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상금랭킹 1위 박인비.
한국 여자골프는 2010년 처음으로 미국과 일본 여자골프투어 상금왕을 모두 휩쓸었다. 최나연(25·SK텔레콤 스포츠단)과 안선주(25·투어스테이지)가 정상에 서며 미·일 동시 석권에 성공했다.
올해도 가능성이 높다. 박인비가 에비앙 마스터스에 이어 사임다비 말레이시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LPGA 투어 상금랭킹 1위로 올라섰다. 일본에서는 전미정이 시즌 3승을 기록하며 1위를 굳게 지켰다.
# 박인비 2년 만에 한국 선수 상금왕 도전
한국 여자골프는 2009년 신지애가 사상 처음으로 해외 투어 상금왕에 등극했다. 남녀 통틀어 처음이다. 이어 2010년 최나연이 두 번째로 상금왕에 오르면서 황금라인을 형성했다. 1세대 박세리, 김미현, 박지은을 넘어 최강이라는 평가가 쏟아지는 이유다.
2년 연속 상금왕을 지켜왔던 한국선수들은 지난해 청야니(대만)에게 일격을 당했다. 청야니는 시즌 7승을 기록하면서 상금 292만 달러를 벌었다. 2위 크리스티 커, 3위 최나연의 2배가 넘는 금액이다.
올 시즌 LPGA 투어에선 박인비(약 197만 달러)가 서서히 상금왕 등극을 굳히고 있다. 미국의 자존심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약 163만 달러)와 최나연(약 139만 달러)이 추격하지만 역전을 노리기엔 격차가 크다.
LPGA 투어는 10월 24일 현재 4개 대회를 남겨놓았다. 10월 25~28일 대만에서 열리는 선라이즈 타이완 챔피언십(총상금 200만 달러)을 시작으로 미즈노클래식(일본·총상금 120만 달러), 로레나 오초아 챔피언십(멕시코·총상금 100만 달러)과 CME그룹 타이틀홀더스(미국·총상금 150만 달러)가 매주 진행될 예정이다.
박인비는 올해 엄청난 활약을 보였다. 7월 에비앙 마스터스 우승을 시작으로 제이미 파 톨리도 클래식 공동 3위, 세이프웨이 클래식 공동 2위, CN 캐나다여자오픈 2위, 브리티시여자오픈 2위, 사임다비 말레이시아 우승을 차지했다. 6개 대회에서만 152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박인비를 추격 중인 루이스도 뒤지지 않는 고른 활약을 펼쳤지만 크게 두려울 정도는 아니다. 우승은 박인비보다 1승이 더 많지만 상금 격차가 30만 달러 이상 벌어져 여유가 있다.
기록은 엇비슷하다. 루이스는 ‘톱10’ 진입률에선 박인비를 앞선다. 올 시즌에만 14번이나 톱10에 들어 10번을 기록한 박인비보다 많다. 또한 그린 적중률 2위(76%)로 42위(68%)인 박인비를 크게 앞선다.
박인비는 필드 플레이보다 그린에서의 성적이 돋보인다. 홀당 평균 퍼트 수 1.73타로 1.75타인 루이스에 앞선다. 라운드당 평균 퍼트 수도 박인비가 28.25개로 1위다.
오히려 올해 선수상 경쟁이 더 뜨겁다. 상금왕 경쟁과 달리 루이스가 1위(184점), 박인비가 2위(144점)다.
그동안 한국 선수가 올해 선수로 등극한 적은 한 번도 없다. 2009년 신지애가 로레나 오초아와 시즌 막판까지 경합을 벌였지만 아쉽게 2위에 그쳤다.
40점 차로 벌어져 역전을 노리기엔 쉽지 않은 상황. 하지만 최근 상승세를 보이는 박인비가 남은 대회에서 최소 1승 이상 기록할 경우 역전을 기대할 만하다.
또 한 가지. 한국인 최다상금 획득과 사상 첫 200만 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금까지 197만 달러를 획득한 박인비는 2010년 최나연의 187만 달러를 넘어 한국인 최다상금 기록을 새로 썼다. 200만 달러 돌파까지 3만 달러만 남겨둬 시간문제일 뿐이다.
# 전미정과 안선주 3승씩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상금왕 경쟁은 전미정과 안선주의 집안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10월 24일 현재 전미정(약 1억1130만 엔)과 안선주(약 9972만 엔)가 1, 2위에 올랐다. 아리무라 지에가 3위(약 9265만 엔)로 추격 중이지만 위협적이지는 않다.
전미정은 이번이 첫 상금왕 도전이고, 안선주는 2010년과 2011년에 이어 3년 연속 상금왕 등극을 노리고 있다. 전미정과 안선주는 올 시즌 사이 좋게 3승씩 나눠 가졌다. 앞으로 남은 대회는 5개. 누가 먼저 1승을 추가하느냐에 따라 상금왕 등극의 추가 기울 전망이다.
기록에서는 전미정이 한 수 위다. 전미정은 거의 전 부문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평균 타수(70.13타)와 홀당 평균 퍼트 수(1.73타)에서 1위를 지키고 파 세이브율 2위(89.3%), 파 온율 3위(70.9%)를 기록 중이다.
무엇보다 전미정은 상승세를 탄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올 시즌 3승을 추가한 그는 해외 투어 20승을 거두며 KLPGA 투어 영구 시드권을 받았다. 구옥희와 박세리에 이어 세 번째다. 2005년부터 J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전미정은 데뷔 첫해를 제외하고 2006년부터 매년 1승 이상씩을 기록하며 JLPGA 투어에 완벽하게 적응했다.
전미정을 추격 중인 안선주의 기록도 뒤질 게 없다. 평균 타수 2위(70.3타), 평균 퍼트 수 4위(1.766타)에 올랐고, 파 세이브율과 파 온율은 전체 1위다. 게다가 자신감은 전미정을 압도한다. 2년 연속 JLPGA 투어 상금왕에 오른 저력도 무시할 수 없다.
누가 됐든 한국 선수의 3년 연속 상금왕 등극은 점점 굳어간다.
# 허윤경 ‘무관의 여왕’ 될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상금왕 경쟁은 초접전이다. 9월까지는 김자영(21·넵스)의 독무대였다. 우리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과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히든밸리 여자오픈까지 3승을 기록하며 일찌감치 상금랭킹 1위로 나섰다.
그러나 9월 이후 성적이 좋지 않다. 갑작스러운 샷 난조에 빠지면서 톱10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사이 2011년 상금왕 출신 김하늘(24·비씨카드)의 추격이 시작됐다. 10월 열린 러시앤캐시 채리티 클래식에서 첫 승을 신고한 김하늘은 단숨에 상금랭킹 2위로 뛰어오르며 김자영을 위협했다.
김자영과 김하늘의 대결로 굳어가던 상금왕 구도에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건 허윤경(22·현대스위스금융그룹 골프단)이다. 허윤경은 9월 한화금융클래식 준우승을 시작으로 KLPGA 챔피언십, 대우증권 클래식, 하이트진로 챔피언십까지 4개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상금왕 경쟁에 뛰어들었다. 허윤경은 4개 대회에서만 3억3000만 원이 넘는 상금을 받아 단숨에 상금랭킹 1위로 도약했다. 김자영은 5월 이후 처음 1위 자리에서 내려왔다.
네 차례 준우승을 통해 허윤경이 벌어들인 상금은 약 3억3370만 원. 시즌 총상금 약 3억8149만 원으로, 3승을 차지한 김자영(약 3억7534만 원)을 밀어내고 상금랭킹 1위가 됐다. 김자영은 3승이나 기록했지만 우승상금은 3억 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대로 허윤경이 상금왕에 오를 경우 우승이 없는 선수가 상금왕에 오르는 진기록을 쓰게 된다. 3위 김하늘은 약 3억6581만 원.
막판 상금왕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1위로 올라선 허윤경은 남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상금왕을 굳히겠다는 각오다. 김자영과 김하늘은 1위 자리를 되찾아오겠다며 벼른다.
KLPGA 투어는 11월 셋째 주 열리는 ADT캡스 챔피언십까지 4개 대회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