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장악… 10대 업체가 쥐락펴락

세계 종자시장 ‘큰손’은 다국적기업…한국도 GM작물 종자 개발 나서야

  • 박영두 경희대 원예생명공학과 교수

    입력2012-10-22 10: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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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종자시장은 2009년 기준으로 약 274억 달러(약 40조 원)에 이른다. 그중 세계 10대 종자기업의 비중은 2007년 67%에서 2009년 74%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종자산업은 단순히 우수 품종을 육성, 공급하는 것은 물론 식량, 섬유질, 사료 등을 제공하고 에너지, 농화학산업, 의약품 같은 고부가가치 물질을 창출하는 분야와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실제로 상위권에 속하는 농화학 회사는 대부분 세계 최대 종자기업이기도 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종자기업(점유율 27%)인 몬산토 또한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농화학회사다.

    다국적기업은 서로 협력해 새로운 바이오기술을 개발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바스프는 몬산토와 함께 옥수수, 면화, 유채, 콩, 보리의 스트레스 저항성 및 수확량 증가와 관련한 연구에 매년 250만 달러(28억 원)를 투자한다.

    전 세계 농업, 생명공학, 식품회사에 대한 사업관리자문서비스기관인 콘텍스트 네트워크(The Context Network)는 “종자산업 분야는 일반 상품 및 틈새시장 상품으로 구성된 시장에서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시장으로 변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최첨단 기술 가운데 유전자 변형(GM)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제초제 저항성 형질과 해충 저항성 형질이 대표적 사례다.

    2009년 기준 약 40조 원 시장



    다국적기업의 유전자 변형 농산물은 1996년 제초제 저항성이 상업화된 이후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농업생명공학 응용을 위한 국제서비스(ISAAA)가 발표한 ‘2011년 세계 GM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29개국 1670만 명의 농부가 GM작물을 생산했고, 오는 2015년까지 12개국이 추가로 GM작물 생산국이 될 것”이라며 “위험을 싫어하는 농부들이 갈수록 과학기술을 신뢰하고 신용하고 있어 재배 넓이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제초제 저항성과 해충 저항성을 동시에 가진 복합저항성 작물 제배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연위험평가센터의 2011년 보고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GM작물 22개 종류에서 144개 품목을 개발해 각국 상황에 따라 승인이 이뤄졌다. 그중 옥수수가 53개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면화(21개), 유채(15개), 콩(11개)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형질별로 구분하면 제초제 저항성(87종)과 해충 저항성(56종) 도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돌연변이에 의한 품종(16종), 숙기 연장 형질 도입(7종)이 뒤를 이었다. 이들 GM작물은 각국 사정에 따라 안전성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 때문에 실질적으로 시장에 유통되는 것은 11개(유채 3종, 치커리 1종, 카네이션 3종, 대두 1종, 담배 1종, 옥수수 2종)에 불과하다.

    2006년 ISAAA가 발표한 GM작물 상업화 10주년 사회·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제초제 저항성과 해충 저항성이 도입된 GM작물을 재배한 농민에게 총 56억 달러(6조 원)의 이익이 돌아갔으며, 1996년부터 2005년까지 다국적 거대기업이 획득한 누적 이익은 270억 달러(30조 원)에 달한다. 그중 130억 달러(14조 원)는 개발도상국, 140억 달러(16조 원)는 선진국에 돌아갔다.

    특히 개발도상국민 가운데 소규모 농민 930만 명이 GM작물 덕에 빈곤이 완화됐다고 한다. 이로써 빌 게이츠가 “생명공학식품을 포함한 농업혁신은 가난한 국가가 자원을 고갈시키거나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증가하는 인구를 부양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한 것이 증명된 셈이다.

    74% 장악… 10대 업체가 쥐락펴락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 내부. 다국적기업들은 GM작물 종자 생산을 늘리고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GM작물 종자는 없는 실정이다.

    기후변화에 적응할 식물개발 시급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가 발생하는 빈도가 높아졌는데 이는 곧 식량생산과 연결된다. 2008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보고에 따르면, 온도가 3~4℃ 증가하면 아프리카 작물 수확량은 15~35% 감소하고 서아시아는 25~35%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미래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문제는 여러 학자가 그 심각성을 보고해 전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됐다.

    이런 시점에서 다국적 농화학, 종자기업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찾아 경쟁을 시작했다. 다수의 유전자 지적재산권을 확보한 ‘유전자 거대기업’이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 스트레스(저온, 고온, 건조, 염, 질소 결핍 등)를 견딜 수 있는 유전적 형질 및 유전자를 발굴하고, 이와 관련한 특허를 획득하는 이유다. 실제로 다국적기업들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기후변화 저항성 작물의 지적재산권 확보 및 이윤 정립을 위한 특허를 261개 출원, 등록했는데, 특히 몬산토를 포함한 6대 다국적기업이 77%를 차지한다.

    미래에는 유전공학 기술을 도입한 종자가 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농촌진흥청 GM작물실용화사업단이 다양한 GM작물을 개발하고 있을 뿐 최종 품종화에 필요한 안전성 승인을 통과한 GM작물은 한 건도 만들어내지 못한 상황이다. 실용화에 대한 경험 부족에서 오는 기술적 한계와 국민의 부정적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GM작물 한 종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2000억 원에 육박하고 그 기간이 10년 이상 걸린다는 점에서 보면 물리적, 시간적 ‘비용’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GM작물을 개발하는 것을 우리의 종자주권 확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안전성을 철저히 검증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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