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자동차는 촌스럽고 기름을 많이 먹는다”는 선입견이 국내 운전자 사이에 팽배하다. 이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미국산 자동차가 한국에서 저변을 확대하지 못하는 이유라는 점은 누구도 부정하기 힘들다. 하지만 최근 미국 자동차 브랜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경제적이고 세련된 자동차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분위기 반전을 꾀하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크라이슬러의 프리미엄 세단 ‘뉴 300C’다. 1월 중순 국내에 출시한 뉴 300C는 소리 소문 없이 수입차 세단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는 중이다. 1월에 예약분을 포함해 125대를 팔아치우더니, 2월에는 158대로 판매량을 늘렸다. 3월에도 하루 6~10대가량 계약하고 있어 이런 추세라면 올해 목표인 연간 1800대 판매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덩치 큰 마초(macho)’ 뉴 300C의 어떤 점이 한국 운전자를 매료시킨 것일까.
#‘기름 먹는 마초’ 300C 어디가 달라졌나
뉴 300C는 전형적인 미국 자동차에 유럽풍 이미지를 덧칠한 모습이다. 큰 덩치와 무게,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 강력한 동력 성능, 소파를 연상시키는 넓은 시트 등 미국 자동차 혈통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그러나 차체에 부드러운 곡선을 가미해 딱딱함을 줄이고, 곳곳에 65개가 넘는 소소한 사양을 적용해 세련되고 섬세하게 만든 점이 다르다.
함께 출시된 가솔린과 디젤 2가지 모델 가운데 디젤차를 먼저 시승했다. 독일 자동차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프리미엄 디젤 세단을 미국산으로 만난다는 것은 자동차의 선택권을 넓힌다는 측면에서도 반가운 일이다. 상대적으로 기름값이 저렴했던 미국에서는 디젤보다 가솔린차가 시장을 주도해왔다. 그러나 최근 유가가 급등하면서 미국 브랜드도 연료효율이 높은 디젤차 생산에 뛰어들었고, 300C가 그 결과물 가운데 하나다.
주머니에서 자동차 열쇠를 꺼내지 않은 상태로 차 문을 열고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었다. 키레스 엔터앤 고(Keyless Enter’N GO) 시스템 덕분이다. 엔진소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조용하다. 요즘 디젤차는 과거와 달리 가솔린차와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들 정도로 정숙성을 자랑한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가솔린차보다 소음과 진동이 커지는 경향이 있지만, 3.0ℓ 디젤엔진임을 감안한다면 아무리 새 차라도 무척 조용했다. 주행 중에도 소음이 귀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초기 가속 더디지만 탄력받으면 힘 넘쳐
시승차는 크라이슬러와 이탈리아 피아트가 공동 개발한 신형 2987cc DOHC 터보 디젤엔진을 탑재했다. ‘V’자형 강철 엔진블록과 알루미늄 실린더 헤드, 알루미늄 오일 팬을 사용해 강성을 높이면서도 무게를 줄였다. 그 덕에 최고출력 239마력에 최대토크 56.0kg·m로 6000cc급 가솔린엔진에 버금가는 힘을 발휘한다.
실제로 서울에서 충북 충주를 거쳐 경남 창원을 왕복하는 내내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육중한 무게(공차중량 2040kg)에 디젤엔진의 영향으로 초기 가속은 더뎠지만, 탄력을 받은 뒤부터는 가속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튀어나갈 듯 힘이 넘쳤다.
300C의 육중한 덩치는 장거리 여행에 유리하다. 큰 배가 어지간한 파도에 꿈쩍하지 않는 것처럼 300C도 진동 대부분을 차체에서 그대로 흡수해 장시간 운전에도 탑승자의 피로감이 덜했다. 특히 후륜구동 방식을 채택해 승차감이 안락하고, 앞뒤 53대 47로 무게를 배분해 핸들링이 안정적이면서 접지력도 높았다. 다만 크루즈컨트롤 설정 속도가 계기판에 표시되지 않아 불편했다.
#연비는 수준급, 5단 자동변속기는 아쉬움
8단 자동변속기의 가솔린 모델과 달리 디젤 모델에는 5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한 것이 아쉬웠다. 기어의 다단화를 통해 모든 속도 영역에서 이상적인 엔진회전수를 유지하고 정숙성과 가속 성능, 효율성을 높이는 요즘 추세를 따라가지 못한 듯 보였다. 경쟁 모델과 비교해도 뒤지는 부분이다.
공인연비는 올해 도입된 연비표기 방식으로 계산할 때 고속도로 18.6km/ℓ, 도심 11.4km/ℓ, 복합연비 13.8km/ℓ로 차 크기와 무게를 감안하면 수준급이다. 국도와 고속도로 850km를 달린 뒤 실제 확인한 연비는 평균 11km/ℓ대였다. 일부 크루즈컨트롤을 사용했지만 가속과 감속을 반복하고 거친 고속주행도 많았던 점을 감안할 때 결코 나쁘지 않은 수치다.
#여러 안전장치는 최고 수준
뉴 300C는 미국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가 매년 발표하는 ‘가장 안전한 차’에 올해를 포함해 2년 연속 선정됐다. 바퀴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트랙션컨트롤, 우천 시 제동거리를 줄여주는 레인 브레이크 서포트, 언덕길 미끄럼을 방지하는 힐 스타트 어시스트 등 첨단 안전장비를 갖췄다.
룸미러 뒤쪽의 카메라가 도로 위 차량의 움직임을 감지해 자동으로 불빛 높낮이를 조절해주는 어댑티브 헤드램프는 인상적이었다. 최고급 차량에만 적용되는 이 기능은 핸들 방향에 따라 좌우 각도까지 조절돼 운전자의 시야를 넓게 확보해줌은 물론, 마주 오는 차량 운전자의 눈부심도 방지한다. 이 밖에 차량 속도 및 충격에 따라 에어백의 팽창 속도를 조절하는 멀티스테이지 스마트 에어백과 커튼 에어백, 무릎 에어백을 포함한 7개의 에어백을 갖췄다.
C필러가 넓어 뒤쪽 시야를 가리고 유리에 성에가 쉽게 생기는 것은 소소한 불편이다. 크고 넓은 사이드미러 덕에 사각지대가 없어 차선 변경이 편했다.
국내 판매가격은 디젤 모델 5890만 원, 가솔린 모델 5570만 원이다.
그중 하나가 크라이슬러의 프리미엄 세단 ‘뉴 300C’다. 1월 중순 국내에 출시한 뉴 300C는 소리 소문 없이 수입차 세단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는 중이다. 1월에 예약분을 포함해 125대를 팔아치우더니, 2월에는 158대로 판매량을 늘렸다. 3월에도 하루 6~10대가량 계약하고 있어 이런 추세라면 올해 목표인 연간 1800대 판매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덩치 큰 마초(macho)’ 뉴 300C의 어떤 점이 한국 운전자를 매료시킨 것일까.
#‘기름 먹는 마초’ 300C 어디가 달라졌나
뉴 300C는 전형적인 미국 자동차에 유럽풍 이미지를 덧칠한 모습이다. 큰 덩치와 무게,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 강력한 동력 성능, 소파를 연상시키는 넓은 시트 등 미국 자동차 혈통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그러나 차체에 부드러운 곡선을 가미해 딱딱함을 줄이고, 곳곳에 65개가 넘는 소소한 사양을 적용해 세련되고 섬세하게 만든 점이 다르다.
함께 출시된 가솔린과 디젤 2가지 모델 가운데 디젤차를 먼저 시승했다. 독일 자동차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프리미엄 디젤 세단을 미국산으로 만난다는 것은 자동차의 선택권을 넓힌다는 측면에서도 반가운 일이다. 상대적으로 기름값이 저렴했던 미국에서는 디젤보다 가솔린차가 시장을 주도해왔다. 그러나 최근 유가가 급등하면서 미국 브랜드도 연료효율이 높은 디젤차 생산에 뛰어들었고, 300C가 그 결과물 가운데 하나다.
주머니에서 자동차 열쇠를 꺼내지 않은 상태로 차 문을 열고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었다. 키레스 엔터앤 고(Keyless Enter’N GO) 시스템 덕분이다. 엔진소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조용하다. 요즘 디젤차는 과거와 달리 가솔린차와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들 정도로 정숙성을 자랑한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가솔린차보다 소음과 진동이 커지는 경향이 있지만, 3.0ℓ 디젤엔진임을 감안한다면 아무리 새 차라도 무척 조용했다. 주행 중에도 소음이 귀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초기 가속 더디지만 탄력받으면 힘 넘쳐
시승차는 크라이슬러와 이탈리아 피아트가 공동 개발한 신형 2987cc DOHC 터보 디젤엔진을 탑재했다. ‘V’자형 강철 엔진블록과 알루미늄 실린더 헤드, 알루미늄 오일 팬을 사용해 강성을 높이면서도 무게를 줄였다. 그 덕에 최고출력 239마력에 최대토크 56.0kg·m로 6000cc급 가솔린엔진에 버금가는 힘을 발휘한다.
실제로 서울에서 충북 충주를 거쳐 경남 창원을 왕복하는 내내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육중한 무게(공차중량 2040kg)에 디젤엔진의 영향으로 초기 가속은 더뎠지만, 탄력을 받은 뒤부터는 가속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튀어나갈 듯 힘이 넘쳤다.
300C의 육중한 덩치는 장거리 여행에 유리하다. 큰 배가 어지간한 파도에 꿈쩍하지 않는 것처럼 300C도 진동 대부분을 차체에서 그대로 흡수해 장시간 운전에도 탑승자의 피로감이 덜했다. 특히 후륜구동 방식을 채택해 승차감이 안락하고, 앞뒤 53대 47로 무게를 배분해 핸들링이 안정적이면서 접지력도 높았다. 다만 크루즈컨트롤 설정 속도가 계기판에 표시되지 않아 불편했다.
#연비는 수준급, 5단 자동변속기는 아쉬움
8단 자동변속기의 가솔린 모델과 달리 디젤 모델에는 5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한 것이 아쉬웠다. 기어의 다단화를 통해 모든 속도 영역에서 이상적인 엔진회전수를 유지하고 정숙성과 가속 성능, 효율성을 높이는 요즘 추세를 따라가지 못한 듯 보였다. 경쟁 모델과 비교해도 뒤지는 부분이다.
공인연비는 올해 도입된 연비표기 방식으로 계산할 때 고속도로 18.6km/ℓ, 도심 11.4km/ℓ, 복합연비 13.8km/ℓ로 차 크기와 무게를 감안하면 수준급이다. 국도와 고속도로 850km를 달린 뒤 실제 확인한 연비는 평균 11km/ℓ대였다. 일부 크루즈컨트롤을 사용했지만 가속과 감속을 반복하고 거친 고속주행도 많았던 점을 감안할 때 결코 나쁘지 않은 수치다.
#여러 안전장치는 최고 수준
뉴 300C는 미국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가 매년 발표하는 ‘가장 안전한 차’에 올해를 포함해 2년 연속 선정됐다. 바퀴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트랙션컨트롤, 우천 시 제동거리를 줄여주는 레인 브레이크 서포트, 언덕길 미끄럼을 방지하는 힐 스타트 어시스트 등 첨단 안전장비를 갖췄다.
룸미러 뒤쪽의 카메라가 도로 위 차량의 움직임을 감지해 자동으로 불빛 높낮이를 조절해주는 어댑티브 헤드램프는 인상적이었다. 최고급 차량에만 적용되는 이 기능은 핸들 방향에 따라 좌우 각도까지 조절돼 운전자의 시야를 넓게 확보해줌은 물론, 마주 오는 차량 운전자의 눈부심도 방지한다. 이 밖에 차량 속도 및 충격에 따라 에어백의 팽창 속도를 조절하는 멀티스테이지 스마트 에어백과 커튼 에어백, 무릎 에어백을 포함한 7개의 에어백을 갖췄다.
C필러가 넓어 뒤쪽 시야를 가리고 유리에 성에가 쉽게 생기는 것은 소소한 불편이다. 크고 넓은 사이드미러 덕에 사각지대가 없어 차선 변경이 편했다.
국내 판매가격은 디젤 모델 5890만 원, 가솔린 모델 5570만 원이다.
대형 내비게이션이 눈에 띄는 실내는 전작에 비해 감성품질이 크게 향상했다(왼쪽). 계기판 등 사소한 부분에서도 300C의 디테일을 찾아볼 수 있다.