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4월 23일은 맥주의 날이다. 그 유래는 중세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수도원 밖으로 나온 맥주가 보편화하면서 맥주 맛과 보존법을 놓고 경쟁이 치열해졌다. 특별한 맥주를 만들려고 식물을 첨가하거나 흑맥주를 만들기 위해 검댕을 넣기도 했다. 쉬어버린 맥주에 석회가루를 섞어 맛을 중화하는 일도 벌어졌다. 심지어 광대버섯이나 흰독말풀 같은 독초를 첨가해 독특한 향을 내기도 했다는 기록이 전한다.
4월 23일은 ‘맥주의 날’
과도한 경쟁으로 부작용이 심각해지자 바이에른공국왕국의 왕 빌헬름 4세는 1516년 4월 23일, 맥주 양조 때 주재료인 물과 보리, 향신료이자 방부제 구실을 하는 홉 외에 다른 재료를 쓰지 못하도록 명했다. 이것이 바로 ‘독일맥주순수령’(이하 순수령)이다. 순수령이 내려진 이후 맥주의 주재료이던 보리는 보리에 싹을 틔워 말린 맥아로 대체됐다. 발효를 위해 추가로 효모 첨가를 허용했을 뿐 지금까지도 독일 맥주는 물과 맥아, 홉, 효모 이 네 가지 재료만을 고집한다. 지난 500년 동안 세계 최초의 식품관리규제법인 순수령을 우직하게 지켜온 셈이다.
독일에서는 1994년부터 4월 23일을 ‘맥주의 날’로 정하고 해마다 크고 작은 맥주 생일잔치를 벌인다. 이날 하루는 맥주 값을 크게 내린다. 올해도 각 도시의 유명 양조 맥줏집에 수많은 사람이 몰렸다. 맥줏집마다 시음회, 행운권 추첨, 퀴즈 대회, 맥주아가씨와 함께 하는 빙고 게임, 맥주요리 시범, 맥주유람선 타기, 중고서적과 맥주 물물교환 등 다양한 행사를 펼쳤다.
그중에 맥주 애호가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것이 브라우마이스터다. 맥주 양조 장인과 함께 하는 일종의 양조장 견학이다. 독일맥주양조협회가 있는 베를린의 유명 맥줏집 브라우하우스를 방문해보니 이른 시간(점심 무렵)인데도 많은 사람이 맥주를 마시며 차례를 기다렸다. 무료로 제공한 맥주로 목을 축이고 있으니 베를린에서 현역으로는 가장 고참이라는 맥주 양조 장인 미하엘 메처(68) 씨가 신참인 토마스 산데르 씨를 대동하고 나타났다. 메처 씨는 베를린공대에서 양조과학을 전공한 뒤 50년 넘게 양조 일을 해왔으며 장인이 된 지는 40년이 넘었다고 한다.
풍부하고 다양한 500종 맥주
이날 견학 코스는 맥주 재료인 맥아에 대해 배우는 것으로 시작했다. 맥아를 건조시키는 시간과 온도에 따라 향과 색이 달라지는데, 높은 온도에서 태우다시피 한 맥아는 검은색을 띠고 커피향이 났다. 흑맥주의 주재료가 바로 이것이라고 한다. 홉과 효모는 종류가 여럿이었는데, 독일 맥주의 종류가 5000 종이 넘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서로 다른 종류의 맥아를 섞는 비율, 홉과 효모의 종류, 맥아즙 가열 온도, 발효 온도 등이 맥주 맛을 결정한다. 산데르 씨는 “모든 재료가 향토 재료, 다시 말해 독일산”이라며 “생맥주는 멸균을 위한 가열처리를 하지 않아, 비타민과 미네랄이 살아 있어 건강에 더 좋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독일에서는 500mL 생맥주 한 잔이 3유로(약 4500원) 정도로 병맥주보다 세 배쯤 비싸다. 이날 견학은 맥주 시음회로 마무리됐다. 맥주에 대해 좀 더 알고 나니 전보다 맥주 맛이 훨씬 깊게 느껴졌다.
맥주 양조 장인이라는 직업은 어떨까. 메처 씨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직업”이라고 당당히 말했다.
“왜냐하면 평생 사람에게 칭찬만 듣거든요. 이곳에 온 사람들은 ‘당신이 만든 맥주가 가장 맛있다’고 합니다. 맥주가 좋아서 마시러 온 사람들인데 맥주가 맛없다고 할 리 있나요(웃음).”
4월 23일은 ‘맥주의 날’
과도한 경쟁으로 부작용이 심각해지자 바이에른공국왕국의 왕 빌헬름 4세는 1516년 4월 23일, 맥주 양조 때 주재료인 물과 보리, 향신료이자 방부제 구실을 하는 홉 외에 다른 재료를 쓰지 못하도록 명했다. 이것이 바로 ‘독일맥주순수령’(이하 순수령)이다. 순수령이 내려진 이후 맥주의 주재료이던 보리는 보리에 싹을 틔워 말린 맥아로 대체됐다. 발효를 위해 추가로 효모 첨가를 허용했을 뿐 지금까지도 독일 맥주는 물과 맥아, 홉, 효모 이 네 가지 재료만을 고집한다. 지난 500년 동안 세계 최초의 식품관리규제법인 순수령을 우직하게 지켜온 셈이다.
독일에서는 1994년부터 4월 23일을 ‘맥주의 날’로 정하고 해마다 크고 작은 맥주 생일잔치를 벌인다. 이날 하루는 맥주 값을 크게 내린다. 올해도 각 도시의 유명 양조 맥줏집에 수많은 사람이 몰렸다. 맥줏집마다 시음회, 행운권 추첨, 퀴즈 대회, 맥주아가씨와 함께 하는 빙고 게임, 맥주요리 시범, 맥주유람선 타기, 중고서적과 맥주 물물교환 등 다양한 행사를 펼쳤다.
그중에 맥주 애호가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것이 브라우마이스터다. 맥주 양조 장인과 함께 하는 일종의 양조장 견학이다. 독일맥주양조협회가 있는 베를린의 유명 맥줏집 브라우하우스를 방문해보니 이른 시간(점심 무렵)인데도 많은 사람이 맥주를 마시며 차례를 기다렸다. 무료로 제공한 맥주로 목을 축이고 있으니 베를린에서 현역으로는 가장 고참이라는 맥주 양조 장인 미하엘 메처(68) 씨가 신참인 토마스 산데르 씨를 대동하고 나타났다. 메처 씨는 베를린공대에서 양조과학을 전공한 뒤 50년 넘게 양조 일을 해왔으며 장인이 된 지는 40년이 넘었다고 한다.
풍부하고 다양한 500종 맥주
이날 견학 코스는 맥주 재료인 맥아에 대해 배우는 것으로 시작했다. 맥아를 건조시키는 시간과 온도에 따라 향과 색이 달라지는데, 높은 온도에서 태우다시피 한 맥아는 검은색을 띠고 커피향이 났다. 흑맥주의 주재료가 바로 이것이라고 한다. 홉과 효모는 종류가 여럿이었는데, 독일 맥주의 종류가 5000 종이 넘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서로 다른 종류의 맥아를 섞는 비율, 홉과 효모의 종류, 맥아즙 가열 온도, 발효 온도 등이 맥주 맛을 결정한다. 산데르 씨는 “모든 재료가 향토 재료, 다시 말해 독일산”이라며 “생맥주는 멸균을 위한 가열처리를 하지 않아, 비타민과 미네랄이 살아 있어 건강에 더 좋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독일에서는 500mL 생맥주 한 잔이 3유로(약 4500원) 정도로 병맥주보다 세 배쯤 비싸다. 이날 견학은 맥주 시음회로 마무리됐다. 맥주에 대해 좀 더 알고 나니 전보다 맥주 맛이 훨씬 깊게 느껴졌다.
맥주 양조 장인이라는 직업은 어떨까. 메처 씨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직업”이라고 당당히 말했다.
“왜냐하면 평생 사람에게 칭찬만 듣거든요. 이곳에 온 사람들은 ‘당신이 만든 맥주가 가장 맛있다’고 합니다. 맥주가 좋아서 마시러 온 사람들인데 맥주가 맛없다고 할 리 있나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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