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칠곡군 석적읍 칠곡보 전경.
상식적인 사실을 왜곡한 국토부
이에 국토해양부(국토부)가 강력히 반발하자 시민사회단체를 포함한 언론은 모두 ‘한심한 국토부’라며 몰아붙였다. 논란이 확산되자 1월 23일 국토부의 자료를 넘겨받은 총리실이 ‘관계부처 합동’ 이름으로 발표문을 앵무새처럼 읽었다. 감사원 지적이 잘못됐으므로 총리실이 감사원을 감사하겠단다. 이에 감사원은 ‘대단히 심각한 사태’라고 규정하면서 강한 유감을 표했다.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대해 총리실이 공개적으로 감사가 잘못됐다고 반박하는 이번 사태는 매우 이례적이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맹신적 믿음이 부서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무리수로 이어졌다고 본다.
논란 핵심을 살펴보자. 첫 번째 논란은 보 설계 기준 문제다. 국토부의 ‘하천설계기준’에 따르면 보가 높이 15m 미만 구조물로 규정돼 있어 보 설계가 적합하다는 게 총리실(국토부) 측 주장이다. 4대강에 설치한 구조물, 즉 보가 4∼12m 높이이므로 댐이 아니고 보라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국토부는 무척 상식적인 사실을 지극히 의도적으로 왜곡했다.
‘하천설계기준(2009)’에 따르면, 보와 댐 구분은 명확하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기초지반에서 고정보 마루까지 높이가 15m 미만인 경우’는 보라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여기서 논란 핵심은 15m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는 점이다. 국토부는 15m를 보 본체 높이만으로 해석했는데, 이는 의도적인 것으로 보인다. 기초지반은 일반적으로 하천에서 모래 아래에 있는 암반층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보자. 낙동강에 설치한 창녕함안보의 경우 모래를 가로질러 암반에 말뚝을 박고 그 위에 콘크리트를 타설해 보를 만들었다. 보 높이는 10m 정도이고 보를 지지하는 말뚝은 모래층에 설치했기 때문에 모래층 두께가 20m에 이른다. 따라서 기초지반(암반층)에서부터 보 마루까지 높이가 30m에 이르기에 국토부 해석은 잘못됐다. 이러한 설계 잘못이 보 안전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시발점이 됐다.
‘녹조라테’가 4대강과 무관?
낙동강 달성보 하류 둔치 제방. 붕괴를 막으려고 덮은 강철망이 수력에 뜯겨 나간 게 보인다.
굳이 해외 사례를 살펴볼 필요 없이 국내에서도 보 보강작업을 종종 한다. 왜냐하면 보는 중요한 하천구조물이 아니기에 그만큼 정밀시공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1만8000여 개 보가 건설돼 있는데, 큰 홍수가 한 번 나면 하천에 설치한 보는 유실되거나 침하되는 피해가 발생한다. 결국 댐을 보라고 하면서부터 안전성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 국토부가 4대강에 설치한 하천구조물이 보라는 견해를 유지한다면 보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을 것이다.
두 번째 논점은 4대강 수질 문제다. 4대강에 설치한 보는 물 흐름을 정체시켜 하천을 소호(沼湖)로 바꿔놓았다. 평상시 하천 내에서는 물 흐름이 거의 감지되지 않고 보 주변에서만 물 흐름이 있다. 이에 대해 총리실은 “물이 흘러 가동보를 설치한 4대강을 물을 가둬놓은 상태인 ‘소호’ 같은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은 지나치게 엄격한 측면이 있다”고 억지변명을 하면서 “앞으로 수질관리 기준을 좀 더 강화하고 철저히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사족을 붙였다.
환경부는 보 건설로 체류 시간이 증가하면 4대강 수질이 악화돼 조류가 증식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었음에도 이를 4대강 사업에 반영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4대강에 보를 준공하자마자 현장에선 수질악화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했다. 지난여름 낙동강과 한강에 대규모 녹조(綠藻)가 발생해 ‘녹조라테’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가을에는 금강과 낙동강에서 물고기 수만 마리가 떼죽음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물고기가 죽은 것은 미스터리지만 4대강 사업과는 무관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4대강 사업을 하기 전에는 대규모 녹조와 물고기 떼죽음이 발생한 전례가 없었다. 하천에서 모래를 대규모로 퍼내고 보를 건설해 물 흐름을 차단하는 4대강 사업은 하천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작업인데, 녹조 발생과 물고기 떼죽음의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4대강 사업을 제외한다는 것은 실체적 진실을 외면하려는 의도다. 감사원 지적은 ‘물은 고이면 썩는다’는 단순한 논리에서 출발했다.
세 번째 논점은 과도한 준설량이다. 국토부는 200년 빈도 규모의 홍수에도 안전하고 가능한 한 많은 물을 확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여유 있게 설계했으며, 이러한 정책적 판단은 공청회, 관계부처 협의, 전문가 자문을 거쳤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법정계획인 유역종합치수계획과 하천기본계획에 따르면, 도심지를 통과하는 하천에서는 200년 빈도 홍수량을 적용하고 나머지 하천에서는 100년 빈도를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4대강 전 구간에 200년 빈도 홍수량을 적용해 설계했는데, 이는 사전에 법정계획을 수정해야 할 사안이다. 국토부는 스스로 하천법을 어겼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다.
수자원을 확보한다는 명목으로 보 건설과 대규모 준설로 4대강 본류 구간에 물 8억㎥(낙동강에 6.7억㎥ 확보)를 확보했지만, 그 물에 대한 구체적 활용계획은 없다. 결국 국토부는 불필요한 물을 확보하려고 예산 낭비를 한 셈이다. 더구나 산간농촌지역, 도서해안지역에서는 물 부족에 시달리는데, 가능한 한 많은 물을 확보하겠다는 정부 정책은 확보한 물에 대한 사용처가 없어 합리적이지 못할 뿐 아니라 잘못 수립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녹조가 나타났던 달성보 수역. 물 위에 거품이 떠 있어 수질이 안 좋아 보인다.
네 번째 논점은 보 안전성 문제다.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시설물 상태에 따라 안전등급을 A(우수)등급에서 E(불량)등급으로 나눈다. A등급은 ‘문제점이 없는 최상 상태’이고, E등급은 ‘주요 부재에 발생한 심각한 결함으로 시설물 안전에 위험이 있어 즉각 사용을 금지하고 보강 또는 개축해야 하는 상태’다.
국토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4대강에 설치한 보는 모두 A등급, 즉 ‘문제점이 없는 최상 상태’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보의 현 상태를 제대로 진단하지 못했거나, 보 안전에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한 사실을 숨기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보 대부분에서 보 공사를 완료한 후 크고 작은 문제가 생겨 하자 보수공사를 했다. 하자 보수공사 기간이 12개월에서 많게는 16개월에 이른다.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공주보 등 11개 보는 보수도 부실해서 2012년 하반기 수문 개방 시 6개 보에서 다시 피해가 발생했다.
보에서 파이핑 현상 발생, 수문 작동 어려움, 바닥보호공과 물받이공 유실, 균열 발생, 대규모 세굴 발생 같은 심각한 문제가 일어났고, 그러한 하자를 보수 및 보강하는 데 적어도 1년 이상이 소요됐다는 점은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참조할 경우 낙동강 모든 보가 불량 상태인 E등급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감사원은 “4대강 사업에서 반드시 보완이 필요한 보 안전성, 수질 관리 및 유지 관리 등과 관련한 주요 사항에 대해 전반적인 개선 방안을 제시하라”고 지적했다. 총체적 부실이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보 안전성과 관련해 더욱 정밀한 조사가 필요했고, 4대강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국가재정법 등 많은 법령을 위반한 사실에 대한 감사가 빠졌다는 점은 아쉬웠다. 특히 예산 8조 원으로 보 건설을 주도한 한국수자원공사가 한국수자원공사법을 위반한 내용에 대한 검토가 없었다.
이런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국회는 제 기능을 하지 못했고,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에 귀를 막아버렸으며, 전문가들 역시 4대강 사업의 실체에 눈을 감았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무참히 무너졌음을 4대강 사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독립적인 4대강조사위원회를 구성해 4대강 사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살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와 청문회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4대강 사업으로 환경이 파괴되고 예산이 낭비됐다는 교훈을 얻는 데 22조 원이란 수업료를 지불했다. 그러나 우리가 얻은 교훈은 ‘상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