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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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20개… 나도 있소!

비례대표 노린 군소정당 난립, 투표용지 길이만 31.2cm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2-04-09 09: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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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려 20개… 나도 있소!
    “웬 정당이 이렇게 많아?”

    4월 11일 투표소에서 19대 총선 투표용지를 받아든 유권자 입에서 이런 말이 저절로 튀어나올 법하다. 총선은 지역구 출마 후보에 대한 투표뿐 아니라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정당투표도 함께 실시한다. 2004년 17대 총선에는 14개 정당에서, 2008년 18대 총선에는 15개 정당에서 비례대표 후보를 냈는데, 이번 19대 총선에는 20개 정당에서 비례대표 후보를 냈다. 이 때문에 19대 총선의 비례대표 투표용지 길이가 31.2cm에 달한다.

    ‘나 홀로 출마’위해 정당 창당

    4월 2일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등록한 25개 정당 가운데 국제녹색당, 민주통일당, 경제백성당, 국민의 힘, 새마을당은 비례대표에 입후보하지 않아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만약 이들 정당까지 모두 후보를 냈더라면 투표용지는 더 길어졌을 것이다.

    우리 헌법은 국민의 정치활동 참여를 보장하기 때문에 정당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후보자가 난립하는 것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19대 총선의 비례대표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린 군소정당 가운데 지역구에 출마한 국회의원 후보자가 한 명에 불과한 정당이 5개, 지역구 출마 후보자가 5명 이하인 정당도 6개나 된다. 이 때문에 ‘나 홀로 출마’를 위해 정당을 창당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비례대표 정당별 기호를 후보자 등록 마감일 현재 원내 다수 의석 순으로 정하도록 규정한다. 이 같은 규정에 따라 19대 총선 후보자 등록을 마감한 3월 23일 현재 173석을 보유한 새누리당을 1번, 89석의 민주통합당을 2번, 15석의 자유선진당을 3번, 7석의 통합진보당을 4번, 2석의 창조한국당을 5번에 배정했다.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 과정에서 낙천한 전여옥 의원이 국민생각에 입당함으로써 1명의 국회의원을 확보한 국민생각은 신생정당임에도 6번에 이름을 올렸다.

    원내 의석이 없는 나머지 군소정당은 정당 이름의 가나다순으로 번호를 배정한다. 이 같은 원칙에 따라 7번에는 가자!대국민중심당(이하 국민당)이 올랐다. 이 당은 지난해 4월 선관위에 신고한 노인권익옹호연대(가칭)에서 태동했다. 지난해 9월 창당대회 준비 과정에서 당원의 당명 개정 요청에 따라 새희망노인권익연대(가칭)로 선관위에 신고했고, 지난해 10월 25일 중앙당 등록증을 교부받았다. 올 3월 5일에는 대국민중심당으로 당명을 변경했으며, 사흘 뒤인 3월 8일 ‘가자!대국민중심당’으로 최종 확정했다.

    국민당은 정당 이름에 ‘국민’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를 들어 ‘가자!’를 앞에 붙였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덕에 원내 의석이 없는 군소정당 가운데 가장 앞자리에 당명을 올렸다. 그러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정당투표에서 앞 번호를 배정받으려고 일부러 ‘가자!’를 정당 이름 앞에 붙인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국민당 대표최고위원은 14, 15대 국회의원을 지낸 구천서 전 의원이다. 국민당 비례대표 1번으로 입후보한 그는 “19대 총선에서 4명을 당선시키겠다”며 기염을 토한다. 아울러 “12월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8번은 친박연합이 차지했다. 얼핏 가나다순 번호 배정 원칙을 위배한 것 아니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속사정은 따로 있다. 친박연합의 원래 명칭은 국가재건친박연합이다. 당명이 ‘국’자로 시작하기 때문에 가나다순에 따라 8번을 배정한 것. 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정당 이름은 전체 명칭과 약칭 중 어느 것이든 쓸 수 있는데, 친박연합은 비례대표 투표용지에 약칭을 사용했다. 친박연합은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에서 낙천한 친박근혜계 인사가 급조한 친박연대와 당명이 유사하다. 그러나 친박근혜를 표방한 친박연대와 친박정희를 표방한 친박연합은 성격이 다르다.

    친박연합은 2006년 5월 제4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창당한 한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당(이하 한미준)이 효시다. 한미준은 선진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꿨다가 2010년 3월 다시 친박연합으로 교체했다. 그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조카 박준홍 씨가 잠시 당대표를 맡기도 했다. 친박연합은 올해 2월 29일 당명을 국가재건친박연합으로 바꿨다. 친박연합이 8번으로 앞순위에 올 수 있었던 것도 총선 직전 당명을 교체한 덕이다. 만약 당명으로 친박연합을 고수했다면 15번 이후로 밀렸을 공산이 크다.

    이후 순서는 9번 국민행복당, 10번 기독자유민주당, 11번 녹색당, 12번 대한국당, 13번 미래연합, 14번 불교연합당이다. 불교연합당은 불교정도화합통일연합당의 약칭이다.

    무려 20개… 나도 있소!

    중도보수를 표방하는 ‘국민생각’이 2월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시티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앞줄 왼쪽)이 당 대표로 선출됐다.

    15번은 민주통합당 공천에 반발해 호남 중진 중심으로 창당한 정통민주당이 차지했고, 16번은 진보신당이다. 19대 총선에 입후보한 정당이 난립하면서 비례대표 투표용지에서 후순위에 배치된 진보신당은 정당 기호를 알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특히 대중에게 인지도가 높은 유명 당원이 앞장서 16번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영화 ‘살인의 추억’ ‘괴물’을 만든 봉준호 감독은 멀리 프랑스 파리에서 태블릿PC 화면에 번호 16을 띄워 지지 의사를 밝혔고, 영화 ‘화차’의 변영주 감독도 진보신당 지지를 선언하면서 진보신당의 당 기호 16번 알리기에 앞장섰다.

    20번째 정당이 한나라당

    17번에는 청년당이 자리했다. 청년당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전국을 순회하며 열었던 ‘청춘콘서트’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던 젊은이들이 주축이 돼 만든 정당이다. 서울에 2명, 부산에 1명의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를 냈고, 비례대표에 3명의 후보가 입후보했다.

    18번은 한국기독당, 19번은 한국문화예술당이다. 정당투표 마지막 20번에는 한나라당이 이름을 올렸다. 집권여당 새누리당이 불과 두 달 전까지 사용하던 당명과 똑같은 정당명이 비례대표 투표용지 맨 아래에 이름을 올린 것. 한나라당의 약칭은 영남신당이다. 충남에 지역구 국회의원 1명이 출마했고, 비례대표 후보로 당 대표 1명이 입후보했다. 포털사이트 ‘다음’에 카페를 개설해 홈페이지로 사용하는 한나라당은 자유게시판에 “한나라당 정당투표 기호는 1번이 아니라 20번”이라며 “착오 없으시기 바란다”는 ‘공지’를 띄웠다. 이 공지는 전통적으로 여당(새누리당)을 지지해온 지지층에게 과거 당명과 새 당명 사이에 ‘착오’를 불러일으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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