에너지 절약 기술 도입이나 전기자동차 보급을 위한 충전소 인프라 구축, 재생의료 연구, 신소재 개발, 중소기업 지원, 고용대책 같은 사업을 진행한다.
셋째, 생활 안정과 지역 활성화에 2조1000억 엔을 투입한다. 저출산 대책과 함께 자위대 및 재해 대응 분야에 대한 지출은 여기에서 충당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과거 민주당 정권이 ‘콘크리트에서 사람으로’라는 구호 아래 고도경제성장기에 토목 및 건설 위주 공공투자에서 서민복지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조한 것과 달리, 아베 내각은 ‘사람에서 콘크리트’로의 복고풍이라 볼 수 있으며, 기업 지원도 강조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아베 내각은 금융완화, 재정확대에 더해 경제 정책의 세 번째 축으로 민간투자를 촉진하는 성장전략에 주력한다.
아베 총리는 1월 23일 산업경쟁력회의를 처음 주재했으며, 여기서 일본 최대 인터넷 쇼핑회사 라쿠텐의 미키타니 사장 등 민간위원 10명 등과 규제개혁 방향에 관해 논의했다.
금융, 재정, 신성장 전략 등 세 가지 ‘화살’로 이뤄진 아베노믹스로 일본 경제가 회생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엔화가 상당한 약세를 보이고 주가가 지난해 말 이후 상승세를 나타낸다는 점은 일본 경제에 긍정적 신호이긴 하다. 20조 엔이 넘는 경기부양책의 효과도 있어 일본 경제는 단기적으로 회복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지난해 2분기 이후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일본 경제가 올 1분기에는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 총재(왼쪽)와 일본은행 본점 건물.
그러나 금융완화와 재정확대를 통한 수요 확대 정책은 1990년대 이후 장기 불황 과정에서 일시적 효과에 그쳤다. 엔저와 인플레이션 정책으로 경제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임금과 기업소득이 늘어날 수 있지만, 이러한 효과가 나오기 전에 물가와 금리 부담만 가중될 수도 있다. 이 경우 가계는 생활고에 빠지고, 일본 기업도 극심한 임금 인상 요구로 고민하게 될 것이다.
일본은 연간 국민총생산의 2배, 1000조 엔이 넘는 막대한 국가채무를 안고 있다. 이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기대로 국채 금리가 급상승할 경우 막대한 금리 부담 때문에 재정이 극심하게 압박받을 수 있다. 단순 계산으로 1000조 엔의 국채 금리는 1%p만 올라도 10조 엔의 추가 부담이 예상되는데, 이는 2011년 일본 국가 예산에서 소비세 세입 규모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다. 국채 금리가 2~3%p 상승하면 일본 정부의 예산 책정 자체도 어려워질 수 있다. 또한 국채 금리가 급등할 경우 기업의 회사채 금리도 동반 상승하기 때문에 기업 경영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결국 아베노믹스의 성공 여부는 금융 및 재정 분야 대책이 효과를 거두고 엔저 기조가 지속되는 동안 성장 전략이 성과를 거두느냐가 관건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세계경제가 건실하게 성장하는 등 양호한 대외경제 여건도 필요하다. 금융 완화와 엔저 유도 정책만으로 일본은행이 약속한 대로 물가상승률을 2%로 끌어올리는 일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세계경제 환경이 악화하고 세계 각국 투자자들의 리스크 회피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경우 다시 엔고 압력이 커질 수도 있다.
또한 성장 전략이 성과를 내려면 기득권을 과감하게 조정하면서 규제 완화를 추진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일본 행태로 봐서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 산업발전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가 중요한 과제로 인식되지만, 농업계 등의 반대로 쉽지 않은 실정이다. 아베노믹스의 출발은 화려했지만 마지막에도 웃을 수 있을지 아직까지는 상당히 불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