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3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서울클럽에서 성주인터내셔널 회장 자격으로 사업 파트너와 조찬 겸 비즈니스 미팅을 마친 그는 곧바로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공동위원장 모드로 전환해 ‘주간동아’와 인터뷰했다. 1인 2역을 능수능란하게 소화하는 그의 열정과 적응력이 놀라웠다.
▼ 대선에 뛰어든 지 2주일쯤 지났다. 직접 선거운동을 해보니 어떤가.
“재미있다. 기업과 정치는 여러모로 다르더라. 기업은 자기 실력을 바탕으로 전략을 짜서 열심히 하면 금방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정치는 집합체처럼 여러 사람이 함께 움직이는 게 다르다. 결과가 바로 나오지도 않고, 또 내 생각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흥미롭고 재미있다. 스피드가 따르지 않는 점은 안타깝다. 그래서 내가 ‘트러블메이커’가 돼 빠르게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정치는 흥미롭고 재미있는 일
김성주 회장을 중앙선대위 공동위원장으로 임명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후보는 세 차례 그와 만났다고 한다. 박 후보가 이른바 삼고초려를 한 셈이다.
“(10월 4일) 처음 박 후보를 만날 때는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살려 조언해야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나갔다. 첫 만남에서 워낙 직설적으로 얘기해 (박 후보가) 다시는 (나를) 보려 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독대한 지 24시간도 안 돼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라는 엄청난 직함을 공개했다. 처음에는 안 가려고 기도도 하고 발버둥도 쳤지만, 결국 나라가 분열과 갈등으로 떠내려가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고 생각해 받아들였다.”
▼ 처음 박 후보를 만나서 어떤 얘기를 했나.
“정치와 정부를 분리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리콴유 싱가포르 총리가 500만 인구의 싱가포르를 강소국으로 이끈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 직접 만나본 박 후보는 어떤 사람이던가.
“멀리서 보면 딱딱하고 차갑고 도시적이지만, 직접 만나보면 따뜻하고 열려 있는 분이다. 나는 사람들이 (박 후보가) 소통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 명석하고 판단도 빠르다. ‘수첩공주’라고 하지 않나. 기자들처럼 매일 (수첩에) 적고 배우려 노력하는 자세가 놀라웠다.”
▼ 대선에 출마한 세 후보 가운데 특별히 박 후보를 돕게 된 계기가 있나.
“먼저 정체성이 확실하고 안정돼 있다. 국정경험도 있고, 무엇보다 정직하다.”
그는 “한국은 안에서 밖을 보지 말고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정신혁명이 필요하다”면서 “박근혜 후보가 국민통합을 이룰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 박 후보를 둘러싼 과거사 문제가 오히려 국민 분열과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그렇게 볼 수 있겠지만 다른 후보의 과거사는 깨끗한지 묻고 싶다. 한 예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모시던 분은 어떻게 됐나. 왜 그렇게 됐나. (보좌했던 사람으로)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는 또 어떤가. 부인 문제(서울대 특혜 채용 의혹)도 책임져야 하지 않나. 과거에 대한 책임론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해야 하는데, 누구에겐 면죄부를 주고, 누구에겐 너무 가혹한 것 아닌가. 과거사를 물으려면 (모든 후보에게) 똑같이 다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
▼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안철수 후보는) 신기루와 같다. 그분 자체는 훌륭하다. 그렇지만 검증된 게 없다. 실체도 파악되지 않은 분에게 나라를 맡긴다는 것은 한국 실정에 맞지 않다.”
김 위원장의 톡톡 튀는 발언은 쉼 없이 계속됐다. 그의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으려면 중간에 말을 끊는 수밖에 없었다.
▼ 중앙선대위 공동위원장인데 팀워크로 활동하나, 아니면 개인플레이하나.
“둘 다 한다. 어제도 밤 10시까지 (선대위) 회의를 했다. 기업인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지만 박 후보가 못 보는 부분을 보완하려 나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다. (선대위에) 좋은 분이 많더라. 다들 진정성을 갖고 일한다. 다만 (야당에 맞서 싸울) 독한 분이 없는 게 아쉽다(웃음).”
▼ 트러블메이커라는 별칭이 긍정적인 뜻도 있지만, ‘경제민주화가 시대에 역행한다’는 주장이 논란이 됐던 것처럼 부정적 의미로도 쓰인다.
“그 부분은 오해가 있었다. 나는 경제민주화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또 입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가 해도 해야 할 일이다. 경제민주화를 얘기하려면 똑같은 경제 윤리를 적용해야 한다. 한쪽만 극단적으로 몰고 가서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경제민주화를) 상대 당(야권)에서 ‘카피캣(모방)’으로 따라온 것에 우려를 표한 것이 (경제민주화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해석됐다. 정치 초년생이라 표현이 서툴러 생긴 오해다.”
부의 집중 완화가 경제민주화
10월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 기자실에서 공약을 발표하는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와 함께 한 김성주 공동위원장(맨 오른쪽).
“부의 집중을 완화하는 것.”
▼ 부가 집중되는 것을 인위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보나.
“여러 공약으로 가능하다. 실제 (당에서) 그런 공약을 내놓고 있다. 내가 공약 전문가는 아니지만, 법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본다.”
▼ 앞으로 남은 선거운동 기간에 어떻게 활동할 건가.
“재미있게 하려고 한다. 인상 쓰고 모여 앉아서 회의하는 것은 싫다.”
▼ 트러블메이커라고 했는데, 스마일메이커 구실을 하는 셈인가.
“그렇다. 좋은 의미로. 내가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돼서 처음 한 얘기가 여성혁명과 남성해방에 대한 것이었다. 여자도 군대에 보내자고 해서 욕을 많이 먹었는데, 여성이 양성평등을 원한다면 정신혁명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젠 여성도 수동적 태도에서 벗어나 긍정적이고 능동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국가가 인프라를 갖추고 자원과 훈련을 지원해야 가능한 일이지만.
또 다른 하나는 실력혁명이다. 여성도 실력을 인정받아 양성평등을 추구해야지, 실력도 없으면서 감성에 호소해서는 안 된다. 여성이 피해의식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21세기 지식산업에 기여해야 한다.”
▼ 박 후보가 당선하면 자신의 뜻을 펼치려고 정부에 참여하는 것 아닌가.
“꼭 그럴 필요는 없다. 나는 반드시 내 천직인 기업으로 돌아갈 것이다. 세계 각국에서 공장을 돌리고 세계 30개국에 성공적으로 진출해 2만 명 넘는 사람이 작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얼마나 보람 있는 일인지 모를 것이다. 나보다 더 탁월한 분이 많기 때문에 (대선 이후) 내 천직으로 돌아가는 게 맞다. 안철수 후보도 교수일 때가 가장 아름다웠다.”
▼ 원래 빨간색을 즐겨 입었나.
“원래 좋아하긴 했는데, 새누리당에 맞게 더 화끈하게 입고 다닌다.”
▼ 신발도 빨간색으로 맞춰 신고 다니나.
“그렇다.”
▼ 짧은 기간이었지만, 김 위원장이 직접 경험해본 정치를 한마디로 압축하면 뭐라고 표현하겠나.
“국민의 미래.”
▼ 박 후보는 김 위원장에게 어떤 존재인가.
“정직한 후보. 자신이 한 말을 반드시 지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